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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이호성 Feb 13. 2017

세계은행 견문록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World Bank / 세계은행

세계은행은 한국에서 학부 졸업 전까지, 나에겐 속된 말로 듣보잡 조직이었다. 아직도 나의 직장을 소개하면, 건축 전공한 친구가 (상업)은행에 취직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세계은행을 개발도상국을 돕는 국제기구 (UN 산하 특별기구)로 아는 사람들이 다수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 사는 지인들이 세계은행을 외국계 상업은행이나 제2금융권 은행으로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한국도 1955년부터 세계은행 회원국이 되었고, IMF를 전후해서 세계은행으로부터 공적 차관(IBRD)을 졸업했기 (명문화된 졸업은 2016) 때문에 많은 한국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조직인 것 같다. 국제금융, 국제경제, 국제관계학 등 을 전공하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거나, 2012년 상반기에 뉴스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세계은행 총재에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씨가 선임되었다는 소식으로 한 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워싱턴 DC 소재 세계은행 본부 MC 건물, 방문자 센터에 걸려있는 세계은행그룹 연대기 중 현재 이야기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건축가가 되겠다고 건축학과에 진학하고, 딱히 국제기구에서 일해보겠다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나는 어쩌다 이곳에서 벌써 만 4년째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두 가지 1) 사회에서 직장경험 그리고 2) 직장에서 인연 덕분에 가능했다고 서울시립대 특강에서 밝힌 적이 있다. 이는 학부 시절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진로를 걷게 된 (미화하자면) 비결이기도 하다. 

세계은행에서 만난 서울시립대 강명구 교수님 초청으로 가졌던 인생 첫 대학 강연, 5년 간의 다양한 직장경험에 대해 이야기함

나는 학부 졸업 후 민간 컨설팅 회사인 Arthur D. Little (ADL) 서울사무소에서 반년, 그리고 국토연구원에서 1년 남짓 근무 후 석사 공부를 하겠다고 뉴욕으로 떠났다. 재밌는 것은 ADL 근무 당시 팀장이었던 송기영 팀장님 (현 상무님)이 나에게 시켰던 첫 개인적인 리서치가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자간개발은행(MDB)에서 발주하는 인프라 시장의 규모를 계산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때 데이터를 찾기 위해 세계은행 홈페이지에 처음 접속해 보았고, 나중에 국토연구원 면접 당시 이 경험은 내가 면접을 수월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자세한 에피소드는 공저인 “건축, 전공하면 뭐하고 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찾아보시길)


2011년 8월 국토연구원 퇴사 후 뉴욕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도미한 다음날 나는 워싱턴 DC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연구원 상사셨던 조진철 박사님이 국토부 분들과 세계은행으로 출장을 오셔서 박사님을 따라간 게 내가 세계은행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계기였다. 국토연구원 재직 당시 세계은행과 일을 같이 많이 했는데, 당시에는 세계은행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딱히 해보진 않았다. 6년 전 내 머릿속에는 뉴욕에서 시작할 새로운 삶 그리고 석사 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로 계신 왕형근 박사님의 부름으로 2012년 여름 한 달여간 인턴 생활 이후, 2013년 5월부터 워싱턴 DC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계속 세계은행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 와서 이 글을 쓰는 데까지 거의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세계은행에서 일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점들을 글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만 많았는데,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내 경험들을 더욱 쉽게 많이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본 매거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들로 구성될 예정이고,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지 않음을 미리 밝힌다. (그래서 때로는 다소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음) 매거진 업데이트 주기는 출장일정에 맞춰서 매우 불규칙적일 것으로 예상됨. 


독자 중 혹시 세계은행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내가 대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라면 다른 한국인 동료분들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궁금증이 해소되도록 노력해 보겠다.


2017년 2월 13일 성이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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