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을 쓰기까지에 들어간 호흡의 횟수를 생각한다.
첫 자음을 누르기까지 거쳐온 많은 소음과 높고 낮은 울음들을 떠올린다.
읽는 한 호흡에 달하는 만큼도 집중하지 못하는 어지러운 나를 본다.
뭉텅이로 몰려있는 생각은 헤집지도 못할 구름 높이에 있다.
목적 없이 분다던 바람도
사실은 정해진 방향이 있다.
본래 모습을 다 덮어버린 흰 눈발도
이제는 다 녹아 봄의 초록으로 물들었다.
위로만 자라는 줄 알았던 나무도
해마다 그 그늘은 몇 배로 늘어난다.
나에게 정해진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정할 수 있는가.
철 따라 바람 따라간다는 인생은 어쩌면
지독히도 질서 정연한, 한없이 평온하다는 뜻일까.
햇볕이 가느다란 선인 줄만 알고,
어떻게든 지하를 뚫고 나온 문장의 줄기가,
땅 위를 한가득 채우는 빛의 공간을 목격한 지금,
부피만 커진 쓸모없는 생각과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몰라,
쩔쩔매다 다시 흙 안으로 웅크리는 나는,
그래도 아직은 찬 기운이 서린 땅에
다시금 온몸을 적셔 생각을 냉동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