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책 만드는 여자
책 만드는 여자 김민정 시인이 아름답다
그가 인스타그램을 한다기에 나도 가입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난다 출판사의 홈페이지처럼 운영되는 듯
세상은 바뀌고 윤전기도 바뀌고 있는 듯
대형 인쇄기가 막 토해놓은 원판을 본다
따뜻한 종이에 들어앉은 글자와 그림을 본다
종이에 숨결을 불어넣는 시인이 아름답다
나무의 죽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아름답다
죽은 나무에 버섯의 종균이라도 심는 듯
돋보기를 들이대고 살펴보는 눈빛이 아름답다
<잘 줄은 알고 할 줄을 모르는 어떤 여자에 이르러>
를 한 번 더 읽고 그녀의 산문집을 읽는다
폴란드의 화가 빌헬름 사스날의
담배 피우는 소녀(앙카) 그림이
잘 어울린다 <<각설하고,>>
화가는 아내의 그림을 그렸다는데
김민정 시인의 인상과 잘 어울린다
어쩌면 이 그림을 보고
머리 스타일을 맞춘 것처럼 닮았다
김민정 시인이 담배를 피우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인쇄된 원본을 감리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버섯에 대하여 생각한다
버섯은 음지에서 잘 산다
버섯은 그늘을 먹고 산다
버섯은 죽음을 먹고 산다
내 몸에도 내 마음속에도
버섯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나의 죽음은 어떤 버섯을 키울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버섯들을 보면서 이름을 불러본다
양송이, 느타리버섯, 표고, 먹물버섯, 광대버섯, 무당버섯, 치마버섯, 환각성 버섯, 그물버섯, 영지버섯류, 말굽버섯류, 구름버섯류, 구멍장이 버섯, 싸리버섯, 말징버섯, 말불버섯, 방귀버섯, 말뚝버섯, 망태버섯, 찻잔버섯, 붉은알버섯, 목이목, 붉은목이류, 흰목이류, 곰보버섯, 덩이버섯, 들주발버섯, 털작은입술잔버섯, 안장버섯, 느타리, 표고, 팽이, 노루궁뎅이, 잎새버섯, 송이, 덩이버섯, 곰보버섯, 복령, 영지, 상황버섯, 동충하초, 운지버섯, 독우산광대버섯, 알광대버섯, 마귀광대버섯, 광대버섯, 흰땀버섯, 삿갓땀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