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 창구멍

by 강산


창구멍



바람 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

우리 아빠 뒷자취 보구 싶어서

침을 발라 뚫어 논 작은 창구멍

아롱아롱 아침해 비치웁니다.


눈 내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 간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끝으로 뚫어 논 작은 창구멍

살랑 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_ (1936년 초 추정, 윤동주 20세)

12. 창구멍(동요) _ 1집

* 미발표작


https://youtu.be/qZ-u4EryuIU?si=FOSMZ80Zyj_nywgo



이 시는 1936년에 쓰인 작품으로 화자인 아이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단하게 일하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난한 삶 때문에 그리움을 견뎌야 하는 아이가 뚫어놓은 창구멍을 통해서 식민 치하의 갑갑한 현실에서 미약하게나마 희망을 엿보는 시인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부모와 헤어져 있는 아이들의 그리움은 <오줌싸개 지도>와 <햇빛, 바람>이라는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창구멍'이라는 표현은 <초 한 대>에서도 나온다.


윤동주 시인의 다른 많은 작품들에서 '비치웁니다'와 같은 피동형 어미를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서시>에서 등장하는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가 있다.



* 원문표기

- '우리 아빠' -> '우리압바'

- '침을 발라' -> '춤을발려'

- '뚫어논' -> '뚤려논'

- '작은 창구멍' -> '적은창구멍'

- '아침해' -> '아츰해'

- '비치웁니다.' -> '빛이움니다'

- '저녁에' -> '져녁에'

- '나무 팔러간' -> '나무팔려간'

- '혀 끝으로' -> '헤끝으로'

- '날아듭니다.' -> '날아듬니다.'




bCPBmHBYQIMqhDP54Ff5pj8CKlI.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