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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택근 Jul 15. 2024

뮤지컬 수첩

#4 비극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들


    고대 그리스는 서양 연극의 기원을 이루는 비극의 탄생지이다. 3대 비극 작가로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그리고 에우리피데스가 있다. 이들은 기원전 5세기경에 활동했으며, 이 시기는 페르시아 전쟁(기원전 499년-449년)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년-404년)이 발발했던 시기이다. 페르시아 전쟁 후 아테네는 황금기를 맞이하여 자연스레 문화적 그리고 예술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후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배하여 정치적, 사회적으로 쇠퇴하기 전까지 이 세 작가들은 비극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들은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의 고통을 작품을 통해 강조했으며 시민들이 한 곳에 다 같이 모여 이들의 작품을 관람하며 감정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Aeschylus (https://en.wikipedia.org/wiki/Aeschylus)

1) 아이스킬로스(Aeschylus) : 


비극의 아버지라 불린다. 초기 비극은 주로 한 명의 배우(주인공)와 합창단(코러스)으로 구성이 되었었으나 그는 합창단(코러스)의 역할을 축소하고 배우의 수를 늘리는 시도를 하였다. 배우의 수가 늘어나며 자연스레 인물들 간의 대화가 생겨 더욱 복잡한 이야기 전개가 가능해졌다.


아이스킬로스는 페르시아 전쟁 마라톤 전투(기원전 490년)에 아테네 군으로 참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험이 그의 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는데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페르시아인들(The Persians)>, <오레스테이아(Oresteia)> 등이 있다. 


<페르시아인들>은 그리스 비극 중 유일하게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 알려지고 있는데,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전쟁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물리친 내용을 담고 있다. <오레스테이아>은 3부작으로써 전쟁이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는 트로이 전쟁 후 아가멤논의 귀환과 그 이후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다루어 전쟁의 참상과 도덕적 혼란을 표현을 하였다. 


Sophocles (https://en.wikipedia.org/wiki/Sophocles)

2) 소포클레스(Sophocles) : 


아이스킬로스의 후배인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68년 그의 첫 비극 경연에서 아이스킬로스를 이기고 우승하였다고 전해진다. 28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아버지뻘인 아이스킬로스를 이기고 소포클레스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세대가 흐르면서 비극의 형태와 연극의 스타일이 변화하였는데 그에 맞는 심사 기준과 관객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먼저, 소포클레스는 두 명의 배우 체제에서 세 명의 배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또한 "페리악토이(Periaktoi)"라는 회전식 삼각기둥을 사용하여 신속하게 배경을 전환할 수 있게 하였으며 스케네 외벽에 그림을 그려 배경을 설정하는 데에도 사용을 하였다. 배우와 합창단이 모여 '연기'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극의 장소와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던 것이다.


놀랍게도 그는 그의 생애 동안 몇 차례 전쟁에 참여하였는데 페르시아 전쟁 살라미스 해전 해군의 일원으로 그리고 아테네와 사모스 간의 전쟁 때 장군으로 임명되어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단순한 극작가를 넘어 아테네에서 중요한 공직을 수행했었다. 이러한 그의 정체성이 비극 작가로서 인간의 운명, 전쟁의 참상, 도덕적 갈등 등의 주제의 이야기를 쓰는데 영향을 끼쳤다. 소포클레스였기 때문에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으며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주요 작품으로는 <오이디푸스 왕(Oedipus Rex)>, <안티고네(Antigone)> 등이 있다. <오이디푸스 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선정한 최고의 비극이다. 인간의 운명, 자유 의지, 진실 탐구, 비극적 결말 등을 주제로 한다. <안티고네>에서는 형제의 매장을 둘러싸고 크레온과 충돌하며 전쟁 후의 정치적, 도덕적 혼란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Euripides (https://www.worldhistory.org/Euripides)

3) 에우리피데스(Euripides) :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은 다른 비극 작가들과 달리 신들의 역할을 축소하고 인간의 행동과 선택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여성 인물들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였다. <메데이아(Medea)>에서는 복수와 배신, 여성의 분노와 사회적 불평등을, 그리고 <트로이의 여인들(The Trojan Women)>에서는 트로이 전쟁 후 패배한 트로이의 여인들의 운명을 다루어 전쟁의 여파와 여성들의 고통을 이야기하였다.


그는 인간적이며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썼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니체 또한 그의 저서 <비극의 탄생(The Birth of Tragedy)>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에우리피데스가 비극의 장엄함을 훼손시키고 비극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과연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기존의 신화적이고 영웅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인간의 심리와 현실적인 문제를 깊이 탐구했던 그의 작품은 시민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후에 헬레니즘 시대 그리고 로마 시대로 넘어가면서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이 더욱 연구되었다고 하니 이는 시대에 따라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특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장치를 도입하였다. 이것은 "신의 기계'라는 뜻으로 극 마지막에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기중기에 매달려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이다. 

또한 그는 "에크키클레마(Ekkyklema)"라는 무대 장치를 사용하여 죽은 인물들을 무대로 끌어내어 보여주는 역할로 사용하였다.



-무대 장치들

https://ancienttheatrearchive.com/glossary-term/periaktoi

1) 페리악토이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면에 다른 배경을 그려놓아 장면에 따라 다른 배경을 보여주는 데에 사용하였다.


현대 작품에서 페리악토이 기법과 유사하게 사용한 작품으로 <맘마미아!(Mamma Mia!)>를 예로 들 수 있다. '맘마미아!'의 무대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벽과 문, 창문 같은 주요 세트 조각들이 회전하거나 이동하여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특히, 하나의 중심 구조물을 회전시키거나 다양한 배경이 그려진 패널을 바꾸는 방식으로 장면을 전환하는데, 이는 페리악토이 기법의 핵심 요소와 일치한다.


또한 기술이 발전으로 현대 작품에서는 프로젝터로 무대 뒤 LED 스크린 혹은 양 옆으로 배경을 투사하여  낮과 밤의 시간대 변화와 장소의 배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페리악토이 기법의 현대적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https://ancienttheatrearchive.com/glossary-term/deus-ex-machina

2) 데우스 엑스 마키나


J.R.R. Tolkien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한(The Return of the King)>에서 프로도와 샘이 절대 반지를 파괴한 후 용암에 갇혀 탈출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독수리들이 갑자기 날아와 그들을 구출한 장면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기법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기법은 "기계로부터의 신"이라는 뜻으로, 극의 마지막 부분에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갑자기 등장하여,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는 극적인 반전을 제공하지만, 종종 이야기의 결말이 지나치게 인위적이거나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반지의 제왕의 팬들 사이에 자주 언급되는 질문 중 하나는 "그럼 애초에 독수리를 타고 운명의 산으로 가서 반지를 파괴했으면 됐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기법이 가지는 대표적인 비판점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비판은 이야기의 흐름을 감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톨킨의 세계관 속 독수리들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신성하고 고귀한 역할(상징)을 맡고 있었으며 지능적이며 인간과 엘프족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호빗'에서 독수리들은 이미 구원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맡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https://ancienttheatrearchive.com/glossary-term/ekkyklema

3) 에크키클레마


"끌어내다", "끌어내는 것"을 의미하며 바퀴가 달린 형태로 제작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는 잔인한 사건과 살해 장면을 무대 위에서 직접 보여주는 것이 금기시되어, 이러한 장면은 무대 뒤에서 발생시키고 그 결과를 에키클레마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에크키클레마의 예를 들어보면 대표적으로 뮤지컬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속 바리케이드 장면을 들 수가 있다. '레 미제라블' 작품 속 바리케이드는 주요 장치로 이용이 되는데, 특히 이 바리케이드 전투 장면에서는 바리케이드 뒤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관객에게 보여지는 걸로 연출이 된다. 특히 전투 후 많은 인물들이 바리케이드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무대 앞으로 이동시켜 보여주는 이러한 방식을 에크키클레마의 현대적 적용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스위니 토드 <Sweeney Todd: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에서도 예를 들어볼 수가 있다. 주인공이 이발소 고객들을 살해한 후 시체를 지하실로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이발의자를 이용해 시체를 무대 아래로 이동시키는 방식 또한 에크키클레마의 원리를 적용한 예라 할 수 있겠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들은 극의 대본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상, 소품, 무대 장치 등 연극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였다. 연극이 종합 예술로서 변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극의 전체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관객에게 더욱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현재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비극 작품들은 총 32편(아이스킬로스 7편, 소포클레스 7편, 그리고 에우리피데스 18편)이다. 이 작품들은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으며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이 문학적 유산들을 통해 현대인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가 비극을 읽어야 하는 이유

Simon Critchley의 저서 <Tragedy, the Greeks, and Us>를 통해 우리가 비극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본다.


1. 인간 본성의 이해:

비극 속 인물들이 겪는 고통, 운명, 한계 등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 도덕적 복잡성:

비극은 도덕적 모호성과 윤리적 딜레마를 다룬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제시하여, 비극을 관람하는 우리로 하여금 복잡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러한 고민은 우리의 도덕적 사고를 깊이 있게 만든다.


3. 공적 및 사적 삶의 갈등:

비극은 개인의 사적 욕망과 공적 의무 간의 충돌을 다루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관련이 있는 주제라고 말한다. 이러한 갈등을 통해 우리가 공적 삶과 사적 삶 사이의 균형을 이해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4. 현대 문화 비판:

그는 현대 문화가 종종 단순화되고 피상적인 철학에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비극이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고, 삶의 어려운 진실과 직면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현실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더 잘 받아들이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게 한다.


5. 감정적 및 심리적 영향:

비극은 최종적으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비극을 읽고 관람함으로써 복잡한 감정을 처리하고 공감을 키울 수 있다. 이는 개인적 성장을 촉진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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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고대 그리스 비극과 기독교적 관점에서 인간의 선택, 운명, 그리고 신의 권위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를 비교하며 비극의 기원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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