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투자하자마자

사기 당했다.

by 예 진리




꿈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해 처음으로 돈을 써봤는데, 모두 날렸다. 회사 대표가 돈을 먹고 튄거다. 그런데 나는 어떤 이유때문인지 이상하리만큼 차분하다. 왜지? 돈을 다 날린 덕분에(?) 글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여유로운 연말을 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가.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 제대로 글을 써보고자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고자 했던 것인데, 마음 한켠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꿈틀댔었다.


글을 쓰려고 해보기 전에, 그러니까 아웃풋을 내기 전에 인풋이 더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이다. 퇴사를 하고, ‘쓰기’보다는 ‘읽기’에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성격 탓인지, 괜시리 조급해져 써야한다는 생각들로 인해 오히려 이도저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한권 읽으려 해도, 좋은 문장을 만날 때마다 ‘이걸 어디에 어떻게 기록해야하지?’, ‘어떻게 여기에 내 생각을 써볼 수 있지?’, ‘그렇게 하기 위한 도구는 무엇이 필요하지?’ 이런 생각들로 인해 읽는 행위도 멈추게 되었다. 나는 ‘그냥’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이라, 그것을 먼저 연습하고, 훈련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






그래도 어딘가에 나를 묶어둔다면, 작은 결과물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청했던 건데. 이렇게 되버리니 씁쓸하다.






내가 신청한 프로그램은 11월 한달동안 매일 글감을 제공해 주고, 11월 말에는 내가 쓴 글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주는 ‘에세이 캠프’와 12월 한달동안 매일 2025년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글감을 제공해주고, 12월 말에는 내가 작성한 글과 사진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주는 ‘2025년 아카이브 캠프’, 마지막으로, 3개월 과정이었는데, 내가 쓴 글을 출판까지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출판지원 캠프’ 였다.


11월과 12월에 매일 하나의 글을 써나가며,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르고 싶었고, 이 과정이 쌓여 내년 3월에는 뭐가됐든 출판까지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아마도 내 백수생활이 3월까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모두 날아가버렸다.






피해자는 전국에 2000명 가까이 있는 듯 했다. 대부분이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겠지. 아무나 글을 쓰고, 책을 내려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이루어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런 사기극이 벌어진거다. ‘나’로 살아가는 삶을 지원한다는 철학이 담긴 회사였는데, 이게 뭐람. 그 대표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되어 버렸다. 이 결과에는 당연히 좋지 않은 과정들이 쌓였기 때문이겠지.


나 개인으로 본다면,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넘어가고 싶다. 나의 마음과 시간을 그 사람에게 쓰며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거기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생각이 든다. 주말동안 나도 신고를 해봐야겠다. 그리고 나의 연말은 책을 읽는데 마음을 쏟아내야 겠다.


지금의 쉬는 시간이 나의 취미와 숨을 쉬는 방법을 습득해 나가는 귀한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지. 무언가를 또 해내려는 시간이 아니라, 그저 하루를 ‘현재’로 살며, 현재에 하고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일 잊지 말아야지.






모든 것이 내게 필요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 아니겠는가. 누군가가 보기에 운이 좋지 않다 생각할 수 있으나, 내 꿈은 타인이 짓밟을 수 없다. 내가 놓지 않고, 한발짝 앞으로 걸으면 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