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런 날도 있지

특별한 날

by 이우선주

'나'라는 사람을 받아들이기 참 힘든 날이 있다.

지내온 시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실감하는 날이 있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날이 있다.

어떤 말도 글도 내 안에 들어올 수 없이 막혀버리는 날이 있다.


어릴 때는 내 나이가 되면 멋진 어른이 될 것 같았다.

대학생 때는 졸업하면 내가 자동으로 든든한 사회인이 될 줄 알았다.

인생의 참가자들을 승리자와 패배자로 구분 짓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따졌을 때 내가 명확한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정말 열심히 근육 운동을 시작한다.

마음의 근육, 생각의 근육을 치열하게 단련한다.

아니, 나는 패배하지 않았어. 아니, 이건 승리의 과정이야.

맞아, 지금은 시간의 단면에 불과해. 인생은 성질이 완전히 다른 거야.


오늘 좀 우울할 수 있지. 유난히 힘을 내기 어려운 날이 있지.

그렇지만 오늘은 지나갈 거야.

낮에는 구름이 다 떠가고 밤 동안에 별도 서서히 움직이며 지는 것처럼,

지금의 기분도 잠시 뒤에는 흘러갈 거야.


굳이 거창한 꿈을 꾸지 않는다.

내일은 행복할 거라는 논거 없는 위로도 스스로에게 하지 않는다.

다만,

그래, 이런 날도 있지, 하고

열 배는 더 아프고 무거운 오늘을 특별한 날로 만든다.


힘들지 않다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애처로워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냥 보통의 사람, 조용하게 살아있는 존재로 나를 대한다.

감정의 바다에 폭풍이 몰아쳐 배가 이리저리 흔들릴 때,

선실에서 귀를 막은 내 안에 전할 뿐이다.


이런 날도 있지.

잘 지나갈 거야.


월, 목 연재
이전 11화나는 잘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