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행동 : 고립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 생각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환경과 주변사람들의 의견과 조언을 무시할 수 없고 때로는 그 조언이 삶에서 엄청난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지혜로운 주변사람들 덕분에 수많은 결정을 현명하게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많은 생각과 가치관들을 공유하며 행복하게 지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내 삶은 나아지지 않고, 뭔가 도태되고 있다는 느낌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뭘까? 더 나은 환경과 주변 사람을 만나지 못한 탓일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삶은 행동할 때 주변 사람의 의견도, 좋은 환경도 의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동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은 그저 이론에 불과하다.
나 스스로 몸을 가꾸고 체력단련을 하는 환경에 있을 때 예쁘고 멋진 몸을 가진 사람들이 보이고 그 몸을 나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난다. 매주 한 번이라도 글을 쓰고 읽는 행위를 할 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의 표현력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삶도 내가 잘 살고 싶은 갈망이 있어서 어떤 행동이나 노력을 하고 있을 때 주위에 주도적으로 삶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 보이고 그들의 행동과 가치관이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도태되고 있다고 느낀 그 순간 결국 나는 정말로 변화된 삶을 원하기보다 익숙해진 욕구로 그저 좀비처럼, 가면을 쓴 탈처럼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원인은 단 한 가지. 내가 움직이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환경 탓, 사람 탓, 때론 운명 탓을 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어떻게 서든 이 상황을 돌파하고자 다른 분야의 일도 해보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여러 시도도 해봤지만 그것도 결국 최대 100일을 넘기지 못했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는 나의 답답함은 지속되었고 우연히 간 결혼식에서 어렸을 적 옆집에 살았던 언니의 이야기를 친구들로부터 듣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언니의 이야기가 알고리즘에 떴다는 그 한마디가 밤늦게 집에 돌아가서도 생각이 났고, 친구에게 언니의 계정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언니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언니는 스스로가 아무것도 해낸 것이 없다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너무 아팠고,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감정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때 불길 속에서 뛰쳐나오듯 스스로 만든 익숙한 환경을 다 벗어던지고 새로운 환경을 찾아 아주 진심으로 인생을 다시 쓰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행동함으로써 결과를 만들고 있는 언니의 이야기가 내게 깊은 떨림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잘 살아보고 싶어."라는 진심 어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다음날 아침, 호주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호주 와서 재밌게 살자. 빨리 비행기표 끊어."라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동안 "나는 내 삶이 있어." "이제 와서 호주로 가면 한국 와서 전부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 라며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진심이었다. 삶을 정말 다시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빠한테 다시 물었다.
"나 정말 가도 돼?"
호주로 워킹홀리데이에 간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부러워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쌓은 커리어는 어떻게 하냐는 걱정도 종종 있었다. 나도 똑같이 했던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호주에 온 진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고립.
여태까지 내 의식을 만든 것이 환경인 것처럼 나는 빠르게 변화하기 위해 기존 환경과 단절을 선택했다. 기존의 환경에 있으면 새로운 의식을 이식받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시켰고, 지금은 내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매일 행동하고 그 목표에 나를 맞추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과정은 조금씩 결과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이제 상황과 환경은 다 바꿨어. 행동만 하면 돼"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어느새 그 삶은 익숙해지고 무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모든 걸 바꾸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은 나에게 새로운 두 번째 인생을 살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