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하나에 시(詩)와
― 별 하나에 시(詩)와
새끼가 어미를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
참새가 어미를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
병아리가 어미를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
꿈 밖에서 가만히 생각하니
그럴 줄 알면서도 자식을 낳는 마음이
이 세상 부모님들의 마음이 아닐까
이런 마음이 혹시 시(詩)는 아닐까
시에 대한 생각이 자꾸만 달라진다
깊은 숲 속에서 들려오는 범종소리
하느님께서 자연에 숨겨두었던 보석
나의 발걸음이 찾아낸 메아리소리
나에게 찾아온 먼 별빛의 속삭임
너에게 보내는 내 마음 영혼의 편지
오늘도 나는 새로운 시를 찾아서 간다
*
25
저는 언제나 시를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시인이 되기 위하여 시를 찾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시인으로 살기 위하여 시를 살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詩’라는 글자를 생각합니다. ‘詩’라는 글자는 재미가 있습니다. ‘詩’라는 글자 속에는 입과 발과 손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시는 입으로도 쓰고 발로도 쓰고 손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발로 쓰는 시가 가장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26
詩자는 ‘시’나 ‘시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詩자는 言(말씀 언) 자와 寺(절 사) 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寺자는 ‘절’이나 ‘사찰’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시’는 글로 남기지만 말로 읊조리기도 했으니 言자가 의미 요소로 쓰였습니다.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 불경을 읽곤 합니다. 이때는 운율에 맞춰 불경을 읽는데, 詩자에 쓰인 寺자는 그러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詩자는 사찰(寺)에서 불경을 읊는 소리(言)를 ‘시’에 비유해 만들어진 글자로 해석됩니다.
27
그래서 저도 옛날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시는 산사에서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는 산사의 종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한 때 시를 찾아서 산사에 들어가 살기도 하였습니다. 절 사(寺)에 말씀 언(言)이 함께 붙어 있는 것이 시(詩)이므로 시는 산사에서 들려오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8
산사의 풍경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디다
산사의 범종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운판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법고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목어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목탁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죽비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염불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29
그러다가 저는 어느 순간부터, 신이 자연에 숨겨놓은 말씀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빛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별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달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이 시가 아닐까, 바다가 시가 아닐까, 강이 시가 아닐까, 여울물 소리가 시가 아닐까, 나무가, 풀이, 꽃이, 가시가, 개구리가, 개구리밥이, 여치가, 버들치가, 은어가 ……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조금만 눈을 떠봐도 세상에는 보석 같은 신의 말씀들이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귀를 기울여 봐도 세상에는 여울물소리처럼 아름다운 노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30
그러다가 저는 드디어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을 찾았고 꿈결 같은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드디어 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시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이며, 시는 아이들의 고요한 숨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시가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시는 결국 그 생명을 낳게 만들어주는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31
저에게 이제 시는 생명입니다. 저에게 이제 시는 사랑입니다. 그리하여 저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인은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을 낳아 길러주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세상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2
저는 비록 어머니는 될 수 없지만,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사랑을 도와서 고귀한 생명을 함께 낳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에게도 저의 대표작이 있습니다. 전생에 낳은 두 아들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가장 생명력이 강한 저의 대표작입니다. 저는 어떤 시인들보다도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을 존경하며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33
하지만 저에게는 세상에서 저를 가장 슬프게 하는 글이 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언제나 저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글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글이 있습니다. 아마도, 광주에 있는 병원을 몰래 빠져나오셔서 고향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쓰신 것 같습니다. 그 농약이 온몸으로 퍼지는 순간에 쓰셨을 것만 같습니다. 신음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수건을 입에 물고, 치아가 다 으스러지도록, 입을 앙다물고 쓰신 듯합니다. 자식인 저는 평생 용서를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받은 유산이 바로 이 유서입니다.
https://youtu.be/eU_7Ql5dKgM?si=khoMUSFOsG3VBtux
(유튜브 대본)
― 별 하나에 시(詩)와
새끼가 어미를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
참새가 어미를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
병아리가 어미를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
꿈 밖에서 가만히 생각하니
그럴 줄 알면서도 자식을 낳는 마음이
이 세상 부모님들의 마음이 아닐까
이런 마음이 혹시 시(詩)는 아닐까
시에 대한 생각이 자꾸만 달라진다
깊은 숲 속에서 들려오는 범종소리
하느님께서 자연에 숨겨두었던 보석
나의 발걸음이 찾아낸 메아리소리
나에게 찾아온 먼 별빛의 속삭임
너에게 보내는 내 마음 영혼의 편지
오늘도 나는 새로운 시를 찾아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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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저는 언제나 시를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시인이 되기 위하여 시를 찾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시인으로 살기 위하여 시를 살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詩’라는 글자를 생각합니다.
‘詩’라는 글자는 재미가 있습니다.
‘詩’라는 글자 속에는
입과 발과 손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시는 입으로도 쓰고
발로도 쓰고 손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발로 쓰는 시가
가장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26
詩자는 ‘시’나 ‘시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詩자는 言(말씀 언) 자와 寺(절 사) 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寺자는 ‘절’이나 ‘사찰’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시’는 글로 남기지만 말로 읊조리기도 했으니 言자가 의미 요소로 쓰였습니다.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 불경을 읽곤 합니다. 이때는 운율에 맞춰 불경을 읽는데, 詩자에 쓰인 寺자는 그러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詩자는 사찰(寺)에서 불경을 읊는 소리(言)를 ‘시’에 비유해 만들어진 글자로 해석됩니다.
27
그래서 저도 옛날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시는 산사에서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는 산사의 종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한 때 시를 찾아서 산사에 들어가 살기도 하였습니다. 절 사(寺)에 말씀 언(言)이 함께 붙어 있는 것이 시(詩)이므로 시는 산사에서 들려오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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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풍경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디다
산사의 범종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운판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법고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목어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목탁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죽비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사의 염불소리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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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저는 어느 순간부터, 신이 자연에 숨겨놓은 말씀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빛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별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달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이 시가 아닐까, 바다가 시가 아닐까, 강이 시가 아닐까, 여울물 소리가 시가 아닐까, 나무가, 풀이, 꽃이, 가시가, 개구리가, 개구리밥이, 여치가, 버들치가, 은어가 ……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조금만 눈을 떠봐도 세상에는 보석 같은 신의 말씀들이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귀를 기울여 봐도 세상에는 여울물소리처럼 아름다운 노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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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저는 드디어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을 찾았고 꿈결 같은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드디어 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시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이며, 시는 아이들의 고요한 숨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시가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시는 결국 그 생명을 낳게 만들어주는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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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이제 시는 생명입니다. 저에게 이제 시는 사랑입니다. 그리하여 저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인은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을 낳아 길러주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세상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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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록 어머니는 될 수 없지만,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사랑을 도와서 고귀한 생명을 함께 낳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에게도 저의 대표작이 있습니다. 전생에 낳은 두 아들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가장 생명력이 강한 저의 대표작입니다. 저는 어떤 시인들보다도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을 존경하며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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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에게는 세상에서 저를 가장 슬프게 하는 글이 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언제나 저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글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글이 있습니다. 아마도, 광주에 있는 병원을 몰래 빠져나오셔서 고향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쓰신 것 같습니다. 그 농약이 온몸으로 퍼지는 순간에 쓰셨을 것만 같습니다. 신음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수건을 입에 물고, 치아가 다 으스러지도록, 입을 앙다물고 쓰신 듯합니다. 자식인 저는 평생 용서를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받은 유산이 바로 이 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