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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y 19. 2023

이어도공화국을 아시나요

너에게 나를 보낸다 012




이어도공화국을 아시나요




꿈의 섬 이어도에서 부활하여

30년 넘게 꿈속에서 살았다

나는 이제 

30년 넘게 꿈꿔왔던 꿈을

이 땅 위에 만들기 시작한다  

   

나는 30년 넘게 이어도에서 살았다. 붉은여우에게 물려 죽은 나는, 대부도 황금산 아래서 태어난 붉은여우에게 물려가던 나는, 인천 월미도 앞바다에 던져졌던 나는, 흐르고 흘러서 내려가다 수중 바위섬에 걸려 겨우 다시 살아난 나는,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 철탑을 붙잡고 겨우 기어서 올라왔던 나는, 그런 나는, 꿈속에서 보았던 이어도를, 이 지상으로 옮겨오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이어도공화국을 30년 넘게 준비하였다.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준비하였다.      


세상 사람들과 나의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속도에 맞는 세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세상 하나를 만들기 시작한다. 나는 살아있는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우리들의 삶과 죽음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나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살아서 자신의 나무를 심고 가꿀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살아서 함께 자란 나무가 죽어서는 한 몸이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이 죽으면 나무로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삶과 죽음의 중간쯤에 아름다운 세상 하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람들과 죽어있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부탄이라는 나라를 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탄이라는 나라는 국민총생산지수보다 국민총행복지수를 먼저 생각하는 나라이다. 나는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부탄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고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BS세계테마기행’ 은둔의 땅 부탄 1~4부를 유튜브로 다시 한번 본다. 동국대학교 양승규 교수를 따라가며 부탄불교의 둥첸 소리를 듣는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지상낙원을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화면에 나오는 동국대학교라는 글자가 자꾸만 나의 가슴을 찌른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중퇴는 내 꿈의 좌절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중퇴’라는 의미는 자신의 꿈을 끝까지 밀고가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회한과 좌절과 절망이 묻어있는 말이어서 더욱 슬픈 말일 것이다. 아무리 긴 기도문이 들어있는 기도 통 마니차를 오래도록 돌려도 맺혀있는 마음은 잘 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나라는, 행복이 국가 정책인 은둔의 나라 부탄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한다. 행복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행복은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꿈과 나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린 붉은여우를 잊을 수 없다. 그날 이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그 붉은여우를 나는 죽일 수가 없다. 바바리코트 허리띠에 매달려 허공에서 돌고 있는 그 붉은여우를 나는 어쩔 수가 없다. 그 붉은여우를 내가 안고 바바리코트 허리띠를 잘라주면 그 붉은여우는 틀림없이 그 칼로 나를 찔러 죽일 것이다. 바로 그 외상후스트레스는 나를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온 배영옥 시인의 사진이 바로 그 붉은여우를 닮았다. 나의 사촌 옥심이 누나도 닮았지만 그 붉은여우를 너무 많이 닮았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배영옥 시인이 바로 그녀를 닮았다. 어쩌면 나에게 행복의 조건을 알려주기 위해서 찾아왔는지 모른다. 행복할 자격은 용서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찾아올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행복은 찾아올 것이다.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행복은 찾아올 것이다. 그것을 가슴 깊이 깨닫게 하려고 배영옥 시인은 나를 찾아온 것이라 나는 믿는다.      


부탄 기행의 마지막은 굴렁쇠를 굴리며 환하게 웃는 어린 목동을 보여준다. 나의 어린 시절과 참 많이 닮아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어린 목동이 나를 다시 어린 나로 돌아가게 만든다. 높은 산에서 야크를 기르며 살아가는 어린 목동은 가난해도 환하게 웃을 줄 안다. 야크 젖을 짜는 일도, 야크 젖을 2시간 이상 저어서 고체 버터를 만드는 일도, 버터를 만들고 남은 젖을 끓여서 치즈를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버터는 야크 주인인 ‘종’의 소유가 되고 나머지 치즈만이 목동의 소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목동은 불행하지 않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너무나 가난했지만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나는 산에서 토끼를 방목하여 기르는 것이 꿈이었다. 겨울이면 산에서 산토끼를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았던 나는 산에 울타리를 치고 토끼를 대량으로 풀어서 방목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 그때는 산에서 산토끼를 잡고 고라니를 잡는 것이 불법인지도 몰랐고 또한 동물학대라는 인식도 갖지 못하고 살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어리석은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불행하지만은 않았다.     


꽃은 큰 기둥에서 피지 않고 여린 가지에서 피어난다. 꽃들은 해마다 새로 뻗어 나온 가지 끝에서 피어난다. 하지만,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기둥의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예수를 팔아서 예수를 영원히 살린 유다처럼, 나를 죽여서 나를 새롭게 다시 살린 붉은여우처럼, 가지를 낳아준 기둥은 기둥의 할 일이 있듯이, 나의 아픈 상처와 흉터들도, 모두가 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하고 꼭 필요한 은혜인 것이다.      


제주도에는 신구간(新舊間)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제주도 사람들의 이사하는 기간을 말한다.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육지와 달리 일정한 기간에 이사를 한다.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로 보통 일주일이 된다. 이 기간에 이사나 집수리 등 여러 가지 금지된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 기간은 이른바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교대하는 과도기간으로 지상의 모든 신격(神格)이 천상에 올라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내려오기까지의 공백 기간이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지상에 신령이 없는 것으로 관념 되고 있다. 그러기에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평소에 금기되었던 일들을 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한다. 이 기간에 하는 일은 이사를 비롯하여 부엌·문·변소, 외양간 고치기, 집 중창(집의 일부분을 고침)·울타리 안에서의 흙 파는 일, 울타리 돌담 고침, 나무 베기, 묘소 수축 등 다양하다. 만일 아무 때나 이러한 일을 하면 동티가 나서 화를 입는다고 한다. 신구간은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마음 놓고 하는 기간인데, 근래 도시지역에서는 이사하는 일이 강조되어 주로 이사하는 기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셋방살이하는 사람들은 이 기간에 일제히 이사를 하므로 거리마다 가고 오는 이삿짐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신구간에 이어도공화국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한다. 어쩌면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행복을 찾아서 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어도공화국 헌법 전문을 읽으며 준비를 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 공동체,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공화국]은 지금까지 배우고 익혀온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몸과 새로운 마음으로 부활하여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와서, 우리 모두가 최대한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동체, 세상에서 가장 사랑이 많이 흘러넘치는 이상향(낙원, 유토피아, 파라다이스) 건설과 실천을 목표로,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공화국]을 건국하고 이어도공화국 헌법을 1990년 1월 1일에 제정하고 2020년 1월 1일에 제3차 개정하여 공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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