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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도

제주도를 아시나요 02

― 서귀포층을 당신은 아시나요

by 강산




제주도를 아시나요 02

― 서귀포층을 당신은 아시나요




어제는 칠석 오늘은 처서

처서에 비가 오면 흉년이라고 하였는데

어제도 비가 내리고 오늘도 비가 내린다

어제 만난 견우와 직녀가 아직도 우는가

제주도에는 내일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나는 오늘 아침에 문태준 시인을 읽는다

<아침은 생각한다>를 읽고 아침이 된다

우렁각시가 차려놓고 간 아침을 먹는다

제주도 핵심 기반 서귀포층을 생각한다



서귀포층.jpg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는 천지연폭포 입구에서 서쪽 해안가 절벽을 따라 약 1.5km에 걸쳐 드러나 있다


서귀포시 서홍동의 해안에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가 있다. 이곳은 제주도 지하에 넓게 깔려 있는 서귀포층의 일부가 솟아올라 있어 땅 위에서 서귀포층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천지연폭포 입구에서 서쪽 해안가 절벽을 따라 약 1.5km에 걸쳐 드러나 있다. 새섬으로 연결된 연육교인 새연교 입구에서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도 일대가 얕은 바다였던 약 180만 년 전 지하에서 상승한 마그마가 물과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는 수성화산 활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화구 주변에 화산분출물이 쌓이면서 곳곳에 수성화산체들이 생겨났으며, 오랜 시간 동안 이 화산체들이 파도에 의해 깎이고, 해양퇴적물과 함께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약 100m 두께의 서귀포층이 형성되었다. 계속된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그 위를 덮으면서 제주도 지하에 자리 잡게 되었다. 서귀포층을 구성하고 있는 화산분출물과 해양퇴적물은 제주도 형성 초기 화산활동의 흔적과 해양 환경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제주도 지질공원 인용)


eA0t_lYt3kh4RwILkvEZER4kbF0.png 제주도를 구성하는 암석들의 모식도와 지하수 함양층


서귀포층은 신생대 제4기 초(180만 년-55만 년)에 형성된 해양 및 육성기원 퇴적층으로 패류화석을 비롯하여 다양한 해양생물 화석들이 산출된다. 서귀포층 내에는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서 살던 연체동물 화석을 비롯하여 유공충, 개형충, 완족류, 산호, 고래뼈, 상어이빨을 비롯하여 각종 생물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또한 서귀포층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신생대 제4기 초 퇴적층으로 당시 동북아시아 주변의 고해양 환경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지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화석종 다양성과 기후학적 의미로 인해 서귀포층은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서귀포층은 학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을 잘 통과시키지 않는 서귀포층은 지하수가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여 제주에 물 자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도 지하를 흐르는 물은 지층의 틈새를 통해 곳곳에서 샘처럼 솟아오르는데 이것을 용천수(湧泉水)라 하며, 주로 해안가에 많이 분포한다. 옛날 제주 사람들은 식수를 얻기 위해 용천수 주변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제주도 지질공원 인용)


서귀포층-1.jpg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에서 본 새섬 문섬 섶섬
서귀포층-3.png 제주도 지하 층서와 암상의 개략적 모식도





칠석 / 강산



오늘은 옛날에 약속한 날인데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

설마 바쁘다고 잊은 것 아니지

우리 지금은 만날 수 없어도

저 빗소리에

그대의 숨결소리 들려오는구나




처서 / 강산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오늘은 하루종일 당신이 그립다

오늘은 하루종일 마음이 가난하다

오늘은 하루종일 서귀포를 생각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서귀포층을 생각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용천수를 생각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입이 비뚤어진다

오늘은 하루종일 당신이 보고 싶다

오늘은 하루종일 핵심이 흔들린다

오늘은 하루종일 기반이 흔들린다

오늘은 하루 종일 서귀포가 흔들린다

오늘은 하루종일 서귀포층이 흔들린다

겨우 눌러왔던 뜨거운 마그마가

깊은 바다에서부터 솟아오르고 있다




가을 저녁 / 배진성



추석(秋夕), 가을 저녁이 참 좋다

가을 저녁이란 말이 참 좋다

내가 아마

가을 저녁쯤 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가을의 한가운데란 말보다

8월의 한가운데란 말보다

나는 왜 가을 저녁을 더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어쩌면

가위를 무서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위라는 말을 무서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들의 머리를 자르는 전단가위

우리들의 머리카락 자르는 이발가위

애끓는 마음까지 잘라버린 인연가위

배 속에 넣은 채로 봉합해 버린 수술가위

천의 피부를 싹둑, 싹둑 자르고

인연의 실을 뚝, 뚝 끊어버리는 바느질가위

붉은 피 똑똑똑 흘리며 사지를 절단하는 부엌가위

마늘 모가지 따는 농업가위, 공업가위, 어업가위

아, 담벼락에서 거시기를 노리던 그 큰 거시기 가위

사마천의 거시기까지 잘라버린 그 크고 무서운 가위

그리하여 나는 아직도 한가위보다 추석이란 말이 좋다

가을밤 보름달 속에서 큰 가위 하나 보인다

가을 저녁을 가위질하며 큰 보름달 하나 하늘을 가른다




숲에서 길을 찾다 / 배진성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칡과 등나무가

서로를 미워하며 키만 키우고 있었다


소나무는 목숨에 대하여 말해 주었으나

가슴속으로 흐르는 물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소나무는 길을 알려주려고 숲과 숲을 이어주는

외나무다리가 되었다


뒤늦게 칡과 등나무는 서로의 강을 보았고

소나무가 말해주는 아름다운 길을 보았다


다투어 하늘로만 향하는 길을 틀어 강을 건넌다는 것은, 낭떠러지의 아득함과 절벽의 막막함으로 가는 길, 그래도 가야만 하는 우리들의 길


칡과 등나무는 외나무다리를 부여잡고 돌고 돌아

으르렁거리는 물살 위에서 겨우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서로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으나

칡과 등나무는 서로를 안으면서 길이 되었다


먼 훗날 소나무 다리가 먼 길 떠난 뒤에도

칡과 등나무는 든든한 서로의 다리가 되리라


갈등(葛藤)의 다리가 강을 건너고 있다








소개 - 제주도세계지질공원 (jeju.go.kr)

서귀포패류화석층

세계자연유산지구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주상절리대

서귀포패류화석층

천지연

우도

비양도

선흘곶자왈

교래삼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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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층은 천지연폭포 입구에서 서쪽 해안가 절벽을 따라 약 1.5km에 걸쳐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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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층 내부의 조개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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