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에 싹이 나서
― 감자에 싹이 나서
서천꽃밭에도 버려지는 놈들이 있었구나
미안하다 사랑하는 감자야
너를 깜빡 잊고 있었구나
흙 한 줌 없는 곳에서 고생 많이 했겠구나
그래, 이제라도 흙으로 돌아가라
내 어찌, 버려진 몸으로
버려진 자들의 아픔과 설움을 모르겠느냐
너는 벌써 홀로 푸른 몸이 되어
푸른 새싹을 내밀고 있었구나
벌써 어린 자식들이 젖을 빨고 있었구나
그래 안다
너는 뿌리가 아니라 줄기라는 것도 안다
너는 그렇게 광합성을 하니 줄기가 맞다
줄기면 어떻고 뿌리면 또한 어떻겠느냐
보아하니 곁에 있는 포도나무는
줄기에서 자꾸만 뿌리가 돋아나는구나
무화과나무도 자꾸만 공중에 뿌리는 뻗는구나
우리들은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
화분을 옮기려고 들었더니
그 화분 아래에도 개미들이 살고 있었구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개미들은 저마다 흰 알 하나씩 업고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