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007
― 마늘꽃
사람들은 당신이
꽃으로 피기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늘이
꽃으로 필까 봐서
마늘종 목을 친다
나는 마늘보다
마늘꽃이 더 좋다
나는 늘 기다린다
당신이 활짝 피어야
나는 더욱 환해진다
나의 사랑은 그렇다
우리들의 사랑은
그래야만 하리라
마늘꽃이 환하다
* 뒤늦게 땅속의 마늘을 찾으려고 하다가 마늘꽃 생각이 나서 소환해 왔다
자연환경파괴가 심해지고 기후환경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자연환경보전과 동물권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물보다 식물을 더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식물들의 입장에서 말을 좀 하고 싶다. 인간들이 먹고 있는 거의 모든 식물들은 꽃을 피우고 자신의 씨앗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식물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오늘 아침 이어도공화국 서천꽃밭에는 마늘꽃이 환하게 피어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산책길에 만난 마늘들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뿌리까지 뽑혀 있었다. 저 마늘들도 꽃을 피우기 위하여 꽃대를 올렸었다. 사람들은 마늘종을 먹기 위하여 푸른 목을 과감히 쳤다. 또한 꽃에게 영양분을 나누어주기 아깝다며 인정사정없이 푸른 목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저렇게 뽑혀서 비를 맞고 있다.
마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채소들은 꽃이 피기 전에 목이 잘리거나 허리가 잘리거나 발목이 잘리거나 뿌리째 뽑히는 운명에 처해진다. 마늘, 파, 상추, 배추, 무..., 요즘 들어 사람들은 동물권에 대하여 많은 말들을 한다. 그런데 식물권을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도덕성을 운운하며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억울한 일이다. 사람들은 잔디를 깎으면서 풀 향기를 말하기도 한다. 나는 풀향기를 맡으며 애도를 보낸다. 식물들이 목이 잘리면서 허리가 잘리면서 발목이 잘리면서 흘리는 피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숙연해져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다.
그러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것만 먹어야 한다. 과식은 죄악이다. 우리들이 먹는 모든 것들은 생명이다. 우리들은 다른 생명들의 고귀한 희생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 너무 많은 생명을 먹어치우고 살이 쪘다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이어트한다고 운동을 하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처음부터 적게 먹어야만 한다. 목숨을 연명할 수 있을 만큼만 먹고 자신들이 희생시킨 생명들의 후손들을 위하여 봉사를 하여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땅을 살려야만 한다. 흙을 살려야만 한다. 흙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기를 살려야만 한다. 물을 살려야만 한다. 하늘을 살려야만 한다. 우리들을 살리기 위하여 희생된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고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연을 보존하고 어느 하나의 생명이라도 멸종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돌봐야만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