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도면 평탄한 삶이야"라고 내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 늘 슬픔의 크기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고는 했지만, 당신의 삶을 보면 나의 슬픔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싶을 정도이긴 하다. 그러곤 과연 내가 당신과 친구가 맞을까 생각한다. 친구가 되기엔 내 삶은 너무 평탄하니까. 오르막도, 내리막도, 결국 견딜만한 수준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 "살 만하다"라고 느끼고 있으니까. 100% 이해할 수 없어도 그저 옆에 있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친구겠다마는. 그것마저도 버거울 정도로,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의 격차가 너무 큰 탓에, 그 간극에서 오는 괴리감을 느끼는 순간 당신과 나의 세상은 다른 곳에 있음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사는 부류의 세상을 옆에서 종종 지켜본 적이 있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곧 당신이 발 딛고 사는 세상을, 그 세상에서 살아가느라 썩어 문드러진 당신의 마음에서 나는 악취에 그만 넌더리가 난다. 그 악취는 내 마음을 파고들고, 내일도 내가 살아가야 할 하루를 서서히 썩게 만든다. 아무렇지 않게 늘 하던 대로 악취를 풍기며 나와 친구가 되려는 당신은 이런 나의 마음을 모르겠지. 당신의 주변엔 또 다른 당신들이 있고, 그 곁에 또 당신들이 있다. 당신들은 그 세상에서 그렇게 살아간다. 진실보다는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거짓이 아무렇지 않은 세상에서.
그런데 왜 자꾸 내 마음은 당신들에게로 향하는 걸까. 당신들의 그 끝없이 비참한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나는 무엇을 보고 싶은 걸까? 나는 그 악취로부터 멀리 떠나 내 마음을, 내 일상을 지켜야 하는 걸까? 아니면 끝까지 가서, 그 끝에 뭐가 있을지 보는 게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