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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5. 2023

정방폭포 24

― 회색인의 고민




정방폭포 24

― 회색인의 고민




나는 이제 세상을 읽고 세상을 쓴다 쓰는 것이 참 좋다

나는 이제 탐라를 읽고 탐라를 쓴다 탐라는 아직도 있다

탐라민중항쟁을 보려면 몇으로 나누어서 보아야만 한다

제주라는 말은 너무 육지인의 시각이라서 탐라가 좋다

항쟁의 뿌리를 보아야 한다 해방과 탄압을 보아야 한다

항쟁의 싹을 보아야만 한다 학살을 보아야만 한다 동백을

보아야만 한다 통일과 분단과 한국전쟁을 보아야만 한다

광장(廣場) 오디오북을 들으며 잠을 잔다 갈매기가 난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미끄러지며 간다 열 번 넘게 고쳐

문장이 음악처럼 리듬 있게 일렁이며 잘 넘어간다 귀가 참

행복해진다 이명준과 윤애와 은혜의 사랑이 너무 슬프다

꿈인 듯 생시인 듯 다섯 시간 가까이 듣다 보니 아침이 왔다

아침 해가 떠올라 팽나무 아래 할머니와 손자를 비추었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팽나무는 듣고 있었다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신촌회의였다

밀실에서 숨어서 하는 회의는 불행을 낳는다 폭낭 아래서

폭낭이 다 듣는 상태에서 할머니가 손자에게 말하듯 한다

한라산으로 올라간 350명의 무장대가 월북을 했었다면,

김달삼과 함께 차라리 북한으로 갔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탐라국의 후예답게 덕판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갔었다면,

나는 새삼스럽게 육지에서 바라보는 제주도가 아니라

이어도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에서 바라보는 탐라국을 그린다

광장의 이명준처럼 제3국으로 가는 타고르호에서 돌아본다

할머니 이야기가 들린다 손자의 귀가 들린다 맑은 눈이 보인다   

할머니의 치아가 궁금해진다 내가 어린 시절 잃어버린 

어금니가 궁금해진다 중앙병원 치과로 간다 잃어버린 어금니를 

찾는다 묽은 피로 살아야 하는 나는 항생제를 먹어야만 한다

와파린을 평생 먹어야만 하는 나는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한 시간 전에 항생제 네 알을 먹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혈증에 걸릴 확률이 많다 우리는 언제나 입과 치아가 문제다

한 번 망가진 치아는 고칠 수 없다 망가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https://youtu.be/h3GnHsOOnpY

https://youtu.be/R7AnVn9Hazs

https://youtu.be/1BiabSSnn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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