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제발 근이완제 좀 주세요
"제발 근이완제 좀 처방해 주세요."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마약수들을 많이 보게 된다. 원래 마약수가 많은 건지 의사를 찾는 수용자 중 마약수의 비율이 높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내가 보는 환자 중에 느낌으로는 10명에 3명은 마약수다.
마약은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일시에 배출해 준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고 쾌락을 느끼는 것은 도파민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도파민을 살면서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내보낸다. 마약을 처음 했을 때 배출되는 도파민의 양은 원하던 학교나 직장에 합격했을 때, 짝사랑하던 이성과 교제를 시작할 때, 첫 경험을 할 때 보다도 훨씬 크다. 그 정도의 쾌락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마약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에겐 친구도 가족도 없다. 그저 쾌락만을 찾게 된다. 이건 그들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일주일 밥을 굶고서 눈앞에 맛있게 구워진 소고기를 참을 수 없고, 일주일 밤을 꼴딱 새운 뒤에 침대가 있으면 바로 누워버리지 않겠는가. 의지가 박약해서, 쾌락에 지배되어서라고 그들을 탓할 수 없다. 이미 병리적인 상태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뿐이다.
마약수들은 도파민의 쾌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교도소의 담장을 넘어온다. 쾌락의 굴레에 지배된 그들은 교도소 담장 안에서 조그마한 쾌락이라도 느끼려고 한다. 타이레놀을 갈아서 코로 흡입을 하는 등, 마약처럼 코 점막으로 흡수시키려는 시도도 한다. 더 간편한 방법은 '근이완제'이다.
근이완제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기에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환저에게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는 신체 전반적으로 나른한 느낌을 가져오며, 진정제를 복용해 왔던 마약수들에게 훌륭한 대체제이다. 처음에는 온갖 종류의 통증을 이유로 댄다. 손목, 허리, 목 등등 댈 수 있는 이유는 다 가져온다. 이후엔 점점 본심을 드러내 근이완제만을 요구하는 수용자들이 있다. 마약수가 근이완제만을 요구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각박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는 마약수들에게는 한 달 이상 근이완제를 주지 않는다.
마약으로 교도소의 담장을 넘은 그들이 어떻게 해서든 대체재를 찾는다. 그들이 쾌락의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교도 하는 게 목적이지만 쉽지가 않다. 그들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그렇지만 교도소 담장 안에서도 도파민을 갈구하는 그들이 나가서 손쉬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데 얼마나 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