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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들의 고민

4.18 푸른 공상(空想)이

by 강산





허수아비들의 고민

4.18 푸른 공상(空想)이





허수아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 들판의 곡식들이 돌아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참새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으면 무엇을 할까

허수아비들과 허수어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농촌 체험을 온 아비와 어미들이 모여 막걸리 먹는다


땅콩도 수확하고 배추도 심고 마늘도 심고 요즘은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자주보리로 빵을 만들고

유치원생들과 홀테 체험을 하고 나락 말리기 체험을 하고

방아 찧기와 키질 체험을 하고 말뚝이 먹이 주기와

고리 던지기를 하며 재미있게 놀고 있다


그리고 잘하면 새로운 직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쌀뻥튀기

이 기계 하나 사서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며 뻥튀기 장사 해볼까

전국의 장터를 떠돌아다니며 뻥튀기 장사를 하며 뻥튀기처럼 살아볼까

뻥튀기가 뻥뻥 큰 소리를 치며 비행접시처럼 하얗게 날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왜 자꾸만 몸이 가려운 것일까

팔과 다리가 가렵고 얼굴까지 가렵고

왜 온몸으로 가려움이 자꾸만 퍼져나가는 것일까

가려움에 그치지 않고 긁은 자국마다 염증이 생기니

이러다가 큰 일 나는 것이 아닐까 깜짝 놀라서 가까운 보건소로 간다


나에게는 아픈 경험이 있다 패혈증의 뼈아픈 후유증이 있다

나의 대동맥판막에 달라붙은 심내막염의 끔찍한 기억이 있다

나의 푸른 공상(空想)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쓰러뜨린다

그럴수록 나의 마음이 급격하게 무너져 급속도로 염증이 퍼진다

물집이 생기고 멍이 들고 피멍이 생기고 고름이 잡히고 농이 퍼진다

농양이 몸속으로 번져 나가는 것 같고 내부 장기까지 염증이 퍼져

온 몸의 염증 수치가 늘어나는 것만 같고 피떡이 생기고 피고름이 생겨

또다시 패혈증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이러다가 또 큰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나의 면역력이 또다시 떨어진 것은 아닐까

원인이 무엇일까 패혈증의 원인은 주로 미생물에 의한 감염인데

혹시 어디에서 감염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또다시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워진다

소와 진드기, 풀밭에서의 맨발, 반월산에서의 무리한 노동과 모기들

맨발로 마늘을 심었던 기억, 그리고 상처 난 맨발의 기억과

부실한 잇몸질환과 대나무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던 기억들

아, 세상은 참으로 살기가 어렵기만 하구나


호라산밀 카무트를 먹고 감상문을 써야만 하는데, 뻥튀기를 먹으며

나는 오늘도 자애병원 전명원 원장을 생각하며 태백산맥을 오른다

외서댁과 염상구와 중천댁을 생각해도 꼼죽거림도 옴죽거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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