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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Sep 07. 2020

떫은감






청년임업인, 이승환 대표가 일구는떫은감의 달콤한 미래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함이 입안 가득 차오른다떫은감이라는 편견이 단번에 사라지는 맛이다두 팔을 벌린 형태의 산자락에 자리한 떫은감 농장, ‘노래하는 나뭇가지에서 자라고 만들어지는 곶감이다그 맛에 이름이 왜 노래하는 나뭇가지일까란 궁금증은 이미 풀렸다.


20대 청년임업에 뜻을 두다
노래하는 나뭇가지 이승환 대표가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생천리 산자락에서 떫은감 농사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10년째. 28세에 농사짓기 적합한 산을 찾아 안동과 영주, 문경과 예천 곳곳을 살폈고 여러 곳 중 항아리 모양의 지형을 가진 이곳에 터를 잡았다.
임야 43,900m², 약 13,000평에 떫은감 나무가 뿌리 내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이승환 대표는 물론 그와 함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온 아버지 이주현 씨와 어머니 박미자 씨의 바지런함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농사는 일한 만큼 벌고 땀 흘린 만큼 얻는다’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습니다.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준 셈이죠. 하던 디자인 공부를 정리하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해 3년간 농업이론을 공부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녹차나 허브 재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예천에만 있는 특색 있는 농작물을 키워보고 싶어졌습니다. 관련 임산물을 찾다가 이곳에서만 자란다는 수종시를 알게 됐죠.”
예천 지역에서 수종시를 키우는 은풍면 농가가 작은 규모라면, 자신은 산에서 대량 재배하면 승산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산을 깎아 터를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렸고 그렇게 다져진 터에는 수종시 묘목이 심어졌다. 관수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때라 비가 오지 않으면 묘목들은 말라 죽기 일쑤였고 잡풀과 잡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쓴 제초기에 잘려나가는 묘목 또한 많았다. 나무가 죽은 자리에 나무 심기를 계속한 결과, 지금은 수종시 나무 12,000그루가 건강히 자란다. 



땀 흘린 만큼 더 잘 자라는 떫은감
이승환 대표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산비탈을 나무가 건강히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기 위해 콩과의 덩굴성 일년초인 헤어리 베치를 나무 아래 키웠다. 헤어리 베치 뿌리는 토양에 질소 영양분을 주었고, 일하는 사람들이 산비탈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또 액체 상태의 비료를 잎에 살포하는 엽면시비로 나무의 성장을 도왔다. 재배면적이 넓은 노래하는 나뭇가지 농장의 경우 전면시비보다 엽면시비가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헤어리 베치와 엽면시비 모두는 이승환 대표가 인터넷과 책을 찾아 공부하며 찾은 방법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한국농수산대학의 은사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농업기술센터나 농협에서 주관하는 교육에 참여해 배운 선진농가의 재배 노하우를 적용하기도 한다. 특히 노래하는 나뭇가지를 주기적으로 찾아 조언을 해주는 상주감연구소 송인규 소장의 도움도 크다.
수정된 열매가 오랫동안 햇빛을 받을 수 있게 이승환 대표는 나무 모양을 잡는 데도 공을 들인다. 너무 높으면 수확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적절한 높이를 유지할 수 있게 자르고, 가지가 최대한 넓게 퍼지도록 가지치기한다. 위에서 보면 부채를 펼친 모양이 되어야만 가지 전체가 햇빛을 많이 받는다. 


수종시의 경우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다는 것도 송인규 소장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수정은 특수 처리된 송화가루에 수종시 수꽃의 화분을 섞어 암꽃에 분무하는
방식으로 해왔습니다. 이제 수나무를 심었으니 따로 화분을 분무해주지 않아도
수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당도 높고 부드러운 식감의 수종시 곶감
“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는 데는 보통 5~8년 정도가 걸립니다. 저희 나무들은 2015년부터 나무 1그루당 1~2개의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나무 1그루당 15kg, 약 75개의 열매를 맺었고, 올해는 나무당 20kg을 수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는 감꽃이나 열매가 꼭지에서 쉽게 떨어질 때면 우연이라고만 생각했던 초보 임업인에서 해거리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의 영양 관리에 힘쓰고, 작은 가지마다 3개 이상의 열매가 맺지 않게 솎아주는 전문 임업인이 되었다. 그 결과 해마다 수확량도 늘고 있다. 이승환 대표는 수확된 떫은감을 곶감과 반건시로 가공해 판매한다. 떫은감의 경우 홍시, 곶감, 감말랭이, 반건시를 비롯해 감와인, 감식초 등으로 가공돼 판매되는데, 수종시 품종의 경우 당도가 높고 섬유질이 적어 곶감을 만들면 맛이 탁월하다.
2015년 가공실을 갖추기 전에는 커다란 철 채반을 이용해 떫은감을 널어 건조시키며 이불을 덮고 걷기를 반복하는 전통건조 방식으로 가공했지만, 가공실을 만든 후에는 기계를 이용해 곶감을 가공하고 있다. 기계화가 됐다고 해도 일손을 던 것은 아니다. 네 잎 클로버처럼 생긴 수종시 떫은감은 4면에 홈이 있어 기계에 넣어 껍질을 깎아도 꼭 사람의 손이 필요하고, 건조 과정도 6차례 이상을 거쳐야 한다. 건조기 건조 후 실온에 두어 수분을 조절하는 과정을 3~4차례, 냉동건조 과정 또한 3~4차례를 거쳐야 먹기 좋은 식감의 곶감이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곶감과 반건시는 노래하는 나뭇가지의 홈페이지와 농협, 인터넷 밴더들을 통해 판매된다. 소포장 상품인 꼭감, 곧감 시리즈로 젊은층의 곶감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실내 가공실을 운영한 것도 판매에 도움이 됐다. 



전문 임업인으로서의 새로운 도전
늘어나는 떫은감 생산량에 맞추어 이승환 대표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곶감과 반건시는 자체 판매하는 양만 가공하고 나머지는 증류주로 가공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주조회사와 협력해 공동개발을 준비 중으로 감와인처럼 흔하지 않으면서 고유한 향과 맛을 지닌 막걸리나 증류주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또 남부지방산림청 제1호 임야대상 농업경영체로 등록하며 전문 임업인으로서 미래 구상 또한 확고해졌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그간 농지에 한해 운영되어 왔던 농업경영체 등록 대상에 임야가 추가되면서 임업인도 등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청년임업인 이승환 대표도 꿈꾸는 임업인이다. 떫은감 생산과 가공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즐기고 누리기를 말이다. 그리고 그 꿈은 노래하는 나뭇가지 농장에서 알알이 열매 맺어 익어가고 있다.


농업경영체로 등록을 하면 더 많은 혜택과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임업인으로서 떫을감을 수확해 가공,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산을 잘 가꾸어 관광과
산책이 어우러진 체험농원 운영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모두 관련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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