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아구
"10분 마감세일입니다. 서두르십시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타임세일의 유혹은 뿌리치기 쉽지 않다. 한때 홈쇼핑 열풍으로 택배가 줄을 이었다. TV를 볼 때는 꼭 필요한 물건 이었는데 사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요즘은 TV를 보지 않으니 홈쇼핑 유혹은 벗어났다. 하지만 내 팔랑귀는 곳곳에서 작동이 멈추지 않는다.
어제 퇴근길에 마트에 들렸다. 막내가 좋아하는 탄산음료 한 병과 아이스크림 10개만 사려고 했다. 근데 마트에 가면 항상 방송이 나온다. 아저씨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린다. 세일하는 품목이 들린다. 나는 귀를 닫으려고 얼른 내가 사야 하는 것들을 카트에 담았다. 아이스크림을 카트에 담고 탄산음료를 사려면 수산코너를 지나쳐야 한다. 돌아가도 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당당히 옆으로 지나갔다. 생물 오징어가 눈에 띈다. 3마리 만원이다. 싼 것 같다. 막내는 오징어볶음을 좋아한다. 오늘 저녁은 닭볶음탕으로 그저께 준비해 놓았다. 뭐 재료만 준비한 거지만.(ㅋㅋ) 잠깐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카트에 담았다.
수산물 코너는 젊은 사장님이 운영을 한다. 슬쩍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한가하신 건 같았다. "사장님, 오징어 좀 손질해주세요~~" 나름 없는 애교를 담아 부탁을 한다. 이전에 어떤 아주머니랑 실랑이하는 것을 보았는데 바쁘거나 세일하는 오징어는 손질 안 해준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에잇! 회사에서나 마트에서나 눈치를 봐야 하다니...(쩝)' 사장님은 원래는 세일 오징어는 손질을 해주지 않는데 한가해서 해주는 거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셨다. 나에게서 손질할 오징어를 받으면서도 사장님은 홍보를 하셨다.
"아구도 세일입니다! 생물 아구가 3마리에 만원이라니까요! 거저예요. 거저!"
"아, 네! 엄청 싼 것 같네요!"
"한번 사가서 드셔 보세요!"
"제가 아구요리는 해 본 적이 없어서요..."
"동태탕은 끓이실 수 있죠?"
오호, 말려드는 기분이 들었지만. 난 동태탕은 끓일 수 있다!!
"그럼요, 동태탕은 끓이죠~~" 동태탕은 주부의 기본이 아니던가! 못한다고 이야기할 순 없었다.
"그거랑 똑같이 하시면 돼요!"
"아하, 그래도 자신이 없어서요..."
"음...." 사장님은 오징어 손질을 하면서도 아구 홍보는 멈추지 않았다.
"아귀찜 하시면 정~말 맛있는 놈인데... 아쉽네요..."
어허. 역시 고수다. 밀당을 하실 줄 안다. (ㅎㅎ)
난 아귀찜을 좋아한다. 비싸기도 하고 양도 적고 식구들이랑 외식을 하면 내 몫은 콩나물이다. 우리 식구는
내가 항상 아구 살을 양보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엄마란 걸 알런가?(풋)
내가 만들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께 아귀찜 만드는 법까지 물어보았다. 이미 판세는 기울어졌다. 네이버한테 물어보란다. 살 건지 안 살 건지 나의 의향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신 모양이다.
사장님이 결정타를 날리신다.
"에이~~ 만원이면 실패해도 괜찮지 않나요?"
이미 나는 아귀찜의 열망으로 들끓고 있었다. 단지 사장님이 눈치를 못 채서 그렇다.
"아구 주세요!!"
"아하.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사장님의 승리다.
사장님은 양념장은 필요하지 않냐고 하시더니 양념장도 있으니 사가란다. 양념장은 4000원이다.
나는 양념장까지 샀다. 실패해도 되지만 실패하기 싫다.
역시 나는 팔랑귀다.
'최종 승리자는 나여야 해. 나는 유혹된 게 아니라 선택한 거야. 맛있는 아귀찜을 만들어서 먹으면 되는 거야.'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튼 오늘 저녁 아귀찜에 도전한다!(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