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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이호성 Feb 21. 2017

이름모를 나의 첫 나이키

신발 역사의 시작

나는 Sneakers로 불리는 신발들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신발에 대한 나의 애정은 조금 유별나다. 취미로 인스타그램에 매달 내 신발 사진들을 찍어 올리고 있기도 하다. (신발 사진만 올린 지 1년이 되어간다 https://www.instagram.com/yeah2o/) 중학교 시절 미국에서 육상부 활동을 하면서 러닝화 그리고 나이키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레고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브랜드에도 관심이 없던 내가, 나이키를 통해 브랜드라는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1,166 개 포스팅 중 최근 업로드한 약 120개의 사진들이 신발 사진들이다

돌이켜보면, 중학생이었던 나는 나이키 신발이 내 달리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나이키 신발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같이 육상을 하는 친구들 그리고 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스포츠 브랜드 신발을 신고 다녔기 때문에 청소년기 시절 남들과 같아지고 싶은 욕구가 더 커서 나이키를 가지고 싶었다.  


나의 첫 나이키 신발은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름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신발 자체보다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나에겐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육상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아웃렛에서 아빠와 언성을 높이면서 샀던 이름모를 나의 첫 나이키 신발. 대학교 시절 부모님이 이사를 하시면서 나의 첫 나이키 신발은 사라졌지만, 나이키는 나의 삶 그리고 나의 정체성을 논하는데 빠질 수 없는 큰 부분이 되었다.

이름모를 나의 첫 나이키 신발, 신발은 없어졌지만 다행이도 고등학교 때 사진 한장 남겨두었다

미국에서 7학년을 마치고 남은 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보내면서 나는 나이키를 단순히 신발 브랜드로만 보지 않았다. 나는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에 매료되었고, 제품을 넘어 광고 그리고 마케팅 등의 영역으로 나의 관심사 또한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99년 육상부 활동이 끝난 지 18년이 흐른 이 시점에도 내가 혼자서 가장 즐기고 필요 이상으로 하는 것이 신발 쇼핑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강릉에 살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에서 신발들을 살 기회가 많아졌다. 학교에서도 가깝고 신발 가게들이 밀집해 있던 이태원을 매주 출근하듯 둘러보고, 지금은 없어진 내쉬빌이라는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틀어주던 영화를 즐겨보던 기억이 아직도 추억처럼 남아있다. 

어떤 도시를 가건 내가 꼭 들리는 곳이 있다. 나이키 매장. (사진은 암스데리담 나이키 매장의 모습)

내가 신발 쇼핑을 하기 위해 찾던 (10년 전) 이태원은 지금과 같은 핫 플레이스는 아니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이국적인 멋과 맛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공간과 같았다고 할까? 

나의 나이키 그리고 신발에 대한 관심은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짝사랑에 가까웠다. 나이키 코리아 인턴 면접을 두 번 떨어져 보고, 학교의 많은 건축 전공 과제들을 나이키 혹은 신발을 통해 풀어나가려고 했던 건 이런 나의 신발 사랑의 증거들이라 생각한다. (건축 과제들과 관련된 나이키 브런치 포스트 추후에 업데이트 예정)


지금의 나의 모습과 10년 전 그리고 20년 전 나는 어떻게 다를까? 20년 전 중고등학교 시절 나의 상상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서 교과서 여백의 낙서 혹은 머릿속의 상상으로 끝났고, 10년 전 대학시절 나의 상상은 교내외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현실이란 무엇인지 글 밖의 세상을 발로 누비고 다니면서 배운 시기 같다. 지금은 예전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하고, 나의 두뇌 회전도 느려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꿈꾸고 상상하는 세상이 작아지거나 현실적이지만은 않다. 한 가지 바뀐 게 있다면, 지금은 큰 그림에 대한 구상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작은 것 하나라도 현재의 삶 속에서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는 점이다. (이 글처럼 일단 발행하고, 추후에 부족한 점은 계속 수정하겠다는 생각)

월간 그런사람 창간호 (2016년 4월) 중 일부 발췌

내가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정운(brunch.co.kr/@aboutexpression)이가 시작한 월간지 ‘그런사람’에 ‘나이키 나의 키’라는 주제로 글을 잠시나마 연재했던 것도 그만큼 나이키는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나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크게 끼쳤기 때문이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브런치. 하지만 가장 기다려지는 식사시간. '그런사람'에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나이키와 관련된 나의 이야기들을 브런치 같이 맛난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나누고자 한다.  


2017년 2월 20일 성이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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