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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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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Dec 09. 2023

1. 윤동주 시인이 나를 읽는다

1. 윤동주 시인이 나를 읽는다



윤동주 시인을 다시 읽는다
윤동주 시인이 나를 읽는다



윤동주 시인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이제 꿈속에서도 윤동주 시인이 보인다. 눈을 뜨니 방 벽에서도 눈이 보인다. 눈들이 보인다. 윤동주의 눈이 보이고 송몽규의 눈이 보이고 강처중의 눈이 보이고 정병규의 눈이 보인다. 벽에 붙어있는 나무판자에 눈동자가 많다. 옹이들은 죽으면 저렇게 벽의 눈이 되기도 한다. 아예 눈알이 빠져서 뻥 뚫린 눈구멍도 있다. 


오늘은 자꾸만 <자화상> 생각이 난다. 나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윤동주의 자화상 제목은 처음에는 <외 딴 우물>이었다가 <우물 속의 자화상>이었다가 최종적으로 <자화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자화상은 최종적으로 어떤 마음이 나의 자화상으로 남을 수 있을까. 나 자신도 궁금해진다. 나는 이렇게 다시 윤동주 시인을 읽는다. 아니, 윤동주 시인이 나를 읽는다. 東柱와 童舟와 童柱가 나를 읽기 시작한다.



고구마 꽃



고구마꽃이 피었다

고구마꽃이 젖을 물리고 있다

꼬리박각시나방이 젖을 빨고 있다

고구마가 땅 속에서 젖을 준다

땅 속에서 어머니는

아직도 나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이어도를 아시나요



이어도를 아시나요

아름다운 나라의 끝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가 시작되는 곳

당신은 이어도를 아시나요


서귀포시 바다 1번지

이어도를 아시나요

서귀포시 태평양로 1

이어도 섬을 아시나요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인데

태평양으로 날아가는 이어도를 아시나요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제주도 사람들이 오래도록 꿈꾸어 오던 섬

이어도를 아시나요 이어도의 꿈을 아시나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이어도를 만들었고

어부들의 한숨소리가 이어도를 만들었고

가족들의 상여소리가 이어도를 만들었네


태평양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태극기 휘날린다

제주도의 막내아들이 성인이 되어 날아간다


노인성이 유숙하는 섬으로 날아간다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이다


서귀포혁신도시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이어도 길을 걷다가 태평양으로 간다

설문대할망의 막내아들을 만나러 간다

남극노인성이 유숙하는 이어도로 간다


바다에서 해(海)를 본다 물이 아프다

인간들의 욕망이 낳은 쓰레기들의 섬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욕망들의 얼굴,


바다 해(海) 글자를 더 자세히 본다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가 아프다

아픈 어머니에게 방사능 오염수까지 먹인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트로이목마를 끌고 온다

북극곰의 신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바다와 하늘이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막내아들이

뜨거운 어머니 이마에 물수건을 올린다

유숙하던 노인성도 곁에서 돕는다

서천꽃밭 꽃감관도 불사화를 가져온다


용궁으로 가는 올레에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노랫소리 들려온다 하늘에는 서천꽃밭이 있고 땅에는 마고성이 있고 바다에는 이어도가 있다


어머니를 살리려고 노인성과 꽃감관도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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