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회사 다니기 힘든 이유가 뭘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자율성이 없는 일이 많을수록 힘들다.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적을수록 재미가 없다. 더구나 태클이 들어오기까지 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아침에 눈을 떠 드는 생각은 빨리 집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면 그만두어야 하지 않나 싶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이런 표현은 좀 거시기하지만. 아무튼 생계형이라고 해두자. 맞벌이도 힘든 세상이다. 아이 둘에 양가집 부모님 용돈에 행사가 줄 줄이다. 사람 구실 하면서 사는 게 다 돈이 든다. 그렇다고 대놓고 돈돈돈 하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체면이라는 게 있으니. 이것도 지켜야 하고 저것도 지켜야 하고. 나잇값 한다는 것이 그렇다. 생계형이라고 하니 이렇게 구구절절이 한없이 찌질해진다.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는 수백만 가지다. 자유의지로 회사를 다니지만 이유를 들여다보면 자유의지가 맞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 이유가 이유답지 않아서 힘들다.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닌다고 해도 복병은 한두 개가 아니다. 그놈의 인간관계가 말썽이다. 나도 내 자신이 마음에 안 들 때가 많다. 그렇게 죽고 못 살 것 같아 결혼한 사람 사이도 마음에 안 들어서 이혼도 하는데. 그냥 타인들이 만나 엉키고 설켜서 일을 하는데 불협화음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하게 상처 받고 헤어진다. 나도 누군가의 기억에는 상처를 준 사람일지 모른다. 이상한 사람도 만나고, 나랑 안 맞는 사람도 만나고 때론 좋은 사람도 만난다. 불행한 것은 좋은 사람만, 나랑 맞는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상사든 동료든. 아하. 이런 복불복의 세계에서 언제쯤 스스로 진화해서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까? 푸하하. 아무렇지 않게 되면, 사이코패스가 되거나 해탈의 경지의 인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한탄을 해봐도 내일의 태양은 다시 뜨고 다시 회사를 가야 한다.
-밤에 쓴 일기 20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