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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30. 2023

정방폭포 28

― 그림이 핀다





정방폭포 28

― 그림이 핀다





그림을 본다 그림이 없어도 그림이 보인다

석탄을 캐는 광부처럼 막장을 파는 것일까

삽까지 꽂아진 어둠 실은 수레를 밀고 간다

갱도에서 힘겹게 밀고 가는 한숨과 손수레

일본군의 무서운 감시 때문에 쉴 수가 없다

손수레 몸통에 크게 쓰여진 사(四)와 오(  )

1945년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 다음은 오가

자연스럽다는 의미일까 4.3의 복선 인 건가

자꾸만 사에 눈길이 붙잡혀 나가지 못 한다

절울이 절벽에서 파도가 운다 곁의 알뜨르

비행장에서 바람이 운다 섯알오름에서 운다

사와 오의 글자에서는 그래도 끝이 보이는데

사와 삼의 글자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동백꽃이 떨어져도 암술은 남아서 씨를 낳고

열매의 껍데기는 벌어져서 다시 꽃으로 핀다

그림을 본다 어둠의 연필로 그린 그림이 핀다

어둠이 피어난다 석탁 같이 어두운 밤이 핀다

정방폭포는 하늘의 빛나는 폭포수를 가득 실은

손수레가 쏜살같이 달려가서 바다에 쳐박힌다

사 다음으로 온 오가 부서지니 육이 오지 못하고

피가 낭자한 삶이 와서 정방폭포가 피로 물든다


당신은 어둠에 심지를 심었고 나는 촛불을켠다


우르릉 꽝꽝 우르릉 꽝꽝 천둥소리가 피어난다





* 1945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어쩐지 내 눈에는 456789..., 이렇게 가야 정상인데, 4321..., 이렇게 세상이 거꾸로 가서 4.3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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