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공화국 꿈삶글노래 46
― 어머니, 시인은 월급이 없어요
참으로 오랜만에 들길을 간다
두엄자리 곁에 세워진 아버지의
낡은 지게를 지고 저물녘을 간다
참깨 베러 가신 어머니의 산밭으로
늦은 마중을 간다 오랜만에
바람을 비껴 여름 한쪽 끝으로
산길을 오른다
노을이 차마 곱게 익는다
일찍부터 외항선을 탄 만수
뱃사람이 된 만수네가 새로 장만한
논을 바라보며 들길을 간다
일곱 번씩이나 떨어지고도 다시
행정고시공부를 시작했다는 현길이,
이미 기울어 버린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팔아넘긴 논배미를 지나
쓸쓸하게 걸어간다 새를 쫓는 깡통소리와
반짝이는 반짝이의 마음들이 노을 속으로
새를 날려 보내며 또 내일을 염려하는 가슴을
가다듬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허수아비는
쓰러지지 않고 동그랗게 질린 비닐 얼굴들이
하늘까지 닿으려는 마음으로 솟아오르곤 했다
콩밭으로 바람이 기어들어가고 밤은
들쥐처럼 숨어들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산길을 내려온다 가끔
고개 치켜드는 벼 포기 사이로 추억들이
발소리를 숨죽이며 기어 나왔다 나는 참깨를 지고
어머니는 토란대를 이고 오셨다 가슴조인
달빛이 풀어지고 우리는 하염없이 걸어 내려온다
― 어머니, 저 이제 시인이 되었어요
― 그래, 시인이 뭣 허는 것이다냐
― 예, 지금까지 제가 되고 싶었던 것이에요
밤낮을 밤으로만 지내면서 말이에요
― 그러냐, 그럼 이제 취직이 됐단 말이냐
― 아니에요 어머니 그런 것이 아니에요
― 그럼, 시인이 뭣 하는 것인디 그러냐
오랜만에 니가 웃기까지 하고 말이여
― 예, 앞으로
우리들의 고향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노래? 그럼 인쟈 테레비에도 나온다냐
― 아니에요 어머니, 그런 게 아니에요
― 그라믄, 시인 한 달 월급이 얼마나 된다냐
먹고 살만한 직업이다냐
요즘 시상에는 돈이 최고드라
봐라, 만수는 돈 있승께 다들 걱정허는
장개도 쉽게 간다드라
돈 많은 이쁜 색시가 낼 모레 온다드라
― 어머니, 하지만 저는 그렇지를 못해요
앞으로 어머니를 팔지도 몰라요
앞으로 고향을 팔아먹을지도 몰라요
시인은 가난한 직업이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요
마음을 갈고닦아 영혼을 맑게 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더욱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우리들의 이야기가 들판 가득 출렁일 때 달빛은 우리가 걸어온 들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어머니, 저는 시가 무엇인지 모르는 어머니와 고향을 위하여 우리들의 생활을 팔아먹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땅의 눈물 같은 시 한 편으로 살고 싶습니다
https://youtu.be/8RrL2SpQ4Pk?si=ZbacFcmqRd16cfbm
https://youtu.be/MTtnPZBv7mk?si=IXc5SFYTNda4KZ5C