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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 배진성

― 이어도공화국 꿈삶글 0025

by 강산





나는 어디에서 와서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 배진성





나는 말했다 "저를 인도하는 시인이시여,/그 고귀한 여행을 저에게 맡기기 전에/저의 덕성이 충분한지 살펴보십시오//당신은 말하셨지요, 실비우스의 아버지는/살아 있는 몸으로 불멸의 왕국에 갔으며/생생한 육신으로 그렇게 했다고 말입니다//그러나 모든 악의 반대자께서/그에게 친절을 베푸신 것은, 그에게서/높은 뜻이 나오리라 생각하셨기 때문이니,//지성 있는 사람에게는 정당해 보입니다/그는 엠피레오 하늘에서 위대한 로마와/그 제국의 아버지로 선택되었으니까요//사실대로 말하자면, 로마와 제국은/위대한 베드로의 후계자가 앉아 있는/그 성스러운 곳에 세워졌습니다// ―『신곡(神曲)』16


내일 내일 하기에/물었더니/밤을 자고 동틀 때/내일이라고//새날을 찾던 나도/잠을 자고 돌보니,/그때는 내일이 아니라/오늘이더라//무리여!/내일은 없나니/……/ _ (1934.12.24. 윤동주 17세, 최초 작품)/3. 내일은 없다 ― 어린 마음이 물은(시)/_ 1집(나의 습작기의 시아닌시), 정음사 출판사 삼판(1976년 출판)에 실려 있음 ―『윤동주』3


나는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꿈속에서는 계절이 앞서가는 것일까? 뒤쳐져서 오는 것일까? 똑, 똑, 똑, 제습기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내가 숨 쉬는 공기에 이렇게 많은 물방울이 숨어 있었구나, 내가 살아있는 목숨 안에 이렇게 많은 눈물방울이 숨어 있었구나, 꿈속에서는 그렇게 6월 장마가 시작되고 있었다


6월 장마에 돌도 큰다,라는 속담이 있다 6월 장마에 특히, 수국과 산수국 그리고 대나무들이 가장 크게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고 있다 그들 중에서 나는 오늘 산수국을 오래도록 본다 산수국을 보며 아버지를 생각한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깊이 생각한다 아버지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더 먼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렇게 저 먼 곳으로 다시 찾아가 나의 뿌리를 생각한다 꿈 밖은 이미 겨울인데 꿈속은 아직도 여름이다


나의 아버지는 1931년 3월 26일에 이 세상에 태어나셨다 음력 3월 26일은 양력 5월 13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아버지 몸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아마 1965년 6월 장마가 시작되고, 산수국과 수국이 한창 피어나던 그 무렵에 아버지 몸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나의 모든 전생을 한 번쯤 더 되풀이하여 생각했을 것이다 물에서 살았던 시절부터 물 밖으로 기어 나왔던 경험까지, 그중에서 많은 것들은 생략하고 꼭 필요한 정거장들만을 거쳐서 이 세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아가미 시절과 허파 시절을 짧은 10개월 동안 다시 한번 속성으로 살아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1966년 어느 봄날에 힘차게 울면서 이 세상으로 나왔을 것이다 1966년은 3월이 윤달이었으니 봄이 조금은 더 길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꿈속에서는 아버지 같은 산수국이 피어나고 어머니 같은 수국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들 같은 큰유리새도 함께 살고 있었다 꿈 밖에서는 오늘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처럼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는 하늘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리라소리가 눈발처럼 하얗게 흩날리고 있다






3. 내일은 없다

3. 내일은 없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떠남과 만남 그리고

이슬 한 방울


https://youtu.be/Ci3Z-ttBslM?si=OVavuWaqKtnWQr6x

https://youtu.be/wGHtArYRfHM?si=-VrYs6BHLdjeMz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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