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에서 / 배진성

― 이어도공화국 시와음악카페 달문moon 12

by 강산

마라도에서 돌아본다 / 배진성




마라도에서 / 배진성





이어도에서 마라도로 간다

바람이 되어 간다

파도가 되어 간다

연어가 되어 간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간다

단테는 저승 여행을 하였고

나는 이승 여행을 한다

전생에 살았던 곳으로 간다

이어도에서 배진성으로 돌아간다

아니다,

나의 현생은 이어도이지만

전생에 내가 살았던 곳의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배진성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제 그림자가 없다

아직도 그림자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땅으로 간다

이어도는 어쩌면

저승이 아니라

저승과 이승의 중간에 있다는

중음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에

잠시 들렀다가 마라도로 간다

마래섬으로 간다

마라섬으로 간다

마라도(馬羅島)로 간다

태풍이 자주 다니는 길을 따라서

마라도로 간다


오늘은 주름치마 입은

파도가 안내를 한다

마라도 등대가 보인다

장군바위가 나를 맞이한다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앞에서 물질을 한다 전생의

어머니 숨비소리도 들린다

포작이었다는 할아버지

목소리도 들린다

화전을 일구려고,

퉁소를 불어서 뱀들을

몰아냈다는 마라도,

전생의 늙은 아버지는

오늘도 빈 퉁소를 불고 계신다

늙은 해녀들은 이제

먼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톳짜장에 넣을 톳을

할망 바당 바위에서 뜯고 있다


이어도에서는 젖꼭지만 보이던

한라산이

마라도에서는 훤히 다 보인다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면

아직도 젖이 나올 것 같은

한라산의 가슴이

통째로 다 보인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

스르르 잠이 올 것만 같다

꿈처럼 살았던 이어도의 생활,

마라도에서 뒤돌아보니

이어도가 아스라이 멀어지고 있다

서복 님과 부처님과 예수님 이야기를

윤동주 시인과 함께 귓속말로 한다


다시 한번 돌아보니

가파도와 송악산과

산방산과 한라산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는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항공모함처럼 생긴 마라도가

기적을 울리며 움직일 것만 같다


푸른 기적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마라도에서는 가끔 고구마 굽는

냄새도 솔솔 피어오른다

이 작은 마라도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내가 전생에 살았던 지상으로

다시 돌아오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나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남쪽에 사는 시인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숨을 쉴 수 있어서 기적이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서

기적이다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기적이다

마라도에서 돌아보니 모두가 기적이다







마라도에서 돌아본다 / 배진성





이어도에서 마라도로 간다 바람이 되어 간다 파도가 되어 간다 연어가 되어 간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간다 단테는 저승 여행을 하였지만 나는 이승 여행을 한다 내가 전생에 살았던 곳으로 간다 이어도에서 배진성으로 돌아간다 아니다, 나의 현생은 이어도이지만 전생에 내가 살았던 곳의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배진성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림자가 없다 아직도 그림자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땅으로 간다 이어도는 어쩌면 저승이 아니라 저승과 이승의 중간에 있다는 중음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어도 종합해양기지에 잠시 들렀다가 마라도로 간다 태풍이 자주 다니는 길을 따라서 마라도로 간다 오늘은 주름치마 입은 파도가 안내를 한다 마라도 등대가 보인다 장군바위가 나를 맞이한다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앞에서 물질을 한다 전생의 어머니 숨비소리도 들린다 포작이었다는 할아버지 목소리도 들린다 화전을 일구려고, 퉁소를 불어서 뱀들을 몰아냈다는 마라도, 전생의 늙은 아버지는 오늘도 빈 퉁소를 불고 계신다 늙은 해녀들은 이제 먼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톳짜장에 넣을 톳을 할망 바당 바위에서 뜯고 있다


이어도에서는 젖꼭지만 보이던 한라산이 마라도에서는 훤히 다 보인다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면 아직도 젖물이 나올 것 같은 한라산의 가슴이 통째로 다 보인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 스르르 잠이 올 것만 같다 꿈처럼 살았던 이어도의 생활, 마라도에서 뒤돌아보니 이어도가 아스라이 멀어지고 있다 서복 님과 부처님과 예수님 이야기를 윤동주 시인과 함께 귓속말로 한다 다시 돌아보니 가파도와 송악산과 산방산과 한라산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는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항공모함처럼 생긴 마라도가 기적을 울리며 움직일 것만 같다 푸른 기적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마라도에서는 가끔 고구마 굽는 냄새도 솔솔 피어오른다 이 작은 마라도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내가 전생에 살았던 지상으로 다시 돌아오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나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남쪽에 사는 시인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숨을 쉴 수 있어서 기적이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서 기적이다 마라도에서 돌아보니 모두가 기적이다





https://youtu.be/kmgPAVysi6Q?si=JZ-xnz19YsBCgaZJ

https://youtu.be/CW42xPmKcWE?si=HEwXIyoRQkq0_NI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