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넓궤에서 도엣궤까지
― 큰넓궤에서 도엣궤까지
당신을 안고 하나가 되고 싶은데
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을까
큰넓궤와 도엣궤가 하나였다는데
왜 우리는 오늘도 만날 수 없을까
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을까
당신이 보고 싶어서 큰넓궤로 간다
당신을 안고 싶어서 도엣궤로 간다
길이 막혔을까 천장이 무너졌을까
왜 우리는 지금껏 만날 수 없을까
왜 우리는 오늘도 안을 수 없을까
동광 육거리를 돌고 돌아서 찾아간다
삼밧구석에는 삼나무 한그루 안 보이고
넓은 목장 풀밭에 엉겅퀴꽃만 무성하다
큰넓궤 앞에 학생들이 참나리처럼 모여 있다
엊그제 만났던 홍춘호 할머니도 계신다
동굴 입구의 비밀번호 자물쇠를 따고
철문을 열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나도 당신의 비밀번호를 알고 싶다
나도 당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안전모를 쓰고 나도 따라서 들어간다
좁고 축축한 길을 기어서 따라 들어간다
들어갈수록 어둠은 짙어지고 공명이 울린다
할머니께서 멈추라고 한다 불도 끄라고 한다
그때 사람들처럼 불빛 없이 살아보라고 한다
학생들은 무서워서 할머니 품에 안겨서 운다
나는, 불을 끄니 당신이 더욱 잘 보인다
큰넓궤를 나와 도엣궤로 간다
입구는 오히려 도엣궤가 더 크다
‘도너리굴’이란 간판도 새로 세워져 있다
용암폭포가 있다 하니 정방폭포 소리가 들린다
큰넓궤에서 5개월을 살았다는 할머니는
이제는 울지 않는다 나도 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