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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Sep 30. 2022

k-장녀

엄마에게 첫째 딸의 의미

k-장녀란? 우리나라에서 첫째로 태어난 딸 혹은 맏이 역할을 하는 딸이다. 가정 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며 의무를 다 하려는 책임감이 크다. k-장남과 구분되는 역할이 존재한다. 집안의 대소사로 크기를 나눈다면 장남은 집안의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장녀는 특히 엄마의 심리적 지지자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요즘은 장녀든 장남이든 성향과 여러 환경적인 상황에 따라 역할의 구분은 다를지 몰라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k-장녀로 사는 일은 나의 여러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k-장녀에게 요구되는 역할 기대를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유교문화에서의 효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를 섬겨야 하는 문화에서 파생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처럼 부부 중심의 가족관계가 아니라 아버지가 집안의 “장”이며 어머니는 “장”을 내조하는 넘버 2가 된다. 넘버 2를 중심으로 자녀들이 뭉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장녀나 장남이 그 역할을 같이 수행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어머니가 기댈 사람은 사실 남편인 아버지다. 자식이 아니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아버지는 돈만 벌어다 주면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해 왔다. 이건 집집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그랬다. 결국 아버지의 역할 일부를 장녀나 장남이 떠맡게 된 것이다. 


나는 할 일 목록을 작성한다. ‘엄마에게 전화하기’ 자주 못 뵈니 전화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전화를 하면 반갑기도 하지만 막상 전화하기 전에는 망설여진다. 이 마음은 무엇일까. 의무감 때문이다. 똑같은 말을 이렇게 저렇게 반복하는 엄마. 어느 때는 괜찮다가. 어느 때는 안 괜찮다. 전화를 끊고 나면 숙제를 다 한 것처럼 마음이 후련하다. 며칠 전화를 안 드리면 엄마가 전화를 한다. 그래서 먼저 전화하는 편이 낫다. 


엄마의 말은 나를 상자 속에 가두는 기분이다.

“우리 딸밖에 없다.”


어렸을 때는 엄마의 딸이 되고자 했다. 기꺼이 k-장녀로 살 생각도 했다. 결혼하지 않고 그냥 딸로 살까 생각도 했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풋) 이제 k-장녀라는 역할놀이를 내려놓는다. 나에게는 맞지 않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냥 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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