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Apr 30. 2023

단애라는 말과 난간이라는 말

너에게 나를 보낸다 21




월라봉 단애 아래 자연이 조각한 야외전시장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외 조각공원을 감상하며

절벽이라는 말과 벼랑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벼랑이라는 말과 낭떠러지라는 말을 생각한다
단애라는 말과 난간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비슷한 말이지만 절벽은 벽이라는 말 때문에
수직 절벽 아래에서 더 잘 어울리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가장 낮은 바다 길을 걸으며
월라봉 단애 뿌리에서 절벽을 올려다본다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 곁에 월라봉 단애가 있다. 월라봉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있다. 흔히, 사람들이 박수기정 절벽이라고 말한다. 절벽 위로는 올레길이 있다. 박수기정이란 팻말 앞에서 보는 바다 풍광이 절경이다. 마라도와 형제섬이 보이는 바다 풍경을 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하지만 여기는 위험한 구간이다. 바로 곁이 수직 낭떠러지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여기가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사진을 찍다가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 80미터가 넘는 수직 낭떠러지라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한 발짝 때문에 바로 사망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바로 여기에서 실수로 죽은 사람도 있고 스스로 떨어져 죽은 사람도 있으니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월라봉 단애는 낭떠러지 위로 걷는 일도 위험하지만 절벽 아래로 걷는 일도 위험하다. 절벽 아래는 길이 없고 바위들로 가득하다. 또한 바닷물이 들어오면 바위 위로도 잘 다닐 수 없다. 그래서 큰맘 먹고 이 길을 가려면 반드시 조수간만의 차와 조간대 시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들어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황개천과 대평포구 사이에서 갇히는 불상사가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길 바란다. 그리고 가능한 나처럼 혼자 가지 말고 누군가와 함께 가길 바란다. 그래야만 혹시 발을 삐더라도 무사히 구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도 우리 집 앞마당이라서 혼자서도 잘 갈 수 있다. 나는 사람이 빚은 조각품보다 자연이 빚어놓은 조각품들이 더 좋다. 어쩌면 여기는 나를 위한 전용 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저마다의 아름다운 전시장이 있을 것이다. 나는 너의 가슴속에서 숨 쉬는 영혼이고 싶다.





  


이전 20화 나의 삶에는 '문득'이 참 많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