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귀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Aug 13. 2023

서귀포 006

― 꽃농사와 나비농사




서귀포 006

― 꽃농사와 나비농사




나는 작물농사보다 꽃농사가 더 좋다

나의 꽃농사는 나비와 나방농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의 텃밭 이름이 서천꽃밭이다

감자와 파와 마늘을 심으려고 준비한다

나는 게으른 농부라서 수확에는 소질이 없다

구석에 있던 쪽파를 준비하고

꽃이 지고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 겨우 땅을 파서 코끼리 마늘을 찾는다

코끼리 마늘은 새끼 마늘들도 함께 있다

나는 아직 심지도 않았는데 벌써 꽃을 상상한다

벌과 나비와 나방들을 생각한다

어리호박벌과 배짧은꽃등에를 생각한다

가중나무산누에나방과 어스랭이나방을 생각한다

노랑애기나방과 흰띠알락나방을 생각한다

제주등줄박각시와 노랑줄박각시를 생각한다

왕자팔랑나비와 제주꼬마팔랑나비를 생각한다

청띠제비나비와 제비나비를 생각한다

갈구리나비와 줄흰나비를 생각한다

작은주홍부전나비와 바둑돌부전나비를 생각한다

왕나비와 암끝검은표범나비를 생각한다

암검은표범나비와 홍점알락나비를 생각한다

남색남방공작나비와 가락지나비를 생각한다

산굴뚝나비와 호랑나비를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호박꽃이 환하게 웃는다 

웃는 꽃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호박잎을 뜯는다

호박잎과 들깻잎으로 아침을 싸서 먹을 예정이다

나처럼 느린 민달팽이가 아침을 먹으려고 상을 차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귀포 00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