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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an 01. 2025

걸어가야겠다

― 윤동주 시인과 함께 9



윤동주 시인과 함께 9

― 걸어가야겠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더 이상 가야 할 길이 없을 때, 한 걸음만 더 가보라고 말한다 더 이상 더 낮아질 수 없을 때, 더 이상 더 내려갈 수 없을 때, 한 걸음만 더 내려가라고 말한다 더 이상 더 기다릴 수 없을 때, 더 이상 더 깊어질 수 없을 때,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새로운 길은 열리고, 몸과 마음이 부서진 다음에야 겨우 날개는 돋아난다고 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며 물을 칭찬하지만 물의 옷까지 벗어야만 하늘에 닿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구름이 되어 산타의 고향, 라플란드까지 가 보아야 순록의 심장소리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눈 속에 숨어있는 쥐의 심장소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는 큰회색올빼미의 눈과 귀, 청어 떼를 만난 범고래와 혹등고래의 숨소리, 한라산으로 내려오는 백록의 발자국소리, 봄의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지던 3월과, 봉화처럼 피어올라 한꺼번에 떨어지던 4월의 동백꽃, 조금만 더 가면 백두산의 평화에도 갈 수 있고 북간도의 고향에도 갈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우리들이 갈 수 있는 길 끝에서, 함께 손을 잡고, 한 걸음만 더 갈 수 있으면, 총에서도 꽃이 피는 아름다운 세상 만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렇게  정방폭포의 말하는 빛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다




(유튜브 대본)


걸어가야겠다 / 배진성

― 윤동주 시인과 함께 9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더 이상 가야 할 길이 없을 때,

한 걸음만 더 가보라고 말한다

더 이상 더 낮아질 수 없을 때,

더 이상 더 내려갈 수 없을 때,

한 걸음만 더 내려가라고 말한다

더 이상 더 기다릴 수 없을 때,

더 이상 더 깊어질 수 없을 때,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새로운 길은 열리고,

몸과 마음이 부서진 다음에야

겨우 날개는 돋아난다고 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며 물을 칭찬하지만

물의 옷까지 벗어야만

하늘에 닿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구름이 되어 산타의 고향,

라플란드까지 가 보아야 순록의

심장소리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눈 속에 숨어있는 쥐의 심장소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는 큰회색올빼미의 눈과 귀,

청어 떼를 만난 범고래와 혹등고래의 숨소리,

한라산으로 내려오는 백록의 발자국소리,

봄의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지던 3월과,

봉화처럼 피어올라 한꺼번에 떨어지던 4월의 동백꽃,

조금만 더 가면 백두산의 평화에도 갈 수 있고

북간도의 고향에도 갈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우리들이 갈 수 있는 길 끝에서,

함께 손을 잡고,

한 걸음만 더 갈 수 있으면,

총에서도 꽃이 피는 아름다운 세상

만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렇게  정방폭포의

말하는 빛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다



1월 1일 아침에 / 배진성




새해 아침에 일어나 잠시 생각한다

세수를 하며 무엇을 할까 생각한다

시를 한 편 쓸까 계획표를 세워볼까

11층 옥상으로 걸어 걸어 올라간다

수평선 불빛들이 아침까지 환하다

한라산은 아직도 어둠을 덮고 있다

계단을 내려와 수평선 쪽으로 간다

절물 분수공원을 지나 월대로 간다

월대천 징검다리 아래 먼 썰물이다

바다가 이른 아침 이불을 걷어찼다

바다는 아랫도리를 숨기지 않는다

내도이교를 건너 내도동으로 간다

걸레스님 생가는 아직도 걸레이고

내도 알작지의 몽돌들은 고요하다

나는 고요 곁으로 조심히 다가간다


나는 지금 이호테우해변에 앉아있다

폐동이왓 팔각정에 앉아 바다를 본다

수평선의 불빛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항구에서 이제 막 출발하는 배도 있다

해변의 가로등 불빛은 동시에 꺼지고

빨강말 하얀말 등대 불빛은 깜박인다

폐동이왓 앞 쌍원담은 모두 비어있고

왼쪽 원담 안에 있는 문수물만 솟는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나와서 아침부터

해변의 모래밭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왜가리도 나와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수평선까지 물러났던 파도는 돌아오고

파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드를 탄다

하늘의 구름들은 붉은 분을 바르고

환하게 웃으며 나온 새해 첫 태양은

하얗게 눈 쌓인 백록담부터 밝혀준다




https://youtu.be/l9kt6UiU_8E?si=4_SDR9cBuuuNqII_



2025년 1월 1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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