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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4. 2023

정방폭포 23

― 자정의 물소리




정방폭포 23

― 자정의 물소리




월대 소나무 아래서 중광스님처럼 앉아서 물속을 본다

물속에 달이 보이지 않는다 표지석에만 초승달이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멈춘다 여울물소리가 폭포소리다

월대천을 돌아보니 누워있는 폭포로 보인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긴 폭포로 보인다 폭포에서 뛰놀고 있는 어린

중광스님도 보인다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함께 논다


내도 알작지로 간다 자정의 건널목을 지나 바다로 간다

알을 닮은 많은 몽돌들이 잠자리에 들려는지 세수를 한다

몽돌로 탑을 쌓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사람들은 늘 쌓는다

방파제에 그려진 손가락 하트를 따라서 나도 하트를 만든다

나도 바닷가로 가서 작은 돌탑을 만든다 언어를 쌓아 올린다

뒤돌아보니, 농사를 지어보니, 언어의 농사가 가장 아름답다


방파제에 붙여놓은 중광스님의 그림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금속판에 그려놓은 달마도에 녹이 슬어있다 어머니 그림도

선시도 잘 읽을 수가 없다 중광스님이 알작지에서 놀았다니

나도 중광스님처럼 내도 알작지의 몽돌이 되고 싶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씨앗을 심어준다 무릎을 꿇고 읽어본다

중광스님의 얼굴에서 알작지의 파도소리가 들린다 웃음소리,


돌아가는 길을 변경한다 징검다리 아래쪽 외도교를 건넌다

내도에서 외도로 간다 중광스님이 다녔다는 외도초등학교,

맞은편 버스정류장 옆에 표지석이 하나 있다 외도지서 추모

표지석이 하나 있다 외도2동 284번지는 4.3 당시 외도지서

터였다고 한다 48년 4월 3일 새벽 2시 무장대 14명이 습격,

숙직하던 순경을 죽였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보복이 있었을까


해방과 사삼과 육이오를 생각하며 밤새도록 광장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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