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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5. 2023

정방폭포 25

― 궨당과 수놀음




정방폭포 25

― 궨당과 수놀음




우리들의 봄은 항쟁의 봄이다

무거운 땅을 들고일어나는 봄의 항쟁이다

어두운 밤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의 봄이다

3월의 항쟁이 있었고 4월의 항쟁이 있었고

5월의 항쟁이 있었고 6월의 항쟁이 있었다

7월의 죽순들도 쭉쭉 자라나 하늘을 쑤신다

나의 안경테는 자꾸만 작은 나사가 풀린다

앞을 볼 수 없어서 소리만 듣는다 기억을

풀어놓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눈물이 난다

심어 가서 죽였다고 한다 데껴 불었다고 한다

내가 사는 외도에도 광풍이 불었다 밤에는

산에서 내려와서 백지날인을 강요받고 낮에는

경찰들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외도초교에 

군대가 머물면서 산사람들에게 죽고 경찰과

군인들에게 죽고 죽이는 세월이 반복되었다

외도는 연대마을 월대마을 우령마을이 있었다

너븐밭에서 많이 죽었고 학교 주변밭에서도 죽고

알고 보면 제주도 땅 어디라도 피가 낭자하다

제주도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섬에는 무엇이든 응축되어 있다 인연도 그렇다

같은 마을 사람들이 결혼을 하였고 이웃마을과

사돈이 되고 궨당이 되었다 고립된 섬은 모두가

가족이고 친척이고 궨당이 되었다 똘똘 뭉쳤다

척박한 땅은 사람들을 더욱 딴딴한 돌로 만들었다

제주도는 알고 보면 커다란 돌덩이 하나다 한라산

이라는 엄청나게 큰 바위 하나다 누군가 바위를 

깨뜨리려고 해머로 내리치면 그 자리에 작은 상처만

남기고 해머를 온몸으로 받아쳐서 내치고 만다

잔치 먹으러 간다고 하고 제사 먹으러 간다고 한다

제주도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닌 궨당이다

궨당들은 아옹다옹하다가도 침략에는 똘똘 뭉친다

섬을 빙 둘러 환해장성을 쌓고 외적을 무찔렀다

여몽연합군과 싸웠고 왜구들을 퇴치했고 천주교의

횡포와도 싸웠고 해녀들도 궐기해서 투쟁을 하였다

궨당들의 수놀음만으로 섬을 지키기인 힘이 달렸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서 태평양의 해일이 덮쳤다

패망을 예감한 일본이 먼저 덮쳤고 미국이 덮쳤다

일제는 옥쇄 작전을 위하여 비행장과 참호를 만들고

미제는 공산주의가 무서워서 초토화 작적을 벌였다

조선땅은 미소 냉전으로 분단되었고 일본은 부활했다

한국전쟁으로 패전국 일본은 최대 수혜국이 되었다

아,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원통한 일이다 이럴 때는

바다로 가야 한다 월대를 지나서 해수관음상으로 간다 






https://youtu.be/cMrGsvhHA74

https://youtu.be/NVL66wWKfWs

https://youtu.be/b_c_SbRz2_E

https://youtu.be/wTOWxjOd4Pk

https://youtu.be/o64H_knM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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