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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n 02. 2023

너에게 나를 보낸다 04




너에게 나를 보낸다 04




별빛을 담아 마시던 금잔을 보낸다
별빛은 아직도 오고 있는 중이다
감씨 속의 감나무를 보낸다
감귤이 꽃을 벗으니 환한 알몸이다







나는 저 금잔에 무엇을 따라 마실까




독을 마시기에

좋은 금잔옥대

벌써

깨끗이 비워져 있다


독잔도 잘 씻으면

물 잔이 될 수 있고

술잔이 될 수 있고

꽃잔이 될 수 있고

꿈잔이 될 수 있다


나는 이제 눈물 잔에

무엇을 따라 마실까

나는 이제 금빛 잔으로

어떤 별빛을 담아볼까

죽어서 더욱 빛나기 위하여







별빛은 아직도 오고 있는 중이다




별빛은 빛의 속도로 오고  있는 중

별빛은 아직도 쉬지 않고 오는 중


오늘 밤에 내가 본 저 별빛은 아주

머~언 옛날에 출발을 했다고 한다


나도 이제 너의 친구가 되고 싶어서

내가 먼저 너에게 내 눈빛을 보낸다


나도 이제 너를 만나기 위하여 떠난다

아주 머언 다음에라도 너를 꼭 만난다







감씨 속에는 감나무가 들어있다




감을 먹으려고 감을 자르는데 씨까지 잘려나갔다. 잘린 씨앗을 보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감 씨 속에 감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다. 나는 감을 더 이상 먹지 못하고 씨앗을 땅에 묻는다. 나는 앞으로 감을 먹을 때마다 감나무를 생각할 것이다.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던 시절을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의 사랑도 그럴 것이다. 사랑의 씨앗에는 이미 사랑의 나무가 자라고 사랑의 열매가 열릴 것이다. 나는 너에게로 가서 묻힐 것이다. 너의 영토에서 우리들의 사랑의 나무가 자라고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







감귤꽃이 지고 감귤이 자라는 모습이 참 귀엽다

  (감귤이 꽃을 벗으니 감귤의 알몸이 참 환하다)




감귤꽃이 지고 감귤이 자라는 모습이 참 귀엽다. 감귤나무뿌리는 대부분 탱자나무뿌리다. 탱자나무뿌리에 감귤나무 순을 접을 붙여서 감귤나무가 만들어진다. 탱자나무뿌리가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탱자나무뿌리를 이용한다. 그래서 감귤나무꽃은 탱자나무꽃과 비슷하다. 탱자나무꽃보다 좀 더 풍성해 보인다. 물론 탱자나무에 무섭게 붙어있는 가시는 없다. 감귤나무에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면 뿌리의 힘 때문인지 탱자나무처럼 다시 가시가 돋아나고 탱자나무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감귤꽃이 피면 향기도 진하다. 지금은 그 향기를 머금은 감귤꽃 잎들이 지고 있다. 꽃잎이 다 진 다음에도 배꼽은 오래도록 남아있다. 감귤들의 배꼽을 보면서 나의 배꼽을 생각한다. 어머니 뱃속에서 어머니를 빨아먹고 자란 태아의 시절을 생각한다. 오래도록 어머니의 희생을 생각하라고 배꼽은 남아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나를 주고 싶다. 나를 빨아먹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도 누군가의 배꼽이 되고 싶다. 그 누군가가 바로 당신이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당신에게 나를 보낸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나의 숨결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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