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방폭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Aug 09. 2023

정방폭포 50

― 정신없이 쓰다 보니 정리가 필요하다


정방폭포 50

― 정신없이 쓰다 보니 정리가 필요하다




정신없이 쓰다 보니 너무 어질러져 있다

이제는 정리가 필요하다

정방폭포도 이제 태풍에 대비를 해야 한다

백발거사의 머리칼이 태풍에 휘날릴 것이다


식물의 언어와 동물의 언어와 폭포의 언어를 

나는 이제 조금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꽃은 벌과 나비와 나방과 잠자리를 부르는

식물의 언어


세상을 둘러보니

벌레는 어디에도 없다

다양한 곤충들이 있을 뿐

벌레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서 불을 훔친 것은 

프로메테우스가 아니라 식물이다

식물들은 

물과 햇빛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식물들의 과학은

인간보다 훨씬 더 앞서간다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식물들은 처음부터 타고 다녔다


식물들은 누구라도 광합성을 하는데

인간은 아직까지

광합성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스스로 

지구를 향하여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정방폭포 위에서

다시 한번 정방폭포를 본다

아니,

저 먼 곳에서 정방폭포를 다시 본다








정방폭포 




내가 살았던 이어도에는 서복 선생님도 함께 살고 계셨다

진시황제처럼 되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 상머슴이 되셨다

이어도는 하늘에도 있고 바다에도 있고 수중에도 있었다

천국에도 있고 연옥에도 있고 지옥에도 있는 공화국이었다

이어도 사람들은 서복 선생님과 서귀포 이야기를 자주 했다

서귀포에서 가져온 불로초 씨앗으로 서천꽃밭도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서복 선생의 꿈

나는 그런 꿈속에서 오십육 년 넘도록 살다가 산책을 나왔다

서복 선생님께서 정방폭포에 쓰셨다는 서불과지(徐市過之)

그 멀고도 아름다운 전설의 길을 따라서 걸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정방폭포로 간다




徐市過此(之) 서불과차(지)


서복(徐福), 또는 서불(徐巿)은 전국시대 진(秦) 나라의 인물. 자는 군방(君房), 서불(徐巿)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제(齊) 나라 사람이다. 기원전 219년, 방사로 진시황에게 중용되었고, 이후 명령을 받아 어린 남녀 수천 명을 데리고 동쪽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갔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서복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사마천 사기의 진시황본기뿐만 아니라 사기의 '회남형산열전', 진수의 정사 삼국지, 후한서 등에 나온다. 기록에 따르면 서복은 중국을 떠나 단주(亶洲) 또는 이주(夷洲)에 도달하였다고 나오는데, 중국에서 이주(夷洲)는 지금의 타이완을, 단주(亶洲)는 일본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또한 서복은 처음부터 불로초를 찾을 수 없음을 알고 아예 진시황의 손아귀를 벗어나 자기 나라를 세우기 위해, 일부러 용왕의 명을 빙자하여 어린 남녀 수천 명과 각종 기술자들을 요구하여 데리고 떠났으며, 동쪽 어느 섬에 자기의 왕국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쪽으로 간 이후의 행방에 대한 전설로는 그가 일본, 대만 또는 제주도에 도달하였다는 전설이 있는데, 서복에 관한 전승은 동아시아 해안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베링 해협을 건너 알래스카, 즉 아메리카에 도달했다는 전설도 있다.


서복이 다녀갔다는 의미의  서불과차(徐市過此) 혹은 서불과지(徐巿過之)는 글자가 서귀포시 정방폭포 옆에 새겨져 있다. 이 글자 자체는 2000년대 초에 중국인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주변 정리 사업을 할 때 새긴 것이며 원래는 폭포 절벽 어딘가에 새겨져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 위치를 알 수 없다. 2011년에 서귀포에서 글자를 찾아보겠다고 폭포 주변을 정밀 탐색했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정방폭포 1 




나는 설문대하르방이 보고 싶었다

설문대할망의 남편이 보고 싶었다

오백장군의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꿈속에서도 하르방을 찾아다녔다

한라산 백록담에서부터 내려왔다

애이리내 주변에 소나무들이 많다

나무들이 문섬과 섶섬을 보고 있다

조용하던 물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느닷없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다로 나가서 한라산을 바라보니

설문대할망이 엉덩이를 까고 앉아

아, 시원하게 오줌을 누고 있구나!

설문대하르방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정방폭포 2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예부터 정방하폭()이라 하였다

<4.3과 평화> 표지에서도

정방폭포 물소리가 들린다

안쪽은 옛날 소리에 젖는다

전분공장, 단추공장, 창고들

물보라가 전분가루처럼 흩날린다

햇빛을 받으니 단추처럼 반짝인다

물줄기가 갑자기 삼베로 펄럭인다

무명천으로, 날아가버린 턱을 감싼다

무명천 할머니가 무명천을 풀고

무지개를 타고 창을 하기 시작한다

섶섬이 고수인지 문섬이 명창인지

득음한 목소리에 쩌렁쩌렁 울린다

정방폭포는 역시 여름이 제철이다




정방폭포 3




정방폭포는 대한민국 명승 제43호로 지정되었다

정방폭포는 한라산 남쪽 최대의 사삼 학살터였다

너븐숭이 순이 삼촌 목소리가 여기서도 들린다

순이 삼촌 소설이 창작오페라로 꽃을 피우는 동안

정방폭포 영령들은 이제 겨우 위령 공간 얻었네

절벽이 너무 높아서 아직도 올라오지 못하는 영혼들

아직도 바람처럼 파도처럼 허공을 떠돌고만 있네

사람들은 바다로 떨어지는 절경이라며 환호하지만

단추처럼 뚝, 떨어진 죽은 영혼들은 오늘도 눈물만,

정방폭포에 무지개가 자주 떠오르는 것은

그때 떨어져 죽은 영혼들이 다리를 놓는 소리

하늘로 올라가는 길에 자꾸 미끄러지는 흔적

울부짖으며 허우적거리며 토해놓는 붉은 울음

눈동자도 눈꺼풀도 모두 짓물러버린 피눈물

아,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깊은 무지개의 목소리




정방폭포 4




폭포를 만나려면 어디가 좋을까

상류에서 만나는 것이 좋을까

하류에서 만나는 것이 좋을까


우리 인생에서

꼭 한 번 만나야만 한다면

초반부에 만나는 것이 좋을까

후반부에 만나는 것이 좋을까


흐르기만 하는 물은 폭포를 보지 못한다

떨어지는 물만이 절벽을 볼 수 있다


한라산을 내려오며 보았던

작은 폭포들을 돌아보면서

정방폭포 위에 다다른 물줄기

문섬과 섶섬이 있는 태평양을 본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한 높이를 가늠하며

온 힘을 다하여 날개를 펼치고 뛰어내린다




* 정방폭포를 쓰기 위해서 현지답사, 자료 조사 및 메모를 시작합니다. 




정방폭포 5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 서귀포라 하였는데

또다시 돌아왔으니 무엇이라 해야만 할까

정방폭포가 더 좋아서 또다시 돌아온 서복

정방폭포와 소남머리 사이에 집을 지었다네

전분공장과 단추공장이 있었던 자리에 글쎄

터를 잡고 아예 살림을 차리고 살아간다네

해방이 되고 3.1절 발포 사건이 일어나고

4.3 무장봉기가 일어나고 초토화 작전으로

단추공장과 전분공장으로 끌려간 사람들

정방폭포 아래로 눈물 떨어뜨려 죽일 때

‘서복과지’글씨에 매달린 영혼들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 정방폭포로 돌아왔다네

가족들은 무서워서 시체도 찾아가지 못하여

동남동녀들과 영혼들과 함께 살림을 차렸다네

무서운 단추공장과 전분공장의 기억을 지우고

죽은 사람들과 함께 불로초를 기르며 살아가네

용왕님도 가끔 찾아와 머물고 가는 이곳에는

소나무 가지에 용왕님의 그림자가 걸려있고

하늘에는 남극성이 피고 땅에는 황근꽃이 뜨네

뼈아픈 고통도 억울함도 원망도 잘 익으면 저렇게

용 같은 소나무로 자라고 남극성으로 빛나고

노랗게 피어나는 무궁화, 황근꽃으로 떠오르는구나                    




정방폭포 6




정방폭포 위쪽 물에 발을 담그고

무섭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본다

나도 함께 떨어질 것만 같아서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선다

물러서서 먼바다를 본다

하늘과 바다가 닿아서 더욱 푸르다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왔으리라

너븐숭이 순이 삼촌도 왔으리라

선인장 마을 무명천 할머니도 왔고

이덕구도 김달삼도 이재수도 왔으리라

잃어버린 영혼의 몸을 찾고자 왔으리라

정방폭포 위에서 비로소 보인다

폭포는 절벽, 천길 낭떠러지로 보인다

한  때는 공장 앞마당이었던 빨래터

물가에는 이제 제법 큰 소나무도 자라고

숲이 자라도 그날의 아우성 덮을 수 없다

발가락이 간지러워서 문득 발을 내려다보니 

절벽을 기어오른 다슬기가 발등으로 오르고 있다




정방폭포 7




폭포는 모두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고 

착각하지 마라


하느님이 보면

모두가 낮고

용왕님이 보면

모두가 높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이

더 낮은 곳으로 떨어지고

발목 아래로 흐르는 물이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아스팔트 다리 위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지나가고

내일도 자전거가 지나가고

모레도 자동차가 지나가리라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폭포

바다보다 더 깊은 곳으로 떨어져

다시 한번 높이 솟아오르는 물소리


바다로 가는 물소리가 있다

바다로 가는 발소리가 있다

더 이상 디딜 바닥이 없을 때

우리는 모두 정방폭포가 된다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낮은 곳으로 떨어져서

시체도 찾을 수 없는 영혼들이 있다


늘 낮은 곳에서만 사는 바다는

더 높은 곳을 꿈꾸며

날고 싶어서 날아보고 싶어서

오늘도 파도의 날개를 펼쳐본다




정방폭포 8




정방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한라산에서 출발을 하였으니

백록담에서 헤어진 물도 조금은 섞여 있으리라

미악산을 지나 애릿내를 지나왔으니

애기무덤들의 울음소리도 조금을 섞여 있으리라

복개천 서귀포 시내 지하로 흘러왔으니

서귀포의 어둠의 숨소리도 조금은 섞여 있으리라

자동차가 달리는 다리 아래로 흘러왔으니

자동차 바퀴소리의 그림자도 조금은 섞여 있으리라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다리 아래로 흘러왔으니

사람들의 발자국소리도 조금은 섞여 있으리라

내가 헛묘 속의 주인을 찾아서 여기까지 왔으니

나의 눈물도 조금은 섞여 있으리라

동광에 있는 임문숙 씨 가족과 김여숙 씨 가족의

헛묘에 묻혀있는 주인공들의 눈물도 섞여 있으리라

무등이왓에서 큰넓궤로, 볼레오름으로, 단추공장으로

소남머리로, 정방폭포로 걸어갔던 발자국도 있으리라

정방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속에는

어찌하여 그것들 뿐이겠는가

백록담에 잠시 머물렀던 물은

바다에서 하늘로 다시 올라간 구름이었으며

또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빗물이 아니었던가

그 속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당신이 언젠가 흘렸을 눈물도 조금은 섞여 있으리라

아, 그리하여 오늘은 이렇게 정방폭포로 떨어지고

바다의 윤슬로 반짝이며 서로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우리들은 함께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말리라




정방폭포 9




삼십 년 넘게 시를 썼지만 아직도 나는

나의 대표작이 없구나

나의 시의 농사는 이렇게 망하는 것일까

나도 나의 대표작 한 편 쓰려고

화두 하나를 잡았는데 

이것이 바로 정방폭포로구나

하필 잡은 화두가

'이 뭣꼬'도 아니고 정방폭포라니

정방도 아니고 폭포도 아니고 정방폭포라니

차라리 나무라면 

끝까지 붙들고 있으면 언젠가는 자라겠지만

하필 붙잡은 화두가 정방폭포라서

붙잡을수록 자꾸만 아래로 떨어지기만 하는구나

정방에 앉아서 참선이라도 하려 해도

자꾸만 떨어지는 폭포수에 마음까지 젖는구나

그래도 한 번 잡은 화두는 끝까지 잡아야만

무엇인가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오늘도 정방폭포 속에서 살아간다

정방폭포 하나 붙들고 날아오를 꿈에 젖는다

하늘과 바다를 뻥 뚫고 빛 속으로 날개를 편다




정방폭포 10 




발아래 길이 없어지는 순간

갑자기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구름다리도 없었고

무지개다리도 없었다

폭포수는 빛이 되어 날기 시작했다

환한 빛 속에 구슬들이 반짝였다

하늘빛 구슬과 폭포수빛 구슬과

바다빛 구슬이 반짝이며 떨어졌다

푸르고 하얗고 파아란 빛의 구슬들

폭포수뿐만 아니라 모든 풍경이

노을빛으로 변하여 펄럭이고 있다

그 노을빛 풍경 속에서

베 짜는 소리가 들린다

무명천 할머니께서 달빛처럼 운다

무명천 할머니의 절창이

새가 되어 날아간다

뒤늦게 수의 한 벌 얻어 입은 영혼들

베틀소리 절창에 날개를 달고

푸른 하늘로 올라가 별빛으로 반짝인다




정방폭포 11




제주도는 어디라도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 흐르고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이다

우리들은 어찌하여 한라산에서 만나 정방폭포로 왔을까

서귀면에서도 오고 중문면에서도 오고 안덕면에서도 오고

대정면에서도 오고 남원면에서도 오고 표선면에서도 오고

산남지역 사람들은 어찌하여 이렇게 모두 이곳으로 왔을까

한라산은 어찌하여 이렇게 태평양이 되었을까

제주도는 어찌하여 이렇게 태평양의 날개가 되었을까




정방폭포 12




정방폭포, 화두 하나 들고

행주좌와어묵동정으로 수행하니

나도 모르게 나는 정방폭포가 된다

폭포가 되어 깊이 바라보니

절벽을 기어오르는 다슬기들이 있다

큰 물에 떠내려간 저 다슬기들은

언제쯤 올라가 다리 아래서 쉴 수 있을까

폭포수가 되어 깊이 뒤돌아보니

서복 일행이 왔다가

내 몸 절벽에 '서복과차' 새기고

떠나간 그 옛날의 사람들도 생각이 나고

난리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끌려와

총을 맞고 붉은 피를 흘리며

나와 함께 떨어지던 비명소리도 들리고

동광 사람들이 찾아와서 시체를 찾지 못하고

영혼만 모셔가서

헛묘를 만들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그 후로 온몸에 바느질 자국이 선명한

선인장 마을에서 왔다는 무명천 할머니가 와서

손수 만든 수의 한벌씩 입혀주던 생각도 나고

너븐숭이 옴팡밭에서 왔다는 순이 삼촌이

정방폭포 아래에서 뼈라도 찾아보겠다며

호미질을 하던 일도 생각이 나고

곁에 있던 단추공장과 전분공장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불로장생을 꿈꾸는 서복전시관이 들어서고

섶섬과 새섬과 문섬과 범섬을 지나

저 먼바다에서는 오늘도 윤슬로 반짝이고

나도 따라서 바다에서 돌아보면

나의 고향 같은 백록담이 보이고

더 먼 고향 같은 하늘도 보인다

나는 오늘도 정방폭포가 되어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가만히 있어도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는 선이다

행주좌와 어목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






너에게 나를 먼저 보낸다




너는 어찌하여 나를 만날 수 없을까

너는 어찌하여 나를 만질 수 없을까

너는 어찌하여 나를 안을 수 없을까


나는 어찌하여 너를 만날 수 없을까

나는 어찌하여 너를 만질 수 없을까

나는 어찌하여 너를 안을 수 없을까


너와 나는 언젠가 꼭 만나야만 한다

너와 나는 언젠가 꼭 만져야만 한다

너와 나는 언젠가 꼭 안아야만 한다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야 꽃이 된다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야 밥이 된다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야 삶이 된다


함께 우리가 되기 위하여 내가 먼저

너에게 나를 꿈과 사랑으로 보낸다

행복으로 꽃피는 삶을 위하여 간다




나는 요즘 내 삶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길에서 나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 찾고 있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 서귀포 시내의 복개천 안으로 흐르다가, 이제 잠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이다가 마지막 다리 아래를 흐르고 있다. 머지않아 이 물은 더 이상 길이 없어질 것이다. 길 끝에서 허공에 발을 내딛어야만 할 것이다. 나의 삶도 이제는 그럴 것이다. 그동안 무난한 길을 걸어왔던 나는 이제 그 길 끝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제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3년만 근무하고 나오려고 했던 발전소에서 나는 벌써 36년 가까이 머뭇거리고 있다. 이제 1년 후면 임금피크에 접어들고 3년 후에는 어쩔 수 없이 나와야만 한다. 나는 그동안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취해서 살았다. 삶의 의미를 깊이 깨닫지 못하고 월급의 마약에 취해서 정신없이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나의 지금 심정은 정방폭포 위에서 어떻게 날개를 펼쳐야만 바다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과연 나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과연 사랑하는 당신을 기어이 만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방폭포 4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