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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방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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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30. 2023

정방폭포 29

― 화두




정방폭포 29

― 화두





정방폭포를 화두로 잡고 살다 보니

모든 것들이 정방폭포로 보인다

비닐하우스도 정방폭포로 보이고

길도 정방폭포로 보이고 사람들도 

정방폭포로 보인다 제주작가들도

정방폭포로 보인다 제주작가들의

입에서도 정방폭포 소리가 들린다

현기영, 한림화, 김동현, 현택훈,

김순선, 양순진, 김란, 김세홍, 강덕환

홍경희, 강봉수, 김경훈, 김진철, 오승국....,

제주작가들의 목소리에 몸과 마음이 젖는다

오늘은 특히 등단 50년이라는

한림화 선생님의 말씀에 깊이 젖는다

이어도를 찾아서 떠났던 길과 돌고래

몸이 건강했으면 수녀가 되었을 거라는

그녀의 언니 이야기에도 촉촉이 젖는다

그런데 왜 나는 자꾸만 여수민중항쟁을 말하는 

도울 김용옥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왜 나는 자꾸만 1945년과 1946년이 궁금한 것일까

내가 받았던 명함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대평에서 감귤농사를 짓는다고 하였는데....,


해방이 되었다는 1945년부터 1946년까지

제주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여기에도 물론 그랬었겠지 일본에 빌붙었던 사람들

겁에 질려서 두더지가 되었겠지 땅 속으로 숨었겠지

숨겨두었던 태극기가 펄럭이고 마을마다 인민위원회가

만들어졌었겠지 이제는 스스로가 잘 살 수 있으리라 믿었겠지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지 진정한 독립이 아니었잖아

일본군에서 미군으로 바뀌었을 뿐이잖아 일장기가 내려지고

그 자리에는 성조기가 올라가 더 힘차게 펄럭이기 시작했잖아

그래도 해방이라고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이 너무 많았었잖아

특히 일본에 살았던 제주도 사람들이 다투어서 귀향을 했잖아

미국은 우리 편이 아니잖아 미국은 미국 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잖아

바로 그거잖아 땅 속에 숨어있던 두더지들을 불러내었잖아

일제강점기 순사들에게 다시 완장을 차도록 하였잖아 

배신자는 다루기가 쉽잖아 한 번 배신한 사람들은 쉽게 배신을 하잖아

비가 오는 날 죽순 자라는 모습 본 적 있어? 우후죽순이라는 말

나는 6월과 7월이면 언제나 그 우후죽순을 보고 감탄을 하곤 한다니까

제주도에는 그렇게 우후죽순처럼 학교들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인구는 폭증해서 실업자는 늘어나고

가뭄은 심해서 먹을 것도 없어지고 콜레라까지 창궐하여 죽어나기 시작했지

그러니 어떻겠나 원래 창고에서 인심 난다고 했는데 창고는 텅텅 비워지고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겠지 해방의 기쁨은 잠시 뿐, 지옥의 시작이었지

그때도 아마 정방폭포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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