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공화국 시와음악카페 달문moon 13
서른다섯 살의 단테는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햇살이 비치는 언덕으로
올라가려 하는데,
표범, 사자, 암늑대가
길을 가로막는다
그때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언덕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다른 길,
저승 세계를 거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저승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바람이 차다 바람이
파도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파도가 높다
파도가 마라도
가슴팍을 후려친다
고구마같이 생긴 마라도에서
군고구마를 먹고 싶다
퉁소를 불던 사람이
불을 놓아버린 이후로는
아무리 퉁소를 불어도
뱀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가오리 한 마리
바다 위에 납작 엎드려있다
나는 그 가오리 등을 타고
바다에 떠 있다
하멜이 지나갔던 길 위로
뱀이 한 마리 지나간다
모세의 지팡이 같이 생긴
뱀이 한 마리 지나간다
나는 모세가 아니므로
그 뱀을 집어 들지 못한다
단테는 서른다섯 살에
저승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나는 서른 살에
저승으로 떠났다가
예순 살에 돌아온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순례를 떠난다
마라도에서 가파도로 간다
마라도 살레덕선착장에서
배를 타도 되지만,
나는 이어도에 살던 진인답게
바람으로 간다
서핑보트를 타듯 파도를 타고
가파도로 간다
가파도 주변에 젊은 해녀들이
소라를 잡는다
가파도 짬뽕에 들어갈
뿔소라가 망사리 가득하다
나는 가오리 꼬리를 잡고
가파도 등에 오른다
가파도는 갈수록 젊어져서
힘도 좋고 싱그럽다
가파도에서는 청보리 밭에서
푸른 파도소리 들린다
가파도 올레길은 바람도
자전거를 타고 돈다
가파도 올레길에서 보는
송악산, 산방산, 한라산,
황홀함에 이끌려
모슬포 운진항으로 가지 않고
송악산으로 간다
산방산으로 간다
한라산으로 간다
가파도는 이제
청보리의 섬이 되었다
봄에 청보리축제를 하려면
겨울을 잘 견뎌야만 한다
봄은 겨울이 낳는다
가파도 청보리축제는
겨울 땅속의
긴 기도와 찬송의
은총과 축복이다
봄은 겨울의 숨결이다
봄은 겨울이 낳은 자식이다
제1곡//1300년 봄 서른다섯 살의 단테는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햇살이 비치는 언덕으로 올라가려 하는데, 표범, 사자, 암늑대가 길을 가로막는다 그때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언덕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다른 길, 즉 저승 세계를 거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저승 여행길을 떠난다 ―『신곡(神曲)』1
바람이 차다 바람이 파도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파도가 높다 파도가 마라도 가슴팍을 후려친다 고구마같이 생긴 마라도에서 군고구마를 먹고 싶다 퉁소를 불던 사람이 불을 놓아버린 이후로는 아무리 퉁소를 불어도 뱀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가오리 한 마리 바다 위에 납작 엎드려있다 나는 그 가오리 등을 타고 바다에 떠 있다 하멜이 지나갔던 길 위로 뱀이 한 마리 지나간다 모세의 지팡이 같이 생긴 뱀이 한 마리 지나간다 나는 모세가 아니므로 그 뱀을 집어 들지 못한다
단테는 서른다섯 살에 저승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나는 서른 살에 저승으로 떠났다가 예순 살에 돌아온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순례를 떠난다 마라도에서 가파도로 간다 마라도 살레덕선착장에서 배를 타도 되지만, 나는 이어도에 살던 진인답게 바람으로 간다 서핑보트를 타듯 파도를 타고 가파도로 간다 가파도 주변에 젊은 해녀들이 소라를 잡는다 가파도 짬뽕에 들어갈 뿔소라가 망사리 가득하다 나는 가오리 꼬리를 잡고 가파도 등에 오른다 가파도는 갈수록 젊어져서 힘도 좋고 싱그럽다 가파도에서는 청보리 밭에서 파도소리 들린다 가파도 올레길은 바람도 자전거를 타고 돈다 가파도 올레길에서 보는 송악산 산방산 한라산, 황홀함에 이끌려 모슬포 운진항으로 가지 않고 송악산으로 간다 산방산으로 간다 한라산으로 간다
가파도는 이제 청보리의 섬이 되었다 내년 봄에 청보리축제를 하려면 올 겨울을 잘 견뎌야만 한다 봄은 겨울이 낳는다 가파도 청보리축제는 겨울 땅속의 긴 기도와 찬송의 은총과 축복이다 봄은 겨울의 숨결이다 봄은 겨울이 낳은 자식이다
https://youtu.be/r1_qF24VzlE?si=ZQs9vQ9Db5rrD0F_
https://youtu.be/KnsB99anccY?si=5dgVXEvp9EYYsNI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