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주자, 다같이
옥수수대처럼 크게
닷 자 엿 자 자라게
해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알롱달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같이 춤을 추자
해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_ (1936.9.9. 윤동주 20세)
https://youtu.be/KKRAHs_qfNY?si=sGnn20Za-DIG8g-j
1936년 9월 9일에 쓰인 작품으로 햇볕이 내리쬐는 상황에서 화자가 친구들과 함께 여우비를 즐겁게 맞는 모습을 그린 시다. 자그마한 일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는 아이들의 발랄한 명랑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같은 날에 쓴 시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빗자루>가 있다.
'햇비'는 '해가 나 있는데 내리는 비'인 '여우비'를 말한다. 북한의 문화어로는 '해비'라고 표기한다.
'하늘다리'는 '무지개'를 형상적으로 비유한 말이다.
'오나'는 '오너라'의 방언이다.
이 시를 대하면 먼저 '햇비'라는 단어가 나온다. 해와 비가 합쳐진 단어일 것이다. 호랑이가 장가들 때 내리는 비처럼 햇빛이 비칠 때 잠깐 내리는 비를 말할 것이다. 북한에도 해비라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여우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햇"이라고 쓸 때에는 '금방' '얼마 되지 않음'의 의미도 있기에 그대로 '햇비'라고 쓰는 것이 더욱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시의 정경이 살아난다. 햇살이 장글장글 내리쬐는 낮에 아씨처럼 내린다. 보슬보슬 햇비가 내린다. 그리고 그 햇비는 햇살 속에서 하늘 다리 놓는다. 알롱달롱 무지개를 만든다. 보슬보슬, 알롱알롱 같은 표현을 쓰면서 시인은 동무들아 이리 오너라 다 같이 춤을 추자. 해님이 웃는다며 우주와 인간이 일체가 되어 즐겁게 웃는 모습이 그려진다. 순수한 어린이의 입장에서 평화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있다.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동시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처럼 통통 튀어 오르는 시의 형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3행을 아래로 몇 칸을 들여 쓰기 하였다. 시의 내용에 율동이 있으니 형식에서도 변화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이제 시의 형식에도 변화를 줄 만큼 기교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윤동주 시인의 동시에는 명랑성이 있다. 맞아주자 다 같이 노래하자 즐겁게라는 밝은 표현과 더불어 웃는다는 동사가 네 번이나 반복해서 나온다. 우울한 시대에도 명랑하게 노래할 줄 안다는 것은 커다란 미덕일 것이다. 그 아름다운 덕목은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더욱 많이 배워야만 할 것이다.
* 원문표기
- '아씨' -> '앗씨'
- '다같이' -> '다가치'
- '하늘다리' -> '하날다리'
- '놓였다' -> '놓엿다'
- '동무들아' -> '동모들아'
- '다같이' -> '다갗이'
* 메모
오늘은 나무 몇 그루 심고
봄맞이를 하였다
조국 선생을 응원한다
조국 신당을 주목한다
https://youtu.be/SqMOfDesFXQ?si=5PbYRSyRTXz3oc9s
https://youtu.be/r9uvyVQffrs?si=tW2oUgSv2Vip-Qq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