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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20. 2023

메밀밭의 폭포소리

―  쉼터 일기 12




메밀밭의 폭포소리

―  쉼터 일기 12




먼 곳에서는 폭포도 소리가 들리지 않고

메밀밭에서도 가까우면 소리가 들린다

시월의 메밀꽃밭에서 은하수가 흐른다

은하수빛 폭포소리가 내 마음을 적신다

자세히 살펴보니 꽃잎에 핏물이 스민다

바람에 일렁이던 메밀밭이 똑바로 선다

밤마다 달빛으로 비문을 썼다가 지우고

날마다 파도소리 비문을 썼다가 지우니

시월의 메밀밭이 정박폭포로 일어선다

내가 좋아하는 빙떡 속의 무처럼 하얗게

당당하게 일어선 백비에는 은하가 산다

은하의 윤슬빛 비늘을 입은 용이 오르고

하늘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하늘로 통한다

이제는 메밀밭에서 정방폭포소리 들리고

정방폭포에서 메밀가루가 흩날리고 있다

나는 이제 서복선생과 함께 정방폭포에서

쏟아지는 빙떡을 먹으며 불로초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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