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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동 시리즈 두 번째 #161031_161227
컨테이너가 쫙 깔리고 마을을 구분지어 주는 철로를 넘어서면 홀로 세월을 한 아름 끌어안고서 동네의 남은 것들과 함께 낡고 있는 우암동이 있다. 빈 집과 무너진 집이 건물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낡았지만 어딘가 견고한 느낌이 든다. 세월을 잔뜩 먹어서일까. 집을 먹고 자란 수풀을 견디지 못한 지붕은 무너져 내렸지만 결코 여려 보이지는 않는다. 가게 문을 열지 않은 캄캄한 시장과 중심을 잃고 기울어가는 벽들에서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동네.
어디로 들어가든 이어져있는 골목길을 따라 지붕에서 지붕으로 통하는 계단 길을 오르다보면 저 멀리 부두와 바다가 보인다. 납작한 집들과 파란 줄무늬의 목욕탕 굴뚝, 수많은 옥상 위 물탱크와 저 멀리 부산항대교 끝에 걸쳐있는 영도까지. 무엇 하나 고요하지 않은 풍경이 없다. 내게는 옛날인 그 시절에 급하게 피난을 와 한 몸 뉘일 공간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던, 산을 따라 촘촘히 지어진 작은 집들은 마치 땅에서 자란 나무마냥 자연스럽고, 집과 집 사이를 잇는 길은 원래 그렇게 났다는 듯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작지만은 않은 동네에서 참 많은 것들이 땅에 뿌리를 내린 채로, 마저 묵묵히 살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