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have some change?

사람을 살리는 음식

by Jinny

대학 졸업을 앞둔 사 학년,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진로 고민을 시작하던 여름이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던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민할세 없이 모두들 뛰어드는 취업전선에 나도 자연스레 합류하고 있을 뿐이었다. 회사에 바로 취업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전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그만둔 기분이었다.


4년 동안 배운 전공은 쓸모가 없는 걸까, 끝나지 않은 체 전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하는 걸까. 원서를 쓰면서도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취업준비를 접고, 뉴욕의 요리학교 CIA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로 떠나게 되었다. 취업에 대한 회의감은 꽤 복잡했지만, 요리로의 전환은 꽤 간단했다. 그저 사람은 영양소(nutrients)를 먹는 게 아니라 음식(food)을 먹는 거라는 생각이었다.


요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 처음 1-2년은 순탄치 않았다. 입학 후 첫 두 학기는 열등생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고, 이후 실제 첫 레스토랑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곳에서도 나아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새로운 환경에 점점 익숙해져 갔고 또 그렇게 셰프로 살아가는 인생을 조금씩 상상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그 삶이 꽤 즐거웠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풀타임 셰프가 되면서,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먹고, 기뻐하는 것이 좋았다. 늘 새로운 식재료와 고급 요리들을 배워나가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나 내가 정말 즐거웠던 순간은 레스토랑 직원식을 요리할 때였다. 서비스 준비 시간을 쪼개서 자원하여 만드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느 때부터 엔가 직원들을 먹여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만들던 것 같다. 내가 만든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그 힘으로 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때 음식이 사람을 살리고, 힘을 내게 하는 것임을 처음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레스토랑에서의 시간은 흐르고,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지려는 어느 날 나는 또다시 처음 그 순간과 동일한 회의감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날은 특별히 오너 셰프까지 합세한 유명인사의 화려한 만찬을 준비하는 밤이었다.

최고의 식사를 위한 값비싼 식재료는 물론이고, 레스토랑 전체가 그 한 끼를 위해 움직였다. 모든 팀원들의 노력에 결실을 맺어, 그 디너는 거액의 팁과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는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 약간은 공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음식 그리고 그 공간과 대비되는 뉴욕의 밤은 그날 유난히 더 쌀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우연인 듯 짜인 각본처럼 허름한 차림의 노숙인이 걸어와 내게 말을 걸었다.


"Can you spare some change for a pizza? (피자 한 조각을 사 먹을 잔돈 있나요?)"


어떤 사람에게 음식이란 사치품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 음식은 순간의 기쁨과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 도있다.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먹을지에 대한 고민은 딱히 그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한다면 그들 대신 고민해 줄 사람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음식은 죽고 사는 것의 문제이다. 먹지 못해서 하루를 살아내기도 힘든데, 건강한 음식을 생각할 여유라니...


영양학을 삶 속에서 적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요리를 선택했지만, 건강한 식사는 때로는 다양한 이유로 좌절될 수 있었다. 정말 어떻게 먹는 것이 건강한 것인지 모를 수도 있고, 요리하는 방법이 어려울 수도 있다. 또 누구는 시간이 없어서, 누구는 (거리의 홈리스처럼)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더 크게는 푸드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권력 싸움 (Power Dynamic) 일 수도 있다. 소비자의 무지를 틈타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기업들, 자연식품에서 벗어나 점점 더 가공의 과정을 더해가는 값싼 가공 식품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개인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따라 음식을 바라보는 태도와 기능이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가서 그날 밤 나는 좀 더 선명한 그림을 그렸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사람들을 살리고, 힘을 실어주는 일에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요리로의 전환이 빨랐던 그날처럼 나는 일을 바로 그만뒀고, 그다음 해 뉴욕에 한 대학원에 들어갔다.


Nutrition Education이라는 전공이 나름 생소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건강한 식사를 하도록 격려하는 모든 활동과 방법들을 연구한다. 영양 과학 지식을 다루는가 하면, 식행동과 관련된 환경 요인들을 분석한다. 또 개인을 넘어선 환경 문제와 사회 시스템과 구조를 살피고, 옳은 방향을 판단하며 그에 맞는 행동을 실천하도록 알리고 도와준다.



이런 공부를 나는 현재 하고 있다. 꽤 여러 경험을 거쳐 돌아왔지만,

식품과 영양이란 결국은 건강한 식생활을 증진하기 위한데 그 비전이 있고, 나는 그것을 도와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결국은 건강한 식행동을 실천하기 위해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갈 생각이다. 건강한 음식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쉽게 설명하기도 하고, 우리의 식행동을 결정하는 여러 환경 요인도 알아볼 것이다. 우리가 쉽게 관심 갖지 못하는 환경과 사회 문제도 알리는데 동조하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음식은 우리 일상의 일부분 이기에, 먹는 것과 관련된 일상적인 고찰들도 가볍게 나누어 볼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많고, 건강하게 먹고 싶고, 또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다면 함께 응원해주길 바란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세요 :)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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