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문학관과 중도방죽

6.2 그 여름날

by 강산





태백산맥 문학관과 중도방죽

6.2 그 여름날





벌교읍의 태백산맥 문학관에 다녀왔다

제석산 아래 만들어진 문학관에 다녀왔다

소화의 집과 현부자네 집에 다녀왔다

태백산맥 소설의 시작이 바로 소화의 집에서 시작한다

현장을 직접 보면 조정래 작가가 얼마나 탁월한 작가인지

새삼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 소박한 소화의 집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다니!

갈대들만 가득한 중도방죽에서 그렇에 아픈 문장을 길어내다니!

보잘것없이 작은 벌교항과 경전선 철로의 철다리를 승화시키다니!


벌교읍은 벌교천과 이어지는 벌교포구가 상징하는 것이 많다

벌교천과 벌교포구에는 홍교(횡갯다리)와 소화다리(부용교)

그리고 1930년에 만들어진 경전선 철로의 일부인 철다리가 있다

철다리 아래쪽부터는 깊이 들어온 바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바다에 방죽을 만들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 유명한 중도방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중요해서 방죽을 쌓았을 것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갈대밭으로 남아있는 중도방죽 안쪽의 갈대밭과 포구일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고 가치판단도 바뀐다

바뀌지 않는 것은 오직 바뀐다는 사실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가고 싶었던 부용산은 가보지 못했지만 돌아오면서

순천만의 반대쪽 별냥면 장산에서 만난 철새들은 반가웠다

또한 길을 잃고 헤매는 과정에서 만난 길들 또한 의미 있는 길이다


가을이 깊을수록 그 여름날의 뜨거움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단풍은 그렇게 붉은 불길로 불타오르고 있다

그 여름날의 사랑은 너무 뜨겁고 아프다





너와 나와 우리





나는 지금껏

억새와 갈대

둘만 알았다


너도 그러냐


하지만 나는

이제 알았다


모새달

물억새

달뿌리풀


함께 사는

풀들의 세상

함께 어울려

춤추는 세상


가을 겨울

가을 겨울

겨울 다 되어

나는 겨우 알았다


너와 내가

사는 세상

우리들이

함께 사는 세상


억새와

갈대와

물억새와

모새달과

달뿌리풀

함께 사는

아름다운

가을과 겨울


벗으면서 더 깊어지는








컬럼 입력 2025.07.15 00:00 수정 2025.08.27 03:18

[문학리터러시] 정지용 동시, 동심과 시의 경계를 넘다

이승하 시인 (shpoem@naver.com)


정지용 시인은 대학 시절부터 동시를 창작하며 모더니즘과 한국적 정서를 결합한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동시는 어린이의 시선을 바탕으로 하되 시적 감각이 풍부하고 때로는 동심의 질투나 죽음의 암시처럼 성숙한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정지용시집』에는 최소 10편의 동시가 실려 있으며, 그는 현대 동시 문학의 시발점이라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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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鄭芝溶, 1902-1950)은 한국 근대시의 선구자로, 감각적 이미지와 서정성을 지닌 시로 모더니즘 시운동을 이끌었다.(이미지 : https://www.oc.go.kr/jiyong/)


정지용(鄭芝溶, 1902-1950) 시인은 1924년에 일본 도쿄에 있는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학과에 유학을 갔는데 1926년 6월 창간된 유학생 동인지 『학조』에 아주 모던한 「카페ㆍ프란스」 등 시를 3편, 동시를 5편, 시조를 1편 발표한다. 그는 시 창작의 출발지점부터 동시를 썼던 것이다. ‘대학생이 동시를 쓰다니’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고 그는 동시를 발표하였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 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상제로 사갑소.
-「딸레와 아주머니」 전문


이 동시는 시집에 실을 때는 「삼월 삼질날」이란 제목을 고쳤다, 마지막 행에 나오는 ‘상제’는 절의 상좌上佐로 동자승을 가리킨다. 머리카락이 아직 나지 않은 아기 동생을 향한 손위 형제의 동생에 대한 질투심이 느껴진다. 삼월 삼짓날 쑥을 뜯어다가 개피떡을 만들어 동생이 잘 때 먹었다는 것도 그렇고, 내 동생이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으니 절간으로 보냈으면 좋겠다는 것도 부모님의 내게 대한 관심과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긴 데서 오는 질투심을 표현한 것이다. 이 질투심이야말로 솔직한 동심이리라.


우리 옵바 가신 곳은
해님 지는 서해 건너
멀리 멀리 가셨다네.
웬일인가 저 하늘이
피ㅅ빛보담 무섭구나!
날리 났나. 불이 났나.
-「서쪽하늘」 전문

하늘 우에 사는 사람
머리에다 띄를 띄고,

이땅우에 사는 사람
허리에다 띄를 띄고,

땅속나라 사는 사람
발목에다 띄를 띄네.
-「띄」 전문


두 편 동시 모두 동시로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지점이 있다. 오빠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도 그렇고, 저녁노을이 핏빛보다 무섭다고 하는 것도 그렇다. 하늘 위에 사는 사람이 머리에다 띠를 띤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는 시편이다.


오리 목아지는
호수를 감는다.

오리 목아지는
자꼬 간지러워.
-「湖水 2」 전문


손바닥을 올리는 소리
곱드럏게 건너간다.

그뒤로 힌 게우가 미끄러진다.
-「湖面」 전문


비ㅅ방울 나리다 누뤼알로 구을러
한밤중 잉크빛 바다를 건늬다.
-「겨을」 전문


‘게우’는 거위다. ‘누뤼알’은 우박 알이다. 바다 위로 밤이 걸어온다고 하니 동시라고 볼 수 없지만 오리가 호수에 동그란 파문을 일으킨 것을 오리의 목이 호수를 감는다고 한 「호수 2」 같은 시는 동시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한 백년 진흙 속에
숨었다 나온 듯이,

게처럼 옆으로
기여가 보노니,

머언 푸른 하늘 알로
가이 없는 모래밭.
-「바다 2」 전문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
-「바다 3」 전문


시인 특유의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이런 짧은 시는 모더니즘 계열의 시를 지양하고 정지용 식의 ‘우리 것 찾기’에 나섰기에 쓴 것이라 여겨진다. 『정지용시집』에는 『신소년』이나 『어린이』에 발표한, 출전이 확실한 동시도 여러 편 싣는다.


산넘어 저쪽에는
누가 사나?

뻐꾹이 영 우에서
한나잘 울음 운다.

산넘어 저쪽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 맞아 쩌 르 렁!

산넘어 저쪽에는
누가 사나?

늘 오던 바늘장수도
이 봄 들며 아니 뵈네.
-「산넘어 저쪽」 전문


이 동시는 『신소년』 1927년 5월호에 발표된 것으로서 김동환의 「산 넘어 남촌에는」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동시는 아니지만 어린이 잡지에 실렸고, 시어 선택과 표현이 단순한 것으로 미루어 동시로 간주할 수 있다. 같은 지면에 실린, 더욱 ‘확실한’ 동시가 있다.


할아버지가
담배ㅅ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믄 날도
비가 오시네.
- 「할아버지」 전문


일기를 알아보고 도롱이를 쓰고 나간 것인데 아이가 보건대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쓰고 나가자 비가 온다. 그날의 일기를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할아버지의 선견지명에 감탄한 아이의 시선으로 쓴 전형적인 동시다. 이런 동시를 여러 편 자신의 시집 중간중간에 넣음으로써 정지용은 한국시문학사상 아주 희유한 예를 보여준 것이다.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실이 나려와 가치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해ㅅ빛이 입마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약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이다.
- 「해바라기 씨」 전문


정지용의 이 동시는 『신소년』 1927년 6월호에 발표된 것으로서 화자가 소년이다. 해바라기 씨를 담모롱이 밑에 심어놓고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방해하는 것들이 많아서인지 도무지 피어나지를 않는다. 장난꾸러기인 화자의 성격을 잘 살려 썼고 내용이 무척 해학적이다. 정지용 시인을 현대 동시의 시발점에 있는 이로 간주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어린이』 제4권 10호(1926. 11)에 발표했다 시집에 넣은 동시를 보자.


새삼나무 싹이 튼 담 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의 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이침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에서 온 새」 전문


도회지에 온 새가 우는 것이 산에 두고 온 형제와 친구들 생각이 나서라고 한다. 어른이 어린이의 시각으로 쓰는 것, 어린이를 독자로 상정하고 쓰는 것이 동시라고 한다면 이 시는 동시에 정확히 부합한다. 애초의 발표지면은 모르지만 첫 시집에 실린 아래의 작품도 영락없이 동시다.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왼통 빩애젔네.

내사 아므치도 않다.

호 호 칩어라 구보로!
-「바람」 전문


바람이 불어 귀가 빨개진 아이가 바람에게 묻는다. 네가 내게 오는 바람에 귀도 코도 손도 빨갛게 되었으니 너는 내가 그렇게 좋으냐고. 그런데 아이는 이 정도 추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큰소리친다. 호호 웃기까지 한다. 왜? 구보를 하면 추위를 떨쳐버릴 수 있으므로. 최소 10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 시집이 바로 『정지용시집』이다.


정지용은 생전 총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그중 1935년 '시문학사'에서 출간한 《정지용 시집》이 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 책은 《정지용 시집》 초판본에 수록된 총 8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을 원문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현대어로 옮겼으며, 필요에 따라 방언의 의미와 한자는 괄호 안에 넣어 표기하였다.

정지용은 생전 총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그중 1935년 '시문학사'에서 출간한 《정지용 시집》이 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 책은 《정지용 시집》 초판본에 수록된 총 8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을 원문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현대어로 옮겼으며, 필요에 따라 방언의 의미와 한자는 괄호 안에 넣어 표기하였다.



산넘어 저쪽에는


누가 사나?


뻐꾹이 영 우에서


한나잘 울음 운다.


산넘어 저쪽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 맞아 쩌 르 렁!


산넘어 저쪽에는


누가 사나?


늘 오던 바늘장수도


이 봄 들며 아니 뵈네.


-「산넘어 저쪽」 전문


이승하 시인 shpo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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