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에서…
내가 책을 이렇게 읽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흔히 공무원 것들(?)하면 칼퇴를 떠올린다.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업무를 맞냐에 따라 다르다.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휴직은 사실 도망이었다. 아빠도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셨고. 내 몸도 아팠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망가진다. 모든 게 한순간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툼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웬만하면 참는다. 나이 들어서 들어간 직장이라 내 나름대로 눈치를 본다. 미리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까 봐...
아무튼, 책은 나의 도피처다. 현실로부터.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이대로 살다 간 내 정체성이 무너져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놓지 못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서 번듯한 교양인이 되고자 함이 아니다. 난 그저 도망칠 곳이 필요했을 뿐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걱정도 사라진다. 그렇다고 백 프로는 아니지만 순간순간 다른 세계로 간다. 타임머신이 나에게는 책이다. 현실의 초라함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몸부림친다.
누가 보면 공무원 것들 여유 있으니까. 뭐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입 밖으로 내기도 그렇다. 내가 보기엔 나만 빼고 다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말이다. 나는 나로 살아갈 의무와 책임이 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