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민 쟁이
브런치 작가명을 지을 때 고민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필명을 보고 너무 창의적이어서 놀랐다. 필명이 꼭 고유명사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구나. 또 자신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문구의 필명들은 내 뒤통수를 치는 것 같았다. '아, 이 정도는 돼야 되는구나!' 내 머리는 하얘졌다. 빨리 지어야 하는데. 막내아들은 답이 생각이 안 날 때 자신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다고 말을 한다. 내가 꼭 그 심정이었다.
원래는 필명을 ‘무위(無爲)’로 하려고 했다. 무위도식(無爲徒食)의 의미도 있고, 노자사상의 무위(無爲)를 포함하는 의미로 쓰려고 했다. 멋지기도 하고 내가 나름 추구하는 바와 같아서이기도 했다.
큰 아이에게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옛사람 같아서 별로라고 한다. 주의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결국 무위라는 필명은 포기했다. 내 필명이니 내 맘대로 지어도 누가 뭐라고 하겠냐마는.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나에게 그 필명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누가 이런 거 신경이나 쓴다고. 혼자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건가.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고민을 했을까. 10개 정도의 필명을 노트에 적고 읽어 보아도 가슴에 확 와 닿는 게 없었다. 나 같지 않은 필명들이었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그냥 이름으로 결정했다.
현재 내 필명은 성희다. 어렸을 때 엄마와 아빠는 나에게 다른 이름을 지어 주셨다. 어쩌다 보니 엄마가 지어준 ‘성희’라는 이름을 못쓰게 되었다. 아빠가 지어준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엄마가 지어준 이름을 사용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서다. 필명일 뿐인데도 브런치에서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또 한 가지 고민이 더 있다. 작가 소개란에 무엇을 적을지 고민이다. 다른 작가들의 작가 소개를 볼 수록 느끼는 거지만 자신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작가 소개란도 몇 번을 쓰고 지우고 지운다. '글 쓰는 사람'이라고 적는다. 내가 글 몇 줄 쓰고 있다고 글 쓰는 사람이라고 적는 게 맞나? 앞으로의 포부를 적을까? 이것도 자신이 없다. 너무 거창해서 꼭 허풍쟁이 같아서 싫다. 아하. 결정장애라 그런가 보다. 오늘은 큰(?) 결심을 해본다. 작가 소개란에 한 줄 적어 놓기로 한다.
글 쓰는 사람
노자의 무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사물이나 사람의 자연스러운 성질이나 성향에 따라 다스린다면 위대한 작품을 이루어낼 수도 있고, 훌륭한 논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노자는 "대단히 솜씨 좋은 것은 서투른 듯하고(大巧若拙), 위대한 논변은 어눌한 듯하며(大辯若訥),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으며, 아름다운 말은 믿기 어렵다.(信言不美, 美言不信)"이라고 상궤에 어긋나는 듯한 역설적 논변을 폈다.
[네이버 지식백과] 무위 [無爲]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 1. 30., 한국문학평론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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