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말로 좋수다

제주는 언제나

by 예 진리



어제저녁, 나는 ‘서점책방’이라는 숙소에 도착했다. ‘사랑’에 대해 책 필사를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있는 게스트 하우스였다. 여기저기 책도 많고, 아기자기하게 너무 잘 꾸며져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해도 아깝지 않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도착하자마자 씻고는 잠옷으로 갈아입어버렸다. 하루가 고단했기 때문이다. 물 한잔 마시기 위해 잠시 일층으로 내려간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에만 있었다. 일기를 조금 끄적이다 그냥 잠든 것 같다. 밤새도록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상상을 했지만, 아마도 나는 이미 잠들어 있었으리라. 잠시 방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듯한 인기척을 느끼기는 하였지만, 다시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초? 나는 피곤했던 거다. 아침부터 머리가 조금 아프기도 했고, 우도에 간 것은 좋았으나,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몸이 놀랐을 거다. 그렇기에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 개운하게 씻고, 아직 겨울도 아닌데 전기장판까지 틀고 따뜻하게, 그리고 일찍 잠드는 순간에 나는 분명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럼 됐지 뭐.




다음 날엔, 9시가 넘어 잠에서 깼다. 정말 푹- 잤다. 약을 먹고 자서 그런지 다행히 아픈 곳은 없었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편은 아닌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러고 싶었다.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듯한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함께 방을 썼던 모녀는 일찍이 나가는 듯했다. 덕분에 나도 좀 더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는 가볍게 밖으로 나섰다. 따뜻했다. 혹여나 추울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나가기 전, 사장님께서는 내가 가려고 하는 고기국수집은 차 없이 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숙소 주위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지도앱은 키지 않았다.




마을은 정말 조용했다. 아무런 소음이 없는 곳이었다. 잔잔한 물소리만 한 번씩 크게 들릴 뿐이었다. 정말 작은 마을이었다. 군데군데 적혀있는 제주말들이 정겨웠다.




잠시 서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갑자기 크게 들리는 파도 소리에 심장이 쿵- 하기도 했다. 돌에 부서지는 파도가 거세지다 잔잔하다를 반복하였다. 순간 위협을 느낄때면, 무섭다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조금 걷다보니 금방 배가 고프다. 지도 앱을 잠시 켰다. 가까이에 ‘라멩하우스’라는 식당이 있었다. 어제 저녁 식당을 찾을 때는, 별로 끌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식당이었는데, 배가 고프니 일단 들어가고본다.


일본인 직원이 반갑게 나를 반겼다. 된장고기국수를 주문하였다. 맛있을 것 같은 느낌 … 내가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 6명의 어르신들께서 들어오셨다. 내 옆 테이블에 나란히 앉으신다. 맛있는 귤을 들고 왔다며 커다란 봉지를 테이블 위에 놓으신다. “집에서 따온거야?”, “아니?”, “응? 아니 왜 이걸 사와 그럼. 우리집 와서 따가지. 우리집 와서 귤 좀 따가.”




“관광객이야?” 나에게 물으신다.

“엇, 네!”

“아이고, 그럼 이 아가씨를 줘야겠구만.” 하시면서 봉지 가득 담긴 귤을 내게 주려하신다. 30개는 넘게 들어있을 것 같은데.


귤을 들고 온 아저씨께서

“아이고, 그래도 내가 들고 왔는데, 그걸 다 주면 어떻게해.” 하시며, 내게 3개를 쥐어주신다.


“감사합니다^^!“




된장고기국수, 슴슴하고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또 오고 싶은 곳이었다. 내가 다 먹고 나갈쯤엔 자리가 가득 찼다. 이 마을을 걸으면서 사람들을 몇 못 본 거 같은데, 이 분들은 어디서 다 나타나신걸까- 관광객은 나 혼자인듯했다. 맛있는 곳이었구나 .. 감사했다.




충분히 행복했다. 행복하다는 말을 입으로, 마음으로 몇번을 뱉었는지 모르겠다. 온전하게 보내는 시간들이 참으로 좋았다. 아무런 계획없이 무작정 걷고, 멈춰서고, 들어가고, 먹고, 또 걷는 이 시간이 그저 충분하다는 말보다 분명 더 큰.. 어떤 풍족함. 좋았다.




조금 걷다 보니 작은 언덕위에 큰 나무가 보였다. 망설일 필요가 뭐가 있겠나, 그냥 올라가보았다. 정말 작은 언덕이었는데, 오르니 마을 전경이 훤히 보인다. 저 멀리 바다와 등대까지도. 몇 분을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았다. 또 오고싶은 잔잔한 풍경이었다. 역시, 관광지를 다니는 여행보다는 이렇게 작은 마을에 머무르는 여행이 나와는 더 잘 맞다.




‘역시 나는 혼자 여행해야하나?’


아니다, 아마 2박 3일동안 함께 여행하던 친구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기에 혼자 여행하는 이 시간이 더 큰 채워짐으로 다가오는 것일거다. 그렇기에 나는 섣부르게 혼자하는 여행이 더 좋다고 말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온 제주 카페 중 가장 제주스러운 곳을 발견하였다. 바다 앞에 있지도, 숲들 사이에 있지도 않았지만, 가장 제주스러운 외관과 풍경이었달까. 한적한 마을이 고스란히 담기는 뷰- 관광객들보다는 마을 주민들이 더 많이 보이는 듯한 느낌,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었다.


이런 곳에 살면, 지겨울까? 지루할까? 나는 이 곳에서의 삶을 그려본다. 어떠할까- 살아보면 다를까? 그래서 이렇게 한번씩 오는 게 더 좋은 걸까? … 아무튼, 지금 너무 좋으니 되었다.




이렇게 조금만 더 앉아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나는 다시 공항으로 간다.




공항으로 가기 전, 근처 카페에서 소금빵을 하나 샀다.




너무 배가 고파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다 먹어버린 소금빵. 사길 잘했다.


그렇게 다시 부산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