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강산 세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Jan 19. 2021

언어와 연어 (詩)

- 강산 시인의 꿈삶글 1





언어와 연어(詩)

- 강산 시인의 꿈삶글 1




# 종착역과 출발역


김도수 시인의 글을 읽으면 

연어의 종착역이 보인다

언어의 종착역이 보인다

내가

연어의 종착역을 말하면

시인은

언어의 종착역을 말한다

언어와 연어가 만난다

나는 연어를 따라서

언어의 종착역으로 간다


나는 너무 멀리 돌아서

왔다 이제 다시

그 종착역에서 출발한다



# 시한부 인생


어제 밤에 대설주의보처럼 꿈을 꾸었다

부처님과 예수님과 주치의 선생님께서

나에게 남은 생명이 5년이라고 말씀 하셨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씀 하셨다 

5년의 시한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만 할까

꿈속에서 고민을 하는데 저절로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이제 막 새해가 열리는 밤이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낮에 받아서 읽다가 잠든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가 놓여있다  

다시 읽기 시작하니 섬진강이 보이고

진뫼마을이 보이고 반월산이 보이고

연어의 종착역이 보이고 징검다리가 보인다

어제 눈이 많이 와서 한라산을 넘지 못하고

이어도공화국에서 해를 넘기고 있는데

어둠 속으로 새해가 열리듯 방문이 열리더니

반월산에 누워 계신 부모님께서 들어 오신다


아직, 내가 등을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어야 할 흰 소는 보이지 않는다



# 연어의 종착역

 

고향집 바로 앞에

연어의 종착역 표지석이 있다

나는 연어가 되어

참으로 먼 길을 거슬러 돌아왔다

나도 이제는

붉은 알을 낳아야만 한다  



# 언어의 종착역

   

언어의 종착역에는어머니의 무덤 하나가 있다*

나를 만나기 전에 잃어버린 젖무덤 하나가 있다



*

나는 몸으로 기억한다. 나의 몸이 어머니를 기억한다. 어머니는 나의 하느님이다. 그 기억을 더듬어 다시 한 번 그 따뜻한 길을 여행한다. 그 행복과 평화의 길은 나의 길이고 내 아들의 길이고 내 어머니의 길이고 우리들 모두의 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은 '어머니'라는 이름이다. 나는 비록 끝내 어머니가 되어보지 못했지만,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길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그 숭고한 길의 힘으로 나는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간다.


나의 몸은 아직도 토성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토성(土星)을 진성(鎭星)이라 부른다. 토성은 목성에 이어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크며, 직경은 지구의 약 9.5배, 질량은 약 95배이다. 태양으로부터 14억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약 9.7km/s의 속도로 공전하는데, 이는 지구 시간으로 대략 29.6년이나 걸린다.


나의 기억이 왜 토성에서부터 출발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나는 아직 모른다. 나는 다만, 어쩌면 나의 이름 때문에 기억이 재구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날, 그러니까 그믐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토성은 30년 만에 지구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접근하였고 번쩍, 하는 불빛과 함께 우주비가 내렸다. 나는 그 5억 개가 넘는 우주의 빗방울 속에 있었다. 나는 무작정 토성에서 지구를 향해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지구에 도착하여 보니 어느 작은 시골이었다. 그믐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보름달을 이고 가는 도붓장수 여인이 있었다. 커다란 미원박스 안에 바늘, 실, 양말, 동정, 고무줄, 비누… 많은 생활용품들이 담겨있고 그 박스 아래는 생활용품과 물물교환 한 쌀, 보리, 조, 수수, 콩 등이 담긴 자루가 있고 또한, 그 박스 위에도 비교적 가벼운 물건들과 함께 이미 팔려나간 물건들 대신 수숫대 빗자루며 계란 등과 함께 손때 묻은 되가 있었다. 이 모든 물건들을 아주 큰 보자기에 싸서 이고 가는 여인이 있었다. 집을 나설 때에는 빈 헝겊 자루들이 똬리 역할을 했지만, 그 접혀 있었던 자루들이 불룩하게 다 채워지고 네모난 박스 위에도 묘지처럼 볼록해서 보름달이 되어야만 집으로 돌아가는 여인 이었다. 그 여인의 몸은 흠뻑 젖어 있었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지천에 피어있는 참꽃들만이 바람결에 맞추어 몸을 눕히고 있었다. 나는 다행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적셨고 무사히 그녀의 몸과 마음속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나의 운명이었고 축복이었다. 나는 그렇게 천만 다행으로 그녀를 만났고 그녀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가기 시작하였다. 어찌하여 나는 그녀를 젖게 했을까? 왜 나는 하필 그런 여인의 몸속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던 것일까? 나는 어찌하여 그렇게 그녀의 아들이 되었던 것일까?

    



인터넷에서 모셔온 사진 입니다
인터넷에서 모셔온 사진 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어와 연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