더 이상 ‘서울에서의 나’가 나 같지 않았던 날(feat.송도)
기대보다 더 행복한 시간 될거라 예감했다. 조금은 늦게 집에서 출발했지만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무사히 빨간 버스를 타고 송도로 향했다. 버스 요금이 3,000원이라는 사실에 잠시 놀랐지만, ‘여행 가는 길에 버스비 3,000원은 아무것도 아니지’ 혼잣말을 하며 맨 뒷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조용했고, 의자는 편했다. 창밖으로는 시골 동네가 펼쳐졌고, 어느덧 알록달록 물든 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가을이었지만, 그날의 가을은 조금 달랐다.
‘아, 오늘이 마지막 가을일 수도 있겠구나.’
갑자기 퍼지는 기대감에 몽글몽글해진 마음을 안고 잠시 눈을 붙였다.
‘여기가 송도구나. 좋다. 조용하다. 예쁘다. 한적하다. 평온하구나.’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생각했다.
햇살이 따사롭게 스며드는 브런치 카페에 들어섰다. 노란 벽지가 햇빛을 받아 더욱 따뜻하게 빛났다. 잠시 눈을 감고 뜨니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프렌치토스트와 스프, 잠봉뵈르 샌드위치까지.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식들이었다. 음식은 입에서 사르르 녹았고, 마음도 함께 녹아내렸다.
산책을 하다 솔지네 미니 붕붕이를 타보기로 했다. 귀여운 차를 몰고 있자니 장난감으로 장난치는 기분이었다. 버스정류장에 주차하려다 커다란 버스가 내게 엄습해왔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붕붕 차를 몰았던 내 모습이 조금은 당찼다.
카페 루프탑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았다. 흐린 바닷물과 갈매기, 조금은 엉성한 버스킹 무대가 이상하게도 잘 어울렸다. 흐린 날씨 아래 뿌옇게 흐릿한 내 모습이 썩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남았다. 의자 하나 없는 러프한 공간에 걸터앉아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렇게 조용하고 평온할 수가 없었다.
‘이런 게 휴식이구나.’
해가 질 무렵, 실내로 들어와 책을 폈다. 어제 만난 작가님의 글이 떠올랐다. 그분의 피드에 내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울렸다. 좋은 인연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서울에서의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쫓고 있었다는 걸.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솔지네 행복이를 만났다. 행복을 듬뿍 먹고 자란 똥똥한 강아지. 킥보드나 자전거가 지나갈 때마다 행복이의 귀와 눈을 가려주는 솔지의 손길에서 사랑이 보였다.
내 사랑하는 존재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매 순간 수고스러웠다.
산책을 하다 문득 결혼하고 싶어졌다. 혼자서 잘 서 있는 지금의 시간이 지나고, 가정을 이뤘을 때 거기서 오는 수고로움과 헌신, 고통이 있겠으나 그 이상의 기쁨과 안정감이 있을 거라는 뭔가 모르겠는 확신이 마음에 새겨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었다. 소소했다. 행복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런 평범함을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날의 송도는 내가 나로 돌아오는 길목이었다. 서울에서의 나를 조용히 내려놓고, 다시 나의 속도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하루. 그렇게 나는, 조금씩 서울과 헤어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