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가 너무 멀어서 일반인들이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라도 혹은 서귀포시 이어도로 앞바다에 과학기지 모양의 건물을 지어서 이어도문학관을 만들고, 그 안에 방을 만들어서 이어도창작실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와 이어도문학회에서 힘을 합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견 많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마라도 남쪽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앞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최남단은 마라도가 아니라 이어도임을 알릴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는 이어도는 동해의 독도와 함께 매우 중요한 우리나라의 영토입니다. 이런 사실을 우리나라 국민들이 먼저 알아야만 합니다. 이어도문학관은 이어도 국토수호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해양문학과 절대 고독을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문학관과 창작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마라도 남쪽에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 모양의 건물이 들어선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귀포시에 도로명주소 '이어도로'가 있습니다. 서귀포혁신도시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꽤 넓고 긴 도로가 바로 '이어도로'입니다. 태평양을 비롯하여 많은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고 기후 위기 때문에 우리들의 어머니인 지구가 많이 아픕니다.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위하여 이어도는 지금도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003년 6월에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완공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로 딱 20년이 되었습니다. 청년이 되었습니다. 올 연말에 이어도문학 제4호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이곳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지금 많은 원고들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이다
서귀포혁신도시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이어도 길을 걷다가 태평양으로 간다
설문대할망의 막내아들을 만나러 간다
남극노인성이 유숙하는 이어도로 간다
바다를 본다 바다 해(海) 글자를 본다
인간들의 욕망이 낳은 쓰레기들의 섬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욕망들의 얼굴,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가 아프다
아픈 어머니에게 방사능 오염수까지 먹인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트로이목마를 끌고 온다
북극곰의 신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바다와 하늘이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막내아들이
뜨거운 어머니 이마에 물수건을 올린다
유숙하던 노인성도 곁에서 돕는다
서천꽃밭 꽃감관도 불사화를 가져온다
용궁으로 가는 올레에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노랫소리 들려온다 하늘에는 서천꽃밭이 있고 땅에는 마고성이 있고 바다에는 이어도가 있다
어머니를 살리려고 노인성과 꽃감관도 떠나지 못한다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나를 밟고 지나간다
내 안에 섬들의 발이 있다
내 가슴속에 섬들의 발자국이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도가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주는 섬이 있다
나는 징검다리 같은 이어도가 된다
序. 이어도를 아시나요
이어도를 아시나요 아름다운 나라의 끝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가 시작되는 곳 당신은 그런 나라 이어도를 아시나요 이어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이어도를 당신은 아시나요
1. 용설란
이어도 가는 길가에 용설란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오래된 용의 혀들이 싱싱하다 그중의 몇 놈이 수상하다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기다리는 님이 있는지 고개를 쭈욱 내밀고 있다 그 높은 전망대 위에서 손차양을 하고 먼 곳을 본다
2. 탱자나무 울타리
이어도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다 이어도와 세상을 구분하는 경계에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다 이어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가야만 한다 그 탱자나무 울타리 가득 바람의 헌 옷들이 하얗게 꽃 피어있다
3. 전혀 다른 세상
용설란 가로수 길을 지나 탱자나무 울타리 건너 이어도에 들어온 나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잠시 어리둥절하다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헌 옷을 모두 벗고 들어온 바람의 살결이 부드럽다 빈 몸이 된 나는 잠시 부끄러웠지만 이어도에서는 모두가 옷을 입지 않는다 옷을 입지 않는 세상에서는 옷을 입으면 더 이상하다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 그런 이어도에서 나는 시나브로 이어도가 된다
4. 비익조
이어도에는 비익조가 살고 있어요 삼광조와 팔색조가 살고 있어요 세상에서 눈을 잃은 새가 이어도에 돌아와 세상에서 눈을 잃은 또 다른 새를 만나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세상에서 날개를 잃은 새가 이어도에 돌아와 세상에서 날개를 잃은 또 다른 새를 만나 드디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어요 팔색조와 삼광조 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살고 있는 비익조가 아직도 이어도에 있어요
5. 이어도의 강
제주도에는 강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어도에는 강이 있습니다 깊은 강이 있습니다 맑은 강이 있습니다 길고 선명한 상처가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철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어도에는 흔들리면서, 흔들리면서 덜컹거리며 흘러가는 바다의 열차가 있습니다 협괘열차의 추억이 있습니다
6. 게으른 몽상가
이어도에는 게으른 몽상가가 살고 있어요 그는 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가끔은 가지치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그 나무에 올라가 바다 건너에 있다는 또 다른 이어도를 바라보곤 하지요 그리고 아주, 아주 가끔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따라 탱자나무 울타리 밖으로 산책을 나가지요
7. 산책
산책은 살아있는 책입니다 산책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책입니다
8. 별무덤
이어도는 별무덤입니다 도시를 떠난 별들이 모여 사는 별똥별들이 부활하는 별무덤입니다 이어도 하늘에는 지금 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별들이 하늘에 뿌리를 박고 반짝이는 꽃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별들의 뿌리를 사람들은 푸른 잔디라고 말합니다 잔디로 덮여있는 무덤을 보십시오 무덤들은 달을 닮았습니다 달의 일부가 자꾸만 보이지 않습니다 없어진 달은 바로 그 무덤 속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당신들의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달은 지금 이어도 하늘을 가고 있습니다
9. 붉은점모시나비
거름이 되지 못하는 똥물은 물러가고 아직도 거름이 될 수 있는 따뜻한 똥만 남아라 오늘도 이어도에는 모시나비가 날고 상제나비가 날고 붉은점모시나비가 개미들의 밥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붉은점모시나비가 날던 그 자리에 곧 부용화가 피어나리라
10. 멍텅구리 배
이어도 앞바다에 멍텅구리 배 한 척이 있습니다 그 멍텅구리 배를 볼 때마다 내가 한 때 갇혀 살았던 지옥의 멍텅구리 배 생각에 다시 멀미 납니다 나를 멍텅구리 배에 팔아넘기고 검은 멧돼지와 함께 동굴에서 살고 있는 붉은여우가 생각납니다 오늘은 이어도에 손님이 한 분 찾아왔습니다 그 거친 바다를 건너온 그도 역시 멍텅구리 배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을 했습니다 그는 아직도 몸과 마음이 바다에 젖어 있습니다 바다의 시퍼런 파도가 칼날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는 살기 위해서 탈출한 것이 아니라 함께 죽이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고 합니다 나도 한 때는 복수하기 위해 발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역시 사랑만이 최선의 길입니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멍텅구리 배에서 새우를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를 멍텅구리 배에 팔아넘긴 그의 아내는 함께 공모하여 팔아넘긴 그 사내와 함께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소문이 그의 귀에까지 날아와 꽂혔답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복수의 칼날을 품고 그 짐승들에게 달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를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복수의 칼날이 녹슬어 사랑의 꽃으로 부활하기 전에는 이어도에서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이어도 앞바다에 멍텅구리 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11. 이어도에 사는 사람들
이어도에는 아버지가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어머니가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남편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아내가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자식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대통령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는 국회의원이 따로 없다 이어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스스로의 길을 간직한 그런 거울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
12. 시인
이어도에는 시인이 살고 있어요 이어도에는 너나들이가 살고 있어요 너는 너고 나는 나인 이 시대에 너는 나고 나 또한 너인 그런 아름다운 시인이 살고 있어요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시인이 이어도에 살고 있어요 “시란 사람을 열고 사람에게 비로소 열리는 사랑의 문입니다” “나는 땅의 눈물 같은 그런 시 한 편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시인이 살고 있어요 영혼이 투명한 시인이 살고 있어요 맑고 아름다운 시인이 살고 있어요 붉은 동백꽃의 시인이 살고 있어요
13. 애련
이어도에는 연꽃이 피어 있어요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향기로운 사랑의 연꽃이 꽃 피어 있어요 내가 세상의 흙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나를 사랑으로 건져 올려준 너무나 고마운 연꽃이지요 나를 죽음에서 들어 올려준 너무나 크고 은혜로운 연꽃이지요 넓은 연잎으로 더러운 세상을 가리고 그 위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이지요 그보다도 더 중요한 진실은 그 넓은 연잎 아래서 끊임없이 알게 모르게 오염된 세상을 정화시키고 있지요 그리하여 나도 이제는 그렇게 은은한 향기의 연꽃이 되고 싶어요
14. 이어도 카페
가장 아름다운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꽃입니다 이어도 카페에서는 그런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함께 모여서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억새꽃과 유채꽃 이어도의 사람꽃이 10월의 메밀꽃과 감자꽃으로 지금 한창 흐드러지고 있습니다
15. 이어도 사랑촌
이어도에는 없는 사랑이 없습니다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랑이 있습니다 이어도에서는 당신이 꿈꾸는 어떤 모습의 사랑도 가능합니다 세상에서 배우고 익혀 온 모든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당신은 분명히 당신의 사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어도 사랑촌에서는 어떤 종류의 사랑도 이루어집니다 엄밀히 말해서 사랑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어도 사랑촌에서는 또한 섹스하고 싶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섹스하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이어도 사랑촌은 그런 곳입니다
16. 이어도 부활촌
이어도에는 부활촌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지친 사람들이 새롭게 부활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 이어도 부활촌에는 수목원이 있습니다 나무는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나무는 먼저 떠나지도 않고 배반하지도 않고 한없이 베풀어 주며 가르쳐줍니다 길은 결국 자신 안에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말없이 가르쳐줍니다 수목원 입구에는 워싱턴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습니다 워싱턴은 워싱턴에 두고 워싱턴 야자수만 가져왔습니다 나무들은 틀림없이 당신을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분명히 부활할 것입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 부활촌에서 부활합니다
17. 이어도 창작촌
이어도에는 풍경소리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길을 잃은 당신은 이어도 창작촌에서 당신의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어도 사랑촌을 거쳐 이어도 부활촌을 지나면 당신은 이제 당신의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어도만은 전쟁터가 아닙니다 이어도는 오직 우리들을 위한 아름다운 섬입니다 강한 나라가 아니라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https://youtu.be/EcB2pkooBlA?si=zdxGNSYLZBcUjSC1
https://youtu.be/x2EAR_uu8dg?si=_m7XxteCxg3mCqgj
https://youtu.be/AVEwkiUhD2U?si=Ifo2RZqjykXFVhV0
벌써 아침인데 반도 가지 못했다
이제 막 월라봉을 벗어나
산방산까지는 아직도 멀었다
바다의 방에도
산의 방에도 가려면 서둘러야만 하겠다
아, 우리나라 문학동네는 이렇게 굴러가는구나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못하면서 시인들을 뒷바라지하는구나
참으로 존경스러운 마당발이 우리 문학을 살찌게 하는구나
나도 이제 그에게로 가고 싶다
나도 이제 문학동네에 가서 아름다운 시인이 되고 싶다
나는 이제 겨우 우리들의 문학동네를 읽는다
나는 이제 겨우 김민정 시인을 거꾸로 읽는다
이어도서천꽃밭에서 김민정 시인의 시를 읽는다
창문 밖으로 호박과 호박잎이 보인다
내년에는 호박을 더욱 잘 심어서 호박잎을 많이 먹어도
호박이 잘 열리고 더욱 잘 자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그의 최근의 시집을 읽고 쪽파를 심는다
대가 끊겼다며 아들 타령을 하는 조선시대를 생각하며 씨를 심는다
방치해 둔 쪽파에서 싹이 돋아나서 나도 샤프란 옆에 심는다
숨어있던 꽃무릇 옆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파를 심는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살펴보는 눈빛이 아름답다
<잘 줄은 알고 할 줄을 모르는 어떤 여자에 이르러>
를 한 번 더 읽고 그녀의 산문집을 읽는다
나의 죽음은 어떤 버섯을 키울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버섯들을 보면서 이름을 불러본다
양송이, 느타리버섯, 표고, 먹물버섯, 광대버섯, 무당버섯, 치마버섯, 환각성 버섯, 그물버섯, 영지버섯류, 말굽버섯류, 구름버섯류, 구멍장이 버섯, 싸리버섯, 말징버섯, 말불버섯, 방귀버섯, 말뚝버섯, 망태버섯, 찻잔버섯, 붉은알버섯, 목이목, 붉은목이류, 흰목이류, 곰보버섯, 덩이버섯, 들주발버섯, 털작은입술잔버섯, 안장버섯, 느타리, 표고, 팽이, 노루궁뎅이, 잎새버섯, 송이, 덩이버섯, 곰보버섯, 복령, 영지, 상황버섯, 동충하초, 운지버섯, 독우산광대버섯, 알광대버섯, 마귀광대버섯, 광대버섯, 흰땀버섯, 삿갓땀버섯.....,
좋은 원고를 쓰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기획이 있어야 한다
의미 있는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생활을 단순화해야만 한다
생활을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어떤 것들을 포기하고 어떤 것들에 집중할 것인가 결정해야만 한다
시가 너무 어려워져서 그런 것도 있다
요즘에는 시인들과 평론가들만 읽는다
물론 몇몇 시인들의 시집은 잘 읽는다
그렇다고 그 시인들처럼 쓰고 싶지 않다
또한 아직은 본격적으로 산문도 아니다
어쩌면 산문으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바로 그 준비단계일수도 있으리라
형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나만의 형식을 찾아서 써볼 생각이다
나의 꿈과 나의 삶과 나의 글에 대하여
쓸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글을
<꿈삶글>이라고 진작부터 명명하였다
앞으로 내가 쓰는 <꿈삶글>을
독자 여러분들은 자유롭게 읽으면 된다
시로 읽어도 좋고 산문으로 읽어도 좋다
내가 나를 위하여 자유롭게 쓰듯이
독자 여러분은 자신을 위하여 읽으면 된다
문제는 책 속에 담길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
어떤 내용의 마음을 담아서 책을 만들까
우선 세상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자
나를 먼저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쓰자
그것이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듯
어떤 경로를 통하여 책이 만들어지는지,
어떤 인연으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지,
작가와 편집자는 어떻게 협력을 하는지,
세상에 나온 책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도 아직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모른다
다만,
이번에 낼 책은 소통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려면 좀 쉽게 써야만 하겠다는 큰 다짐,
읽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
내가 쓰는 글들은 먼저 나 자신을 위해서 쓴다
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반성하고 계획한다
그런 나의 모습과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시는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의 거울을 볼 수 있기를,
그리하여 우리들이 함께 사는 우리들의 세상이
좀 더 의미 있고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이런 생각을 하는데 포도잎이 사라지고 없다
이번이 몇 번째인가, 자라면 없어지는 포도잎
다시 기운을 차리고 겨우 또다시 새 잎을 내는,
한 번 더 생각하니 너무 그늘에 심은 것 같아서
햇빛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긴다
나처럼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서
어쩌면 이번에 만들 책은 포도 같은
아니 포도잎 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햇빛을 가슴 가득 담아놓은 포도가 달듯이
포도잎도 빛나는 햇빛을 가득 품고 있어서 좋아하는 듯
줄박각시나방벌레 한 마리 오늘도 꿈을 꾸기 시작한다
<생명 세계와 나의 시>라는 강의를 하였다
애월에서 살면서 느낀 것들을 주로 말했다
시인 자신의 손바닥만 한 수첩을 보여주었다
여름방학 때 70권의 시집을 집중적으로 읽고
시의 눈을 뜨게 되었다는 시의 새싹
선배 박정대 시인이 자신의 시를 태웠다는 죽비
군대에서 시를 읽기 위하여 몰래 가져간 시집,
시집을 분해하여 낱장으로 온몸에 숨겨갔다는,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은 흙탕물에,
그리고 육조 혜능 선사의 게송이 자신을
불교방송에 입사를 하게 만들었고 불교와의 인연,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가 없네. 부처의 성품은 항상 깨끗하거니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 있으리오."
"마음은 보리의 나무요 몸은 밝은 거울의 받침대라 밝은 거울은 본래 깨끗하거니 어느 곳이 티끌과 먼지에 물들리오."
아, 나는 운명적인 문태준 시인을 만나고 핑크뮬리로 피었다
가까운 마노르블랑 카페로 가서 가을 바다를 보며 하늘이 되었다
― 문태준 시인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오롬마르
― 다시 시인으로 살기 위하여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누가 나를 이어도에 가두었던 것일까
왜 나는 스스로 이어도가 되었던 것일까
왜 나는 사랑을 잃고 시인을 포기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길은 시인의 길이다
그래, 이제 다시 시인의 길로 돌아서 가자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에움길로 가자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무릎이 깨져도
내가 가야만 할 나의 길을 회피하지 말자
당당하게 출사표를 다시 한번 던지고
나는 다시 이제부터 시인으로 산다
나는 이제 끝까지 시인으로 살고 싶다
시는 사랑이 없으면 쓸 수 없다
나는 이제 끝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하자
세상이 아무리 나를 속일지라도
나는 끝까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자
와온포구에서 갯벌에 번지는 노을이 나에게 온다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어도서천꽃밭에서 피는 꽃부터 호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쉬었다
아니, 처음부터 문단활동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그리하여 나는 아직 발표할 곳이 많지 않다
발표보다는 우선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써야 한다
나는 바닥부터 새로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어디라도 발표를 시작할 것이다
아직은 인적 네트워크가 아주 미약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작정이다 멀리, 오래,
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천천히 가야 한다
이번에 시산맥사 대표 문정영 시인의 권유로
월간 모던포엠 10월호에 신작 시 2편 발표한다
아마 지금쯤 인쇄가 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아직 모던포엠을 잘 모른다 인연을 믿는다
이어도서천꽃밭 입구에 꿈순이와 꿈돌이가 있다
나는 아직도 함께 자는 애완견으로 키우지 못하고
집을 지켜주는 문지기로 키우고 있다 개는 개처럼,
조금만 더 자라면 둘을 결혼시켜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 꿈순이 마음이 뒤숭숭한가, 수상하다
언제부터인가 불한당 같은 견공 한 마리
자꾸만 밤낮으로 꿈순이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오늘은 새벽부터 꿈순이를 범하려는 게 아닌가
아이고 이러다 큰 일 나겠다 안 되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꿈순이와 꿈돌이를 결혼시키기로 한다
꿈돌이 목줄을 풀어 꿈순이 방에서 합방을 시킨다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았던 둘은
금방 몸이 달아올라 합방에 성공을 한다
나는 결혼사진이라도 찍어두려고
심재산방 원두막으로 휴대폰을 가지러 간다
그러나 아, 그 짧은 사이에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불한당이 쳐들어와 맹렬하게 짖어대는 바람에
꿈돌이와 꿈순이의 사랑의 고리는 빠지고 말았다
꿈돌이의 경험 부족으로, 너무나 서툰 사랑으로
사랑하는 마음의 고리가 너무 헐거웠던 것이리라
아, 한반도의 가엾은 운명처럼, 근친상간처럼
한 번 사랑에 실패한 꿈돌이는
더 이상 사랑에는 관심이 없이 거드름만 피웠다
꿈순이가 다시 사랑의 불씨를 살려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한 번 식어버린 사랑은 깜깜해졌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은 안 되겠다 싶어서
꿈돌이를 다시 개줄에 묶고 방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꿈돌이의 다급하고 슬픈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짧은 순간에
불한당이 맹렬하게 쳐들어와 꿈순이를 범하고 말았다
아마도 그 불한당은 경험이 많았으리라
꿈돌이가 아무리 짖고 난리부르스를 춰도 강력한 힘으로
한 번 불륜으로 결합된 사랑의 고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지켜보던 분꽃들도 고개를 돌리고 태양만 바라보고 있었다
추석(秋夕), 가을 저녁이 참 좋다
가을 저녁이란 말이 참 좋다
내가 아마
가을 저녁쯤 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가을의 한가운데란 말보다
8월의 한가운데란 말보다
나는 왜 가을 저녁을 더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어쩌면
가위를 무서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위라는 말을 무서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들의 머리를 자르는 전단가위
우리들의 머리카락 자르는 이발가위
애끓는 마음까지 잘라버린 인연가위
배 속에 넣은 채로 봉합해 버린 수술가위
천의 피부를 싹둑, 싹둑 자르고
인연의 실을 뚝, 뚝 끊어버리는 바느질가위
붉은 피 똑똑똑 흘리며 사지를 절단하는 부엌가위
마늘 모가지 따는 농업가위, 공업가위, 어업가위
아, 담벼락에서 거시기를 노리던 그 큰 거시기 가위
사마천의 거시기까지 잘라버린 그 크고 무서운 가위
그리하여 나는 아직도 한가위보다 추석이란 말이 좋다
가을밤 보름달 속에서 큰 가위 하나 보인다
가을 저녁을 가위질하며 큰 보름달 하나 하늘을 가른다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칡과 등나무가
서로를 미워하며 키만 키우고 있었다
소나무는 목숨에 대하여 말해 주었으나
가슴속으로 흐르는 물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소나무는 길을 알려주려고 숲과 숲을 이어주는
외나무다리가 되었다
뒤늦게 칡과 등나무는 서로의 강을 보았고
소나무가 말해주는 아름다운 길을 보았다
다투어 하늘로만 향하는 길을 틀어 강을 건넌다는 것은, 낭떠러지의 아득함과 절벽의 막막함으로 가는 길, 그래도 가야만 하는 우리들의 길
칡과 등나무는 외나무다리를 부여잡고 돌고 돌아
으르렁거리는 물살 위에서 겨우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서로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으나
칡과 등나무는 서로를 안으면서 길이 되었다
먼 훗날 소나무 다리가 먼 길 떠난 뒤에도
칡과 등나무는 든든한 서로의 다리가 되리라
갈등(葛藤)의 다리가 강을 건너고 있다
웃음 없다고 토란토란 토라지지 않고
* 나마스테 : “당신의 영혼에 경의를 표합니다” 인도의 인사말
나는 작물농사보다 꽃농사가 더 좋다
나의 꽃농사는 나비와 나방농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의 텃밭 이름이 서천꽃밭이다
감자와 파와 마늘을 심으려고 준비한다
나는 게으른 농부라서 수확에는 소질이 없다
구석에 있던 쪽파를 준비하고
꽃이 지고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 겨우 땅을 파서 코끼리 마늘을 찾는다
코끼리 마늘은 새끼 마늘들도 함께 있다
나는 아직 심지도 않았는데 벌써 꽃을 상상한다
벌과 나비와 나방들을 생각한다
어리호박벌과 배짧은꽃등에를 생각한다
가중나무산누에나방과 어스랭이나방을 생각한다
노랑애기나방과 흰띠알락나방을 생각한다
제주등줄박각시와 노랑줄박각시를 생각한다
왕자팔랑나비와 제주꼬마팔랑나비를 생각한다
청띠제비나비와 제비나비를 생각한다
갈구리나비와 줄흰나비를 생각한다
작은주홍부전나비와 바둑돌부전나비를 생각한다
왕나비와 암끝검은표범나비를 생각한다
암검은표범나비와 홍점알락나비를 생각한다
남색남방공작나비와 가락지나비를 생각한다
산굴뚝나비와 호랑나비를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호박꽃이 환하게 웃는다
웃는 꽃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호박잎을 뜯는다
호박잎과 들깻잎으로 아침을 싸서 먹을 예정이다
나처럼 느린 민달팽이가 아침을 먹으려고 상을 차린다
벌써 아침인데 반도 가지 못했다
이제 막 월라봉을 벗어나,
산방산까지는 아직도 멀었다
바다의 방에도
산의 방에도 가려면 서둘러야만 하겠다
아, 우리나라 문학동네는 이렇게 굴러가는구나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못하면서 시인들을 뒷바라지하는구나
참으로 존경스러운 마당발이 우리 문학을 살찌게 하는구나
나도 이제 그에게로 가고 싶다
나도 이제 문학동네에 가서 아름다운 시인이 되고 싶다
나는 이제 겨우 우리들의 문학동네를 읽는다
나는 이제 겨우 김민정 시인을 거꾸로 읽는다
이어도서천꽃밭에서 김민정 시인의 시를 읽는다
창문 밖으로 호박과 호박잎이 보인다
내년에는 호박을 더욱 잘 심어서 호박잎을 많이 먹어도
호박이 잘 열리고 더욱 잘 자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그의 최근의 시집을 읽고 쪽파를 심는다
대가 끊겼다며 아들 타령을 하는 조선시대를 생각하며 씨를 심는다
방치해 둔 쪽파에서 싹이 돋아나서 나도 샤프란 옆에 심는다
숨어있던 꽃무릇 옆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파를 심는다
이어도는 최고
대상군 해녀네
깊은 물속으로
한 번 들어가서
나올 줄 모르네
비바람 불어도
모습 안 보이네
태풍이 불어도
나오지를 않네
해양 과학기지
테왁처럼 떠서
님을 기다리네
용궁으로 떠난
님을 찾아 나선
긴 사랑의 물질
끝날 줄 모르네
숨비소리 없이
돌아오지 않네
나도 님 찾아서
이어도로 가네
사랑을 찾아서
여의도로 가네
전복보다 좋은
여섬으로 가네
이어도 여의도
여섬이 되었네
산은 바다의 지붕 위에 떠 있고
바다는 산에서 내려온 물들의 집
수직은 수평 위에 서 있고
수평은 쓰러진 수직의 잔잔한 잠
산의 고향은 바다
바다의 고향은 산
하늘이 수직으로 떨어져
단애 아래 수평으로 걷는다
산은 바닥에서 다시 출발하고
바다는 또 하늘에서 내려온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목숨들
날아오르지 못하는 날개들
바닥이 너무 깊이 젖어
일어서지 못하는 수평선
허리 굽힌 윤슬이
툭, 어깨를 치며
손을 내민다
1
외돌개 만나러 가서
선녀탕을 먼저 본다
외돌개 만나러 가서
코끼리를 먼저 본다
그대는 보이지 않고
하늘과 바다를 본다
범섬 문섬 섶섬 새섬
삼매봉, 한라산 본다
외돌개는 포구에서
내 마음을 붙잡는다
세월이 흘러도 녹슬지
않을 계류기둥, 돌 말뚝
2
사람들은 스스로
외돌개가 된다
외돌개에 와서
자신의 모습 본다
세월에 무너진
가슴들 쓸려가고
홀로 서 있는
자신만 남아있다
뒤늦게 울부짖는
파도의 통곡소리
3
포구에는 배들이
드나들고
우리들
마음의 포구에도
돌기둥은 필요하나니
혼자라서 외롭다고
울부짖는 그대여
다시 한번 돌아보라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뿌리 쪽부터 돌아보라
세월이 흘러도 녹슬지
않을 돌기둥, 거기
또한 그대 서럽게 서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