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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an 14. 2022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박경리 “토지”를 읽으며

도서관에 가서 박경리의 [토지]를 빌리려고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항상 1권이 없다. 예약도 여러 명이 되어 있어 게으름뱅이인 나에게는 여러 번 시도를 하다 포기한 책이기도 하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큰 마음을 먹고 [토지] 20권을 질렀다. 명품백 대신 [토지]를 선택한 나 자신이 멋지기도 했다. 이런 자부심(?)도 잠시 책은 책장도 아닌 옷장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다. 그렇게 원했던 [토지]1권을 몇 장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가 없었다.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인물들이 사용하는 대화체는 구어로 발음되는 대로 쓰여 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서 이게 한국말인지 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생소한 낱말들이 책을 읽는 내내 거슬리고 집중할 수 없었다. 나에게 [토지]는 영문으로 된 책을 더듬더듬 읽는 것과 같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장편을 읽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데 장편은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감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말하는 그토록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획을 긋는다는 평을 가진 책을 꼭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때가 되면 읽으리라고 다짐했다. 그때가 지금이다. 현재 3권을 읽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모르는 단어가 나오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타면 그런 것은 추측이 가능하다. 문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봐야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의미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간다.


[토지]의 시대적 배경은 동학운동에서부터 행방 직전까지이며, 최참판댁이라는 양반가의 손녀 “서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군중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3권을 읽고 있는 현재 나의 생각이다. 장소는 하동 평사리이며 그 지역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최고의 양반가 최참판댁과 소작농, 노비, 무당, 스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살이를 볼 수 있다.


요즘 ‘오징어 게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당연히 메인으로서 이야기의 흐름의 중심이다. 하지만 조연들을 보면 역할로는 조연이기는 하나 각각의 캐릭터만 놓고 보면 주인공과 별반 다를  없다. 각자의 스토리와 개성이 있기때문에 조연이지만 주인공 같은 조연들이다. 뜬금없이 ‘오징어 게임  꺼내는 이유는 [토지]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오징어게임에서 처럼 하나같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을 받혀주기 위한 인물이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했던 사람들이다.


어쩜 내가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이유는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토지]에 나오는 인물들은 빛이 난다. 화려한 빛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린 다른 것이다. 그뿐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지는 본인의 선택이고 운명이다. 그러니 주인공이 아니어도 슬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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