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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13. 2023

정방폭포 4

― 하늘을 보고 싶었다





정방폭포 4

― 하늘을 보고 싶었다

 

 


욱일기가 내려지고 성조기가 올라갔다

길을 들이려면 사람의 피가 필요했다

정방폭포에 사람의 피로 성조기를 그렸다

1947년 8월 8일 성출반대사건을 일으킨

동광리 사람부터 정방폭포 난간에 세웠다


동광리에서 태어나 동광리에서 사는 것이 죄었다 11살이었다 11월부터 3월까지 숨어 살았다 굴속, 숲속, 곶자왈에서만 5개월을 살았다 거기에서 동생이 3명이나 죽었다 토벌대가 와서 보이는 사람은 다 죽였다 짐승들도 다 죽였다 처음에는 총으로 쏘다가 나중에는 죽창으로 죽였다 빨리 안 죽으면 불로 태워 죽였다 식구들을 원물오름에 숨겨두고 아버지는 망을 보았다 퍼드득 새소리만 들어도 무서웠다 팡팡팡 총소리가 들렸다 숨어살던 뒷빌레가 발각되어 곡식이랑 이불이랑 불태워졌다 뒷빌레에 있던 사람들은 다 죽고 우리 식구만 겨우 살았다 갈 데도 없고 겨울이고 추워서 큰넓궤로 갔다 거기엔 이미 삼밧구석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애기들도 무릎으로 기어가야 하는 아주 좁은 데를 지나 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공간이 나왔다 동광리 사람들은 거기서 그렇게 살았다 억새를 깔고 자기도 하고 억새에 불을 붙여서 그 불씨로 길을 보며 살았다 굴 밖에서 범벅 만들어다가 헝겊에 싸 들고 와서 먹고 살았다 범벅만 먹으니 더 목이 말랐다 굴 안에서 돌 틈으로 떨어지는 물을 먹으려고 돌천장에 입을 대고 빨았다 뾰족한 돌에도 입대며 빨아먹고 살았다 그렇게 그 굴 안에서 50일을 살았다 하늘이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그렇게 50일을 살았다


그러다 토벌대가 굴을 찾았다 토벌대가 못 들어오게 그 좁은 목에다 불을 피웠다 고추와 지푸라기를 태웠다 연기가 매워서 토벌대는 들어오지 못했다 동굴 밖으로 사람들이 못 나오게 돌로 입구를 막았다 토벌대가 내려간 사이에 망을 보던 청년들이 돌을 치우고 나오라고 하였다 굴 밖으로 나온 것이 밤이었다 아주 대낮처럼 환하게 보였다 우리들은 서둘러서 다른 피신 장소를 찾아 나섰다 삼밧구석 사람들은 볼레오름 쪽으로 올라갔다 무등이왓 사람들은 미오름으로 피신했다 토벌대가 못 찾게 하려고 사람들이 막 나무를 쓸면서 올라갔다 바람이 불고 하니까 흔적이 없어서 토벌대가 찾지 못했다 하지만 볼레오름으로 간 삼밧구석 사람들은 다 잡혀가서 죽었다 볼레오름 옆에 존자암도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왜 살려주지 않았을까 부처님 사리 같은 겨우살이 열매들만 눈이 붉도록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우리나라 하늘에는 성조기가 펄럭인다

지금도 가끔 정방폭포에 핏빛 아우성이 어린다

정방폭포에는 아직도 성조기의 붉은 피가 있다

인디언의 피와 베트남인의 피도 함께 묻어있다

태극기를 성조기와 일장기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한 장면] 일장기 대신 올라간 성조기


[한겨레]              

이 책에 실린 몇몇 중요한 사진들의 경우 미군정 3년사를 상징하는 매우 강한 이미지를 투사하였고, (…)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우리의 인식이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1945년 9월 9일 당시 조선총독부(1995년 8월 철거) 청사 앞 광장에서 한국에 진주한 미군들이 일장기를 끌어내리고 미국의 성조기를 게양하는 사진은 35년간의 일제 식민지 통치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 미군정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장면인 것이다. (사진 미 육군,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


미군정 3년사 1945-1948
박도 엮음/눈빛·3만3000원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93316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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